기계공학 박사인 A씨는 요즘 주변에서 ‘고맙다’는 감사 인사를 많이 받고 있다. 작년에 지인이나 친척들이 어떤 주식을 사면 좋을지 물어볼 때마다 로봇주를 추천했는데, 새해 들어 로봇주 주가가 크게 상승했기 때문이다.
3일 국내 로봇주는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관세 정책으로 글로벌 금융시장이 타격을 받는 와중에도 강세를 보였다. 로봇 산업이 생산성 향상을 위한 필수 요소로 부각되면서 투자자 관심이 집중됐다.
이날 로봇 관련주인 하이젠알앤엠은 장중 한때 17% 넘게 오르며 상장 이후 최고가(4만6200원)를 기록했다. 최근 삼성전자 자회사로 편입된 레인보우로보틱스도 주당 30만원을 돌파하며 사상 최고가(31만3500원)를 찍었다.
결국 하이젠알앤엠은 이날 6.6% 오른 4만1050원에 마감했고, 레인보우로보틱스는 3.3% 오른 30만9500원에 장을 마쳤다. 이날 코스피, 코스닥이 각각 2.5%, 3.4% 하락한 약세장이었지만 로봇주 매수세는 꺾이지 않았다.

✅올해 주가 상승률 1~5위 모두 로봇株
하이젠알앤엠과 레인보우로보틱스는 올해 주가가 가장 많이 오른 빅투 종목이기도 하다.
3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달 코스피·코스닥 2600여 상장사 중 가장 많이 주가가 오른 종목은 하이젠알앤엠(197%)이었다. 그다음은 레인보우로보틱스(112%), 에스피시스템스(106%), 고영(103%), 한국무브넥스(96%) 순이었다. 수익률 상위 5개 종목이 모두 로봇 관련주였다.
하이젠알앤엠은 작년 6월 공모가 7000원에 상장한 새내기 기업이다. 1963년 LG전자 모터사업부에서 시작해 2008년 독립했다. 로봇 핵심 부품으로 꼽히는 액추에이터(구동 장치)를 개발하고 있다. 작년 말까지만 해도 주가는 1만원대에서 움직였는데, 지난달 2일과 9일에 상한가를 기록하며 주가에 힘이 실렸다.
레인보우로보틱스는 지난달 삼성전자가 지분을 추가 매입해 자회사로 편입되면서 시장의 기대를 한 몸에 받고 있다. 외국인들도 적극적으로 매수에 나서면서 코스닥 시장에서 올해 외국인 순매수 1위(1130억원)를 기록했다.
코스닥 외국인 순매수 2위인 성광벤드(459억원)나 3위인 파마리서치(431억원)와 비교해도 금액이 압도적으로 커서 로봇 산업에 대한 글로벌 투자자들의 높은 관심과 기대감을 엿볼 수 있다.
증권가에선 로봇주를 트럼프 2기 행정부의 수혜주로 꼽고 있다. 이상헌 iM증권 연구원은 “트럼프 2기에는 세계적인 노동력 부족, 인건비 상승 및 고령화 등 사회 구조적 변화, 글로벌 공급망 재편으로 로봇 도입이 가속화될 것”이라며 “인간의 형태를 한 휴머노이드는 물건 운반과 정리, 위험물 처리, 구조 활동 등 일반 로봇에 비해 쓰임새와 잠재력이 훨씬 크다”고 말했다.
하지만 최근 로봇 관련주들이 급등하면서 일부 전문가들은 과열 가능성을 경고하고 있다. 하이젠알앤엠의 경우, 이날 한국거래소가 투자 경고 종목으로 지정했다.
증권 업계 관계자는 “로봇 업종이 새로운 돌파구가 될 수 있으리라는 기대는 이해할 수 있지만 아직 기업들이 보여준 것은 미력하기 때문에 현재 주가를 정당화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레인보우로보틱스는 현재 시가총액이 6조원에 육박해 코스닥 시총 기준 5위이지만, 2021년 상장 이후 한 번도 수익을 내진 못한 적자 기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