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국민·신한·하나·우리 등 국내 4대 금융지주가 지난해 16조원이 넘는 순이익을 내며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지난해 서울 등 수도권 집값이 뛰면서 대출 수요가 폭증해 금융그룹의 핵심 계열사인 은행을 중심으로 이자 이익이 늘어난 영향이다. 이자 이익 의존이 여전히 높아 손쉬운 ‘이자 장사’로 돈을 번다는 비판이 나온다.

◇4대 금융 역대급 실적, KB는 ‘5조 클럽’ 입성

9일 금융권에 따르면, 4대 금융지주의 작년 순이익은 16조4205억원으로 전년(14조8908억원)보다 약 10% 늘었다. 기존 최대였던 2022년(15조4904억원)보다 9000억원가량 늘며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KB금융은 순이익이 지난해 5조782억원으로 전년보다 10.5% 증가하며 금융지주 1위 자리를 지켰다. 또 국내 금융지주 중에서 최초로 순이익이 5조원을 넘어서면서 ‘5조 클럽’에 입성했다.

2위 신한금융의 지난해 순이익은 전년 대비 3.4% 증가한 4조5175억원이었다. 역대 최대였던 2022년 순이익(4조6423억원)에서 신한투자증권 사옥 매각에 따른 일회성 이익(3220억원)을 빼면 사실상 최고 실적이다.

하나금융 순이익도 지난해 3조7388억원으로 전년보다 9.3% 늘어나 역대 최대 실적을 거뒀다. 우리금융도 순이익이 지난해 3조860억원으로 전년보다 23.1% 늘었다.

그래픽=김의균
그래픽=김의균

◇은행 이자 이익이 견인

금융지주의 실적 개선을 이끈 것은 이자 이익이다. 금융그룹의 이자 이익은 카드, 보험사 등 비은행 계열사도 기여하지만, 대부분은 핵심 계열사인 은행에서 나온다.

지난해 4대 은행의 이자 이익은 약 34조3600억원으로 전년의 33조6200억원보다 2%가량 늘었다. 은행별로 보면 KB국민은행이 10조2240억원으로 가장 많았고 신한은행(8조8370억원), 하나은행(7조7380억원), 우리은행(7조5660억원) 순이었다.

이에 힘입어 4대 금융지주가 지난해 거둬들인 이자 이익은 41조8760억원으로 전년(40조6208억)보다 3%가량 늘었다. 비이자 이익도 전년 10조4950억원에서 지난해 10조9400억으로 늘어나긴 했지만, 이자 이익의 4분의 1 수준이다.

통상 금리 인하기에 접어들면, 은행의 대출금리도 떨어지기 때문에 은행의 수익성은 나빠지게 된다. 하지만 지난해에는 서울 등 수도권 집값이 뛰면서 매매가 늘어나자 주택담보대출을 중심으로 은행권 가계대출이 크게 늘어나면서 이자 이익을 크게 낼 수 있었던 것으로 분석된다. 또 은행 예금 금리는 내려갔지만, 은행의 대출 금리는 금융 당국이 가계 부채 관리 등을 이유로 하락을 막으면서 예대마진(대출과 예금금리 차이)이 확대된 것도 은행 이자 이익이 늘어난 이유다.

김병환 금융위원장은 지난달 22일 “지난해 기준금리를 두 차례 인하했음에도 가산금리 인하 속도나 폭이 충분히 반영되지 않은 측면이 있다”며 “은행이 새해 기준금리가 떨어진 부분을 반영해야 할 시기라고 생각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막대한 이익에도 지점은 폐쇄

금융그룹이 은행 이자 이익 확대로 막대한 이익을 내고 있지만, 은행의 오프라인 지점 폐쇄가 지속되면서 고령층 등 금융 소외 계층의 불편이 지속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주요 시중은행들은 모바일뱅킹 이용 증가와 비용 절감을 이유로 지점 통폐합을 추진하고 있다.

9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신한·하나·우리 등 4대 은행의 총 영업점 수는 작년 말 2779개로 전년 말(2827개) 대비 48개 줄었다. 올 들어서도 지점 폐쇄는 지속돼 이날 기준 2726개로 올 들어 53개 감소했다. 1년여 사이에 100개 넘게 줄어든 것이다.

하지만 디지털에 익숙하지 않은 고령자나 장애인, 비도심 거주자 등이 쉽게 은행을 이용할 수 없게 된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작년 11월 ‘금융 접근성 제고를 위한 금융권 공감의 장’ 행사에서 “금융권이 디지털 전환과 비용 절감에 집중하며 물리적 점포 등은 축소하는 경향을 보이는데, 이 과정에서 고령자·장애인·비도심 거주자 등 취약한 금융 소비자의 금융 거래 환경이 나빠지고 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