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 신모(30)씨는 최근 만기가 돌아오는 정기예금의 만기를 앞두고 새로 가입할 금융 상품을 알아보다가 심란해졌다. 예금 금리가 연 3% 선에도 못 미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그는 약 1년 전 2200만원 정도를 연 4.3%를 주는 정기예금에 넣었는데, 오는 3월이면 이자 90여 만원을 더해 약 2300만원의 돈이 생긴다. 신씨는 “돈을 잃을까 봐 불안해 주식이나 코인도 잘 안 하고 예적금만 주로 가입하는데, 금리 1%가 아쉬운 상황에서 은행들이 이제 예적금 금리를 내리기 시작하는 것 같아 걱정”이라고 말했다.

최근 저축은행, 인터넷전문은행, 시중은행 등 가릴 것 없이 예금 금리를 인하하면서 ‘연이율 3%’ 벽이 깨지자, 예테크(예금과 재테크의 합성어)족들 사이에서는 불만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2023년 연 4~5% 예금에 가입했던 예테크족들이 지난해 하반기부터 기준금리 인하와 시중금리 하락세가 본격화되자 웃지 못할 상황에 놓인 것이다.

그래픽=김현국

◇저축은행 6개월 예금, 금리 연 2% 후반

시중은행보다 금리가 다소 높아 예테크족들이 선호하는 저축은행, 인터넷전문은행의 금리는 최근 들어 연 3% 선이 잇달아 깨지고 있다.

6일 저축은행중앙회에 따르면 이날 기준 국내 79개 저축은행의 6개월 만기 정기예금 평균 금리는 연 2.89%로 집계됐다. 최근 1년 동안 저축은행 6개월 만기 정기예금 금리 추이를 보면 지난달 14일까지는 가까스로 연 3% 선을 유지하다가, 지난달 15일부터 연 2.97%를 기록하며 ‘연이율 3%’의 벽이 깨졌다. 저축은행권의 6개월 정기예금 평균 금리가 연 2%대로 떨어진 것은 분기 말 기준으로 보면 2023년 2분기(3~6월) 이후 약 1년 반 만이다. 저축은행의 만기 12개월짜리 정기예금 금리도 이날 기준 연 3.16%로 가까스레 연 3%에 턱걸이 중이다.

인터넷전문은행들도 예금 금리가 연 3% 선에서 움직이고 있다. 케이뱅크는 지난 1일부터 코드K 정기예금 12개월 만기 금리를 연 3.00%에서 연 2.90%로 낮췄다. 카카오뱅크는 12개월 만기 정기예금 금리를 기준으로 연 3.10%를 준다. 토스뱅크는 6개월 만기 상품 기준 연 3%를 준다.

KB국민·신한·하나·우리은행 등 4대 시중은행의 경우에도 우대 금리 요건을 모두 충족해야 연 3%를 가까스로 받을 수 있는 수준이다. 이날 은행연합회 공시에 따르면, 4대 은행 모두 우대 금리 포함 12개월 만기 정기예금의 최고 금리는 연 3%였다. 기본 금리는 우리은행이 연 3%로 가장 높았다. 하나은행이 연 2.6%, 신한과 국민이 연 2.4%를 주고 있다.

◇투자처 찾아 눈 돌리는 예테크족

예금 금리 하향 추세가 분명해지자, 이런 금리 수준에 만족하지 못한 예테크족들은 예금을 떠나 대안 투자처를 찾아 나서고 있다. 4대 시중은행에 NH농협은행까지 포함한 5대 은행의 1월 말 정기예금 잔액은 922조2998억원으로 한 달간 4조7918억원 줄었다. 정기예금 잔액은 지난해 5월 이후 7개월 연속 증가세를 이어가다, 12월 감소세로 돌아섰고 2개월 연속 감소하고 있는 것이다. 12월 한 달간 정기예금 잔액은 21조1285억원이나 급감했다.

여윳돈을 6개월이나 1년씩 정기예금에 묶기보다 짧게 굴리려는 경향도 늘어나고 있다. 단기 자금이 주로 들어오는 MMF(머니마켓펀드)는 5일 현재 209조9086억원으로 작년 말의 166조9597억원보다 43조원 가까이 불어났다. 주식 투자 대기 자금도 늘고 있다. 6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 4일 투자자 예탁금은 57조7532억원으로 작년 말(54조2427억원)보다 3조원 넘게 늘었다. 투자자 예탁금이란 투자자가 주식을 사기 위해 증권사 계좌에 넣어둔 투자 돈을 뜻한다.

새롭게 가상 자산 시장 등으로 눈을 돌리는 투자자도 많다. 사회 초년생 박모(25)씨는 “그동안 예금만 가입했었는데, 주변 친구들은 코인이나 주식 등으로 돈을 벌었다”며 “예금 금리도 낮아지는 것 같고 이 김에 주식을 공부해볼까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