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시장에는 ‘피를 머금은 꽃이 붉게 핀다’는 말이 있다. 주식시장이 크게 하락한 후에 오히려 좋은 투자 기회가 찾아올 수 있음을 의미한다.
어쩌면 2025년이 이런 오랜 속설을 증명하는 한 해가 될지도 모른다. 지난해 21.7% 하락하며 ‘전 세계 꼴찌 수익률’이라는 불명예를 안았던 코스닥 시장이 올해 들어 뚜렷한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9일 인베스팅닷컴에 따르면, 한국 코스닥은 올해 8일까지 9.5% 상승해 전 세계 주요 43개 지수 중 2위를 차지했다. 1위는 폴란드(WIG20, 13.5%)였고 3위는 독일(DAX, 9.4%)이었다. 코스피는 올해 5.1% 올라 16위였고, 미국 나스닥지수는 1.1% 상승에 그쳤다.
✅로봇과 유리기판 테마가 반등 주도
지난해 코스닥은 ‘헬스닥(hell+코스닥)’이라는 별명이 붙을 정도로 쑥대밭이었다. 그런데 올해 코스닥은 180도 달라진 모습이다. 로봇과 반도체 유리기판 등 미래 시장 확대가 기대되는 성장주들이 반등세를 이끌고 있다.
9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코스닥 시장에서 올해 주가가 가장 많이 오른 종목은 로봇용 액추에이터(근육 관절 장치)를 생산하는 하이젠알앤엠(210%)이다. 그다음은 레인보우로보틱스(191%), 필옵틱스(142%), 에스피시스템스(140%), 클로봇(130%) 순이다.
코스닥 상승률 상위 5개 종목 중 필옵틱스를 제외한 4개가 전부 로봇 관련주다. 황산해 LS증권 연구원은 “삼성전자의 레인보우로보틱스 자회사 편입을 계기로 로봇주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면서 “로봇 테마는 2차전지와 달리 찬반 논쟁이 덜한 영역이기에 정부 지원이나 국가 간 경쟁 등을 소재로 당분간 주도 테마일 것”이라고 말했다.
필옵틱스는 유리기판 관련주로 주목받으며 주가가 급등했다. 지난 7일엔 4만4400원에 마감하면서 2017년 상장 이후 역대 최고가를 찍었다. 시가총액도 1조원을 돌파했다.
유리기판은 인공지능(AI) 칩과 같은 고성능 반도체에 사용되는 핵심 부품이다. 김주형 그로쓰리서치 연구원은 “고성능 AI 반도체 수요가 증가하면서 반도체 패키징 기술의 혁신이 요구되고 있다”면서 “유리기판은 기존 수지 계열 기판의 한계를 극복할 대안으로 주목받고 있다”고 말했다. 유리기판이 열과 휘어짐에 내구성이 높아서 반도체 패키징 성능을 향상시킬 수 있는 차세대 기술로 평가된다는 것이다.
✅조금씩 회복하는 코스닥 거래 대금
“미국 주식 하려고 작년 말에 오래 보유하던 코스닥 종목들 전부 손절했는데, (팔고 나니) 계속 오르네요.”(40대 회사원 이모씨)
올해 코스닥 시장 상승세는 개미 군단의 스마트 머니가 주도하고 있다. 장세 변화에 따라 빠른 속도로 움직이며 고수익을 노리는 자금이다.
9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올해 들어 개인은 2675억원 규모의 순매수를 기록했다. 반면 기관 투자자는 1855억원어치 순매도했고, 외국인은 소폭 순매수(300억원)에 그쳤다.
시장 눈높이가 낮아져 있던 만큼 악재보다는 호재에 더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지난해 주가 하락이 과도했다는 인식이 퍼진 가운데 저가 매수세가 유입되면서 거래도 활발해지고 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2월 들어 코스닥 시장의 하루 평균 거래 대금은 8조4801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지난해 12월(6조5438억원)과 올해 1월(6조9389억원)에 비해 20% 증가한 수준이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연초에는 주로 미래 성장성이 높은 산업을 중심으로 코스닥이 강세를 보인다”면서 “코스닥은 개인 투자자 비율이 높아 기업 실적보다는 매수·매도 수급에 더 민감한데, 지난해 주가 하락으로 신용 물량이 소진되면서 반등의 힘을 받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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