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픽=김현국

올해 기업공개(IPO) 공모주 시장의 최대어로 꼽혔던 LG CNS가 상장 첫날인 5일 공모가보다 10% 가까이 폭락해 마감했다. 올해는 예년과 달리 연초부터 공모주 시장이 침체된 데다, 중복 상장 논란 등에서 자유롭지 못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LG CNS 폭락으로 인해 올해는 연초에 공모주 흥행 성적이 준수하다는 말도 깨지고 있다. 이날까지 올 들어 상장한 8종목 중 아스테라시스를 제외하면 LG CNS를 포함해 7종목의 5일 종가가 공모가보다 최대 46% 낮다.

상장 첫날 주가가 폭락하면서 상장 차익을 노리고 공모에 참여했던 개인 투자자의 피해도 우려된다. 한 투자자는 “보통 공모주는 치킨 값은 번다고 했는데, 대기업 상장주도 치킨 값 버는 시대는 끝난 것 같다”고 했다.

그래픽=김현국

◇중복 상장 논란 LG CNS, 상장 첫날 약 10% 하락

LG CNS는 지난달 21~22일 일반 투자자 대상 공모주 청약에서 21조원 넘는 증거금이 모이는 등 흥행에 성공한 올해 공모주 시장의 기대주였다. LG CNS는 1987년 설립된 LG그룹 내 시스템통합(SI) 업체다. 실적만 놓고 본다면 영업이익 4640억원(2023년 기준)을 낸 LG의 ‘알짜 자회사’다.

하지만 상장 첫날 주가가 공모가 대비 9.85% 폭락한 가장 큰 이유는 ‘중복 상장 논란’이다. LG CNS의 최대 주주는 지주사 LG로 49.95%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그런데 모회사인 LG, 자회사인 LG CNS 모두 상장이 되면서 중복 상장 논란이 일고 있다.

지주회사 LG는 작년 초만 해도 밸류업(기업 가치 제고) 기대감으로 10만3500원까지 치솟았지만, 자회사 LG CNS 상장 계획이 구체화되면서 약 30% 하락했다. 이날 종가는 7만2100원이다.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은 “LG CNS 상장으로 그룹 내 모든 주요 자회사들이 상장돼 지주사 LG 주식은 고립될 가능성이 높다”며 “굳이 IPO를 해서 모·자회사 중복 상장으로 인한 디스카운트를 유발할 이유가 있는지 의문”이라고 했다.

과거 LG 계열사가 ‘물적 분할’을 통해 알짜 사업부를 분리시켰던 전력이 있다는 점도 주주들에겐 반발 요소다. 2022년 LG화학이 핵심 부서인 배터리 사업부를 분리해 LG에너지솔루션으로 상장시키자, LG화학 주가는 한 달 만에 16.57% 빠졌다.

다만 이현규 LG CNS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우리는 1987년 미국 EDS와 합작해 만들어진 회사로 지주사 LG에서 물적 분할된 회사가 아니기 때문에 중복 상장한다고 볼 수 없다”고 해명했다.

주가 하락의 두 번째 이유는 상장 때부터 우려됐던 높은 ‘구주 매출’ 부담이다. 통상 신주를 상장하는 게 아니라 이미 발행돼 있는 구주로 자금을 모으는 것은 회사로 자금이 유입되지 않고 기존 주주(투자금 회수)에게 간다는 점에서 악재로 간주된다. LG CNS의 구주 매출 대상 주식은 2020년 4월 맥쿼리자산운용 PE본부가 LG CNS 최대 주주 LG로부터 인수한 3051만9074주(발행 주식 총수의 35.0%)다.

의무 보유를 확약한 기업의 비율이 높지 않은 점도 투자 심리에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 기관 투자자들이 상장 이후 단기간 주식 매각에 나설 수 있기 때문이다. 이날 기관 투자자들은 LG CNS 주식을 1555억원어치, 외국인 투자자들은 292억원어치 순매도(매도가 매수보다 많음)했다.

◇뻥튀기 가격 논란

몸값 대비 높은 공모가도 문제로 지적된다. LG CNS가 외부 고객도 있다고는 하지만, 계열사 매출 비율이 60%에 달한다. 사업 안정성은 높지만, 성장성은 정체돼 있다. 한 여의도 관계자는 LG CNS를 두고 “한 회사의 IT 부서 같은 곳이 시가 총액 5조원이 넘는다는 것이 말이 되느냐”고 말했다.

금감원장 “신규 상장 기업 사후 심사·감리 강화 예정”

이 같은 뻥튀기 가격 논란은 최근 기업 공모주 시장 전반의 문제로도 지적된다. 박종선 유진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최근 IPO 시장은 ‘옥석 가리기’가 심화되면서 공모가 대비 하락세가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기업이 제시한 밸류에이션을 시장이 받아들이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투자자들은 “한국에는 상장 기업이 너무 많다” “기업 대표들이 상장 후 주가 관리에 신경 쓰지 않는다”며 비판했다. 나승두 SK증권 애널리스트는 “결국 투자자들의 관심을 끌 수 있는 사업 영역과 전방 산업의 성장성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한편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이날 국내 상장사 감사를 담당하고 있는 9개 회계법인 최고경영자(CEO)들을 만나 “앞으로 IPO 예정 기업 사전 회계 심사를 확대하고, 상장 후 영업 실적이 급감한 기업 등은 사후 심사·감리를 강화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중복 상장

중복 상장이란 모회사와 자회사가 동시에 주식 시장에 상장된 것을 뜻한다. 모회사가 기존 사업 부문을 분리해 자회사를 만들어 상장시키거나(쪼개기 상장), 이미 상장된 회사가 다른 상장사의 지배 주식을 사들여 양쪽 모두 상장 상태를 유지하는 경우 등이 있다. 모회사 주주들은 그룹 내 핵심 자회사가 별도 상장되면 모회사 주주 가치가 훼손된다고 우려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