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8년 간 집권하면서 제일 잘한 건 지디와 태양을 데려온 것이다.”
프랑스 한 네티즌이 남긴 글입니다.
지난 23일 프랑스의 영부인이자 병원 재단 이사장인 브리지트 마크롱 여사의 주최로 파리 라 데팡스 아레나에서 열린 ‘노란 동전 모으기 자선 행사’의 주인공은 내년이면 데뷔 20주년이 되는 K팝 그룹 ‘빅뱅’이었습니다.
마크롱 대통령 부부와 프랑스의 전설적인 축구 선수 디디에 데샹, 넷플릭스 ‘오징어 게임’의 배우 이정재 등 전 세계 유명인사들과 아레나를 가득 메운 3만5000명의 참석자들은 지디와 태양이 10여년 전에 발표한 곡 ‘굿보이(Good Boy)’ 등을 떼창했습니다. 특히, 영어 가사가 거의 없는 태양의 발라드곡 ‘눈 코 입’을 다 같이 부를 때는 감동을 넘어 신기함이 느껴질 정도였습니다.
1989년부터 매년 초 병원재단 주최로 열리는 모금 캠페인 ‘노란 동전 모으기’는 프랑스 최대 연례 행사 중 하나입니다. 병원재단은 병원에 입원한 어린이와 청소년, 노인들의 생활의 질을 향상시키기 위해 클로드 그리스첼리 의학교수가 설립된 재단입니다. 1993년 공익 사업으로 인정됐고, 1994년부터는 시라크 대통령의 부인인 베르나데트 여사가, 2019년부터는 브리지트 여사가 재단 이사장을 맡고 있습니다.
코로나 기간 3년 간 쉬었던 이 행사가 다시 열린 건 2023년. 그 해에는 블랙핑크, 지난해에는 블랙핑크의 리사와 보이그룹 스트레이키즈가 초대되며 높아진 ‘K팝의 위상’을 반영했습니다.
규모가 더 커진 올해 행사의 출연진은 화려했습니다. 군 제대 후 첫 복귀 무대를 가진 방탄소년단의 제이홉, 브루노마스와 함께 부른 아파트로 빌보드 차트 핫100 3위까지 오른 블랙핑크 로제, 미국 대표 싱어송라이터 존 레전드, 그리고 마지막 무대를 장식한 건 미국 대표 팝스타 케이티 페리였습니다. 그러나 이 행사를 녹화 중계한 ‘프랑스 TV’는 지디와 태양이 부른 곡 ‘굿 보이’ 영상을 마지막에 붙였습니다. 현장에서의 뜨거운 분위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영상별 유튜브 조회수도 지디와 태양의 굿보이가 다른 가수들의 영상 두 배가 넘습니다.
2006년 데뷔한 그룹 ‘빅뱅’은 사실 한 물 간 그룹이었습니다. 멤버의 법정 구속과 탈퇴, 마약 논란 등 겪을 수 있는 모든 악재는 다 겪었습니다. 컴백할 수 있을지, 하더라도 과거처럼 인기를 얻을 수 있을지 의문이었습니다.
그러나 지난해 말부터 국내 뿐 아니라 전 세계 K팝 씬을 가장 뜨겁게 달구고 있는 그룹은 다름 아닌 ‘빅뱅’입니다. 그들은 어떻게 완벽하게 부활할 수 있었을까요? 돈이 되는 여기 힙해 마흔 한 번째 이야기입니다.
<1>”시기를 보자”…타이밍을 잡아라
“시기를 보자.”
지난해 4월부터 유튜브 ‘집대성’을 운영하고 있는 빅뱅의 멤버 대성이 지드래곤에게 출연 의사를 묻자, 지드래곤이 한 대답입니다.
태양의 컴백, 대성의 유튜브 시작 등 빅뱅 멤버들은 개인활동을 하나씩 시작했지만, 서둘러 ‘빅뱅’ 활동을 재개하지 않았습니다. 지디도 세계적인 아트 페어 ‘프리즈 서울’ 등에 얼굴을 비췄지만 적극적인 가수 활동까지는 시간이 남은 듯했습니다.
이들이 처음 완전체 무대를 선보인 건 지난해 9월 1일 태양이 7년 만에 선보인 단독 콘서트 ‘더 라이트 이어’에서 였습니다. 게스트로 출연한 대성에 놀러 온 지디까지 무대에 합류하며 빅뱅의 히트곡 ‘위 라이크 2 파티’를 부른 것입니다. 태양이 지디에게 “무대에 한 번 올라오던가”라고 슬쩍 던진 말이 통했다고 합니다. 앞서 열린 칸예 웨스트의 국내 공연을 보고 지디의 마음이 동했다는 말도 전해집니다.
그 때부터 빅뱅은 활동을 겹겹이, 레이어드 하듯 쌓아갑니다. 다른 관점에서 보면 티저 영상처럼 조금씩 노출합니다. 지난해 11월 집대성에 출연해 완전체 활동 의사를 밝힌 후, ‘2024 마마 어워즈’에서 히트곡 ‘뱅뱅뱅’과 ‘판타스틱 베이비’에 이은 신곡 ‘홈 스위트 홈’을 부르며 활동 재기를 선언합니다. 그리고는 작년 말 ‘뱅뱅뱅’, ‘라스트댄스’, 봄여름가을겨울’ 등을 멜론 TOP 100 차트에 진입시키며 ‘왕의 귀환’을 알립니다.
