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러스트=챗GPT 달리3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시작한 관세 전쟁이 본격화하자 개인 투자자들이 국내 증시 하락에 베팅하고 있다. 관세 전쟁이 격화되면 수출 비중이 큰 국내 상장사의 주가가 하락할 것으로 보고, 증시가 하락할 때 이익을 내는 인버스 ETF(상장지수펀드)에 투자하고 있는 것이다. 개인 투자자가 이달 순매수한 인버스 ETF 규모는 1000억원이 넘는다.

트럼프 미 대통령은 10일(현지 시각) 미국으로 수입되는 모든 철강과 알루미늄 제품에 대한 25% 관세 부과를 발표하고, 10일 혹은 11일 다수 국가에 ‘상호 관세’도 부과하겠다고 밝히며 관세 전쟁을 확대하고 있다.

11일 코스콤 체크에 따르면, 지난 10일 개인 투자자가 가장 많이 순매수한 종목은 코스피200 지수의 일별 수익률을 역(逆)으로 2배 추종하는 ‘KODEX 200선물인버스2X’(200억원)으로 나타났다. 개인은 이달(3~10일) ‘KODEX 200선물인버스2X’와 ‘KODEX 코스닥150선물인버스’ ETF를 총 1068억원어치 순매수했다. 지난달 두 ETF를 1019억원 규모로 사들였는데, 이달 6거래일 만에 그 이상을 더 순매수하며 증시 하락에 공격적으로 투자하는 것이다.

반대로 국내 증시 상승에 투자하는 ‘KODEX 레버리지’ 등 ETF 6종은 같은 기간 1871억원 순매도했다. 지난달(5544억원 순매도)보다는 매도세가 덜하지만, 여전히 ‘팔자’ 기조를 유지 중이다.

개인 투자자들이 국내 증시가 하락할 것으로 예상한 이유는 관세 전쟁 때문이다. 트럼프 미 대통령이 중국을 상대로 시작한 관세 전쟁을 전 세계로 확대하자, 우리 증시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전문가들은 대미 수출 의존도가 높은 업종의 타격이 클 것으로 분석했다. 지난해 한국의 대미 무역수지 흑자 규모는 전년 대비 25% 증가한 557억달러로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태윤선 KB증권 연구원은 “트럼프의 철강·알루미늄 관세 부과는 포스코홀딩스, 현대제철 등 철강업계에 부정적”이라며 “향후 고율 관세 우려를 고려하면 멕시코에 TV 생산 공장을 보유한 삼성전자와 LG전자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반복되는 관세 이슈가 국내 증시엔 큰 영향이 없을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전날 코스피 지수는 철강 및 상호관세 발표에도 0.03% 하락하는 데 그쳤고, 코스닥 지수는 1% 가까이 상승 마감했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상호관세는 미국과 자유무역협정(FTA) 체결로 상호 간 관세를 면제 중인 한국에 미치는 영향이 제한적”이라며 “과거 철강 특별 관세 조치 역시 한국 등 FTA 국가들은 수입 쿼터제로 면세됐다”고 말했다.

업종별 차별화 전략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있다. 태윤선 연구원은 “향후 어떤 형태로 상호관세 부과가 진행될지 중요한 쟁점이 될 것”이라며 “단기적으로 인공지능(AI) 관련 소프트웨어 및 서비스, 엔터테인먼트, 로봇 등 관세 전쟁에서 상대적으로 자유로운 업종에 관해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