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당 수익이 높은 해외 ETF(상장지수펀드)는 절세계좌(ISA·연금계좌) 대신 일반 계좌에서 직접투자하는 것이 유리해졌다. 그동안 절세계좌에서 해외 ETF에 투자하는 수요가 많았는데, 정부가 해외 납부 세액에 대한 공제 방식을 바꾸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해외 ETF에서 나오는 배당금에 대한 절세와 복리(複利)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면 굳이 장기간 돈을 묶어놔야 하는 연금계좌에서 투자할 필요가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조언이다.
강진혁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7일 “정부의 세제 개편에 따라 절세계좌에서 해외 배당 ETF에 투자할 때 과세이연, 이에 따른 복리효과가 위축될 수밖에 없다”며 “해외 ETF에 대한 직접투자를 늘리는 것이 좋다”라고 밝혔다.
그동안 절세계좌에서 미국 ETF를 매수하는 것은 투자 성공 방정식으로 여겨졌다. ‘코리아 디스카운트’가 굳어진 국내 상장사와 달리 꾸준히 성장하는 미국 상장사 주가는 계속 상승하고 안정적인 배당 이익도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ISA나 연금계좌에서 투자하는 경우 복리효과가 쏠쏠했다. 미국 ETF에서 배당금을 받으면, 그동안에는 미국 정부가 원천 징수한 배당소득세(세율 15%)를 국세청이 먼저 환급해 줬다. 이후 분배금을 받을 때 국내 세율(14%)에 맞춰 세금을 냈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중개형 ISA에서 투자하는 자산 중 국내 주식이 34%, 해외 투자형 ETF가 31%를 차지한다.
그런데 올해부터 정부가 과도한 세제 혜택을 바로잡겠다며 미국에서 징수한 세금을 먼저 환급해 주는 절차를 폐지하면서 절세계좌의 가장 큰 매력이던 과세이연 혜택이 사라지게 됐다.
투자 자산 내 대규모 ‘머니무브’ 현상도 나타나고 있다. 정부가 해외 납부 세액 공제 방식을 바꿨다는 소식이 4일 전해진 이후 5~6일 이틀 동안 개인은 미국배당다우존스 대표 ETF 4종(KODEX·TIGER·SOL·ACE)을 300억원 순매도했다.
이들 ETF는 지난달까지만 해도 개인의 순매수 금액이 하루 100억원 안팎이었다. 특히 미국배당다우존스 ETF 중 규모가 가장 큰 미래에셋의 ‘TIGER 미국배당다우존스’에선 210억원의 자금이 빠져나갔다.
업계 관계자는 “절세계좌에서 매수하던 해외 ETF를 청산하는 움직임이 그대로 포착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문제는 여기서 빠져나온 자금이 갈 길을 찾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안정적인 노후 소득을 축적한다는 절세계좌의 본래 목적을 고려하면 배당 투자가 가장 적합하지만, 국내 주식형 ETF는 연금계좌를 통해 투자하면 오히려 손해다. 국내 주식형 ETF의 매매차익은 일반 계좌에선 비과세지만, 연금 계좌에서는 연금소득세를 내야 하기 때문이다.
업계에서는 절세 계좌에서 국내 주식에 투자할 때 연금소득세를 감면하는 방식의 세제 혜택이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정부가 해외주식형 토털리턴(TR) 상장지수펀드(ETF)의 이자·배당에 대해 매년 과세하겠다는 방침을 발표하면서 국내 증시 활성화를 위해 국내 주식형 TR ETF는 과세 대상에서 제외했는데 절세계좌의 ETF 투자도 이 아이디어를 활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