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국내 투자자들의 ‘주식 이민’ 현상이 지속되면서 국내 주식 거래 규모가 감소한 반면, 미국을 비롯한 해외 주식 거래 규모는 역대 최고 수준으로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6일 김현정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금융감독원과 미래에셋, 한투, 삼성, 키움, NH, KB, 신한, 토스, 카카오페이증권 등 9개 주요 증권사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작년 주요 증권사의 국내 주식 거래 규모는 6352억5400만 주로, 전년보다 약 13% 줄었다.
반면 해외 주식 거래 규모는 큰 폭으로 늘어났다. 해외 주식 거래 규모는 2022년 593억1000만 주에서 2023년 1124억3500만 주 규모로 약 90% 뛰었고, 작년에는 39% 증가한 1564억1900만 주에 달했다.
한국 주식시장의 투자 성과가 주요국 중 가장 부진하자, 국내 투자자들이 국내 증시를 외면한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한국 대표 지수인 코스피는 9.4% 하락했는데 같은 기간 미국 S&P500 지수는 26.6%, 나스닥지수는 33.4% 상승했다.
활발한 해외 주식 거래에 힘입어 대형 증권사들의 실적은 크게 개선됐다. 해외 주식은 환전과 매매 수수료 등이 발생하는데, 국내 주식보다 거래 비용이 3~4배 높아 증권사 입장에선 ‘효자 상품’으로 꼽힌다. 9개 주요 증권사의 지난해 환전 수수료 수익은 2696억5900만원으로, 전년 대비 2배로 급증했다.
미래에셋, 한국투자, 삼성, 키움 등 주요 증권사들은 지난해 영업이익 1조원을 돌파하며 ‘1조(兆) 클럽’에 이름을 올릴 전망이다. 이들 증권사가 ‘1조 클럽’에 재진입하는 것은, 동학개미 운동으로 주식 투자 열풍이 불었던 지난 2021년 이후 3년 만이다.
박혜진 대신증권 연구원은 “일부 증권사는 해외주식 관련 수입이 국내 주식을 추월할 정도로 크게 늘어났다”면서 “다만 해외주식 수수료 무료 이벤트 등 경쟁이 심화되고 있어 수익성에는 부담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