이들이 만약 대대적인 기자간담회를 통한 컴백 발표와 콘서트 등을 개최했다면, 오히려 컴백 효과가 반감됐을 수도 있습니다. 너무 큰 기대는 더 큰 실망을 안깁니다. 컴백 직후 신곡은 전 세계 순위가 어디까지 올라 갔는지, 콘서트 규모는 어느 정도였는지를 두고 가수별 순위 줄세우기에 들어갔을 겁니다.
그러나 이들의 활동은 팬들을 감질나게 만들었습니다. 그 결과로 오히려 더 많은 이들의 호기심과 열광적인 반응을 만들어냈습니다. 기대하지 않았던 순간, 완벽한 등장만큼 관객을 감동시키는 방법은 없기 때문입니다. 이들은 자신들이 가장 완벽하게 부활할 완벽한 타이밍을 잡은 셈입니다.
<2>위기 대응은 빠르고 전력을 다해
그동안 빅뱅은 많은 구설수들이 있었지만, 컴백할 때 이 구설수들이 다시 등장하지는 않았습니다. 빠르고 전력을 다해 대처해 이미 구설수들을 표면 아래로 가라앉혔기 때문입니다. 위기 대처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빠르고 전력을 다해’ 입니다. 그 속도와 규모는 아무리 빠르고 커도 과하지 않습니다.
빅뱅 승리가 2019년 ‘버닝썬 게이트’의 핵심인물로 지목되자 팀에서 제외시킵니다. 지디는 마약 투약 의혹을 받자 전면 부임하며 초호화 변호인단을 선임합니다. 드라마 ‘더글로리’에서도 “변호사 비용은 아끼는 것이 아니다”고 했습니다.
이들은 2019년 군 생활도 모두 이수하면서 ‘군백기’를 미리 끝내놓기도 했습니다. 오히려 이들의 모범적인 군 활동은 ‘군뱅(군대 빅뱅)’이라는 신조어를 만들기도 했습니다. 이들이 군백기를 가지는 동안 오히려 팬들은 군뱅을 통해 위안을 받고, 새로운 팬도 유입됐습니다. 이들의 군뱅 시절 에피소드는 여전히 통하는 예능 소재입니다. 앞으로 활동에 문제가 될 수 있는 요소들을 모두 제거해 놓았을 뿐만 아니라 더 큰 장점으로 발전시킨 것입니다.
<3>팔 수 있는 추억이 있다는 건 레거시의 장점
지난 1일 인천 인스파이어 아레나에서 열린 태양의 앙코르 콘서트에는 별모양의 빅뱅의 공식 응원봉부터 원형의 태양 응원봉을 든 관객까지 연령대가 다양했습니다. 특히 많은 10~20대 팬들은 내년이면 20주년을 맞이할 그룹의 팬이라고는 믿기지 않을 정도였습니다. 이들 대부분은 지난 11월 마마(MAMA) 어워즈 공연으로 신규 유입된 팬들입니다. 태양 콘서트에 지디와 대성이 게스트로 출연할지도 모른다는 기대감에 올드팬과 뉴비(새 팬)들이 모두 모였습니다.
이날 빅뱅은 이들의 기대를 배반하지 않았습니다. 대성은 히트곡 ‘날 봐 귀순’을 구수하게 선보였고, 지드래곤은 솔로곡 ‘파워’에 이어 다른 멤버들과 빅뱅의 완전체 신곡 ‘홈 스위트 홈’을 선보였습니다.
빅뱅에 새로 유입된 10~20대 팬들은 그룹 세븐틴 등 다른 가수들의 팬이었다고 합니다. 오빠들을 보기 위해 본 시상식 ‘마마’에서 삼촌들에게 빠진 것입니다. 현재 활동하는 가수들 대부분은 빅뱅을 보고 자란 세대입니다. 세븐틴은 공공연하게 빅뱅 팬임을 알리며 회식 자리에서 빅뱅 노래를 부르기도 했습니다. 자신들의 최애 가수들의 입을 통해 전해지던 가수들의 실제 모습을 보고는 팬이 된 것입니다. 버락 오바마의 경제교사였던 앨런 크루거는 책 ‘로코노믹스’에서 “음악 산업만큼 밴드웨건(편승 효과)가 강력하게 작용하는 곳은 없다”고 했습니다.
그리고 그 기대를 부응하게 만들고 기회를 잡은 건 이들의 여전한 실력이었습니다. 3시간의 콘서트를 소화하는 태양은 전성기 시절보다 더 안정된 노래와 춤 실력으로 모두를 감탄하게 했습니다. 지디는 여전히 샤넬 패션쇼에서도 독보적인 패션 감각을 드러냈고, 대성의 위트 있는 입담도 여전했습니다. “해온 짬(경력)이 있는데!”라는 관계자 말 그대로였습니다.
그리고 이들은 추억을 과하지 않으면서 적당히 자극했습니다. 오는 16일 공개되는 지디의 첫 유튜브 ‘굿데이’의 첫 출연진도 무한도전에 함께 출연했던 정형돈입니다. 팔 수 있는 추억이 있다는 것은 좋은 것입니다. 레거시 그룹 만이 가지는 장점이니깐요. 다음달 진행될 지드래곤의 월드 투어, 그리고 이어지는 대성의 공연에 이어 완전체 빅뱅의 월드 투어도 기대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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