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6월 일본 오사카에서 열린 G20 정상회의에서 만난 도널드 트럼프(왼쪽) 당시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조선DB

지난주(2월 3일~7일) 국내 주식시장은 소폭 상승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시작한 ‘관세 전쟁’ 공포에서 다소 벗어난 영향이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다시 관세 전쟁에 불씨를 붙였다. ‘상호 관세’ 부과를 예고한 것인데, 이에 따라 이번주 증시의 변동성이 커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정신아 카카오 대표와 챗GPT 개발사 오픈AI의 샘 올트먼 최고경영자(CEO)가 지난 4일 전략적 제휴 체결 공동 기자간담회에서 대담을 나누고 있다./뉴스1

트럼프 대통령이 동맹국인 캐나다와 멕시코에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나서자 설 연휴 직후 크게 출렁인 국내 증시는 2월 첫째 주, 안정을 되찾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3일 저스틴 트뤼도 캐나다 총리, 클라우디아 셰인바움 멕시코 대통령과 통화한 뒤 관세 부과 시점을 한 달 미루는 내용의 협상안을 내놓았다.

관세 전쟁이 당장 현실화되지 않은 것이라는 기대와 샘 올트먼 오픈AI 최고경영자(CEO)의 방한이 국내 증시에 훈풍을 불어넣었다. 지난 4일부터 6일까지 코스피 지수는 1%대 상승을 이어갔고, 코스닥 지수도 1~2%대 올랐다. 7일 코스피 지수는 0.58% 하락한 2521.92로 이번 주 거래를 마무리했다. 코스닥 지수는 0.35% 오른 742.90포인트였다.

다만 외국인 투자자의 매도세는 이어졌다. 지난 주 외국인은 국내 주식 3132억원어치를 순매도했다. 국내 증시가 흔들린 지난 3일 하루 동안에만 9736억원어치를 순매도했다. 이후 3거래일은 연속 순매수했지만, 3일 하루 팔아치운 양을 만회하기엔 역부족이었다. 외국인이 가장 많이 순매도한 종목은 삼성전자(2736억원)였다.

이번 주에도 가장 주목해야 할 이슈는 관세 전쟁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상호 관세’를 언급하면서 불씨가 재점화됐기 때문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10일이나 11일, 상호 관세에 대해 발표하겠다고 밝혔다.

미국과 중국 간 관세 전쟁이 어떤 양상으로 흐르는지 살펴봐야 한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주석이 10일 이전에 협상에 나설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앞서 중국은 미국의 관세 부과에 반격에 나섰다. 미국의 관세 정책에 반발하며 오는 10일부터 미국산 수입품 일부에 10~15%의 관세를 추가로 부과하겠다고 했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중국이 미국과의 협상 시한을 열어둔 것이라는 평가가 중론”이라며 “추가 관세와 수출 통제 품목은 미국에 치명적이지 않은 수준”이라고 말했다. 관세 발효가 예정된 10일 이전에 미국과 중국이 협상에 이르면 세계 증시는 상승 탄력을 받을 수 있다.

반면 미중 간 협상이 불발될 경우 불확실성이 확대될 수 있다. 박석중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중국의) 비교적 온건한 수위의 보복 조치에 G2 간에 합의가 이뤄질 것이라는 기대가 우세하지만 캐나다, 멕시코와 달리 대중국 수입품은 소비재 비중이 작아 추가 관세가 부과될 가능성을 염두에 둬야 한다”며 “보복 관세가 가시화된다면 재차 변동성이 확대될 수 있다”고 봤다.

이번 주 미국의 경제지표에도 주목해야 한다. 우선 12일 밤(한국 시각)에는 미국 소비자물가지수(CPI)가 발표된다. 13일에는 미국 1월 생산자물가지수(PPI), 14일에는 미국 1월 소매판매 지표가 발표될 예정이다.

전문가들은 미국 물가 지표가 예상에 부합하거나 하회할 경우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Fed) 통화정책에 대한 시장 신뢰가 높아질 것이라 내다보고 있다.

관세 전쟁이 격화되면 수출 관련 업종은 부진할 수밖에 없지만, 그래도 투자 기회는 있다. 전문가들은 소프트웨어 업종을 추천한다.

강진혁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AI 하드웨어의 막대한 자본지출(CapEx)에 의구심이 생기며 소프트웨어의 활용으로 무게 중심이 이동하고 있다”며 “관세전쟁이 수출 주력 제품에는 부담으로 작용하지만 제품이 아닌 소프트웨어·엔터 업종에 대한 기대는 유효하다”고 설명했다. 최근 외국인 매수세도 소프트웨어·미디어·교육·엔터 업종 중심으로 이어지고 있다.

미국에서도 소프트웨어 업종이 주도권을 잡기 시작했다. 특히 데이터분석 소프트웨어 기업 팔란티어는 4분기 어닝 서프라이즈를 기록해 주가가 20% 넘게 뛰었다. 김성환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소프트웨어 업종이 실적 시즌을 계기로 주도권을 확실히 차지했다”며 “이번 주에 예정된 소프트웨어·플랫폼 실적들이 호재로 적용할 것”이라고 했다.

또 전문가들은 미국의 동맹 파트너로서 언급되는 조선·방산·전력기기 업종도 살펴봐야 한다고 했다.

한편 다음 주에는 방산과 게임, 미디어컨텐츠, 소프트웨어 대표주의 실적 발표가 예정돼 있다. 한화오션, 한화에어로스페이스, 두산밥캣, 크래프톤, 엔씨소프트, 컴투스, CJ ENM, 스튜디오드래곤, 카카오 등이 실적을 내놓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