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가상자산 거래소 업비트. /뉴스1
서울 강남구 빗썸 라이브센터./뉴스1

국내 1위 가상자산거래소 업비트의 가상자산사업자(VASP) 자격 갱신이 늦어지고 있다. 업비트가 고객확인제도를 위반하고 자금세탁방지 의무를 다하지 않은 혐의에 대해 금융 당국의 제재심의위원회를 진행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번 제재심의 핵심 쟁점은 미신고사업자와의 거래인 것으로 알려졌다. 업비트는 최근 발 빠르게 자금세탁방지(AML) 관련 규제를 확대했으며 빗썸도 이를 고려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11일 가상자산업계에 따르면 전날 오후 금융정보분석원(FIU)의 업비트 3차 제재심이 열렸다. 이번에도 결과는 정해지지 않았으나, 지난주에 이어 매주 심의를 진행 중이다. 업비트의 주요 혐의는 고객확인제도(KYC) 미준수 및 AML 위반 여부다. 특히 지난 두 차례 제재심에서 AML과 관련해 미신고 가상자산사업자의 거래 건수가 특히 문제가 된 것으로 나타났다.

특정 금융거래정보의 보고 및 이용 등에 관한 법률(특금법)은 제6조 3항을 통해 국내 거래소가 해외 미신고사업자와 영업 목적으로 거래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다. 해외 미신고사업자란 특금법상 사업자 신고를 하지 않고서 한국어 홈페이지나 한국인 대상 서비스를 제공하는 사업자로, 이들과의 거래는 자금세탁 및 테러자금조달방지 규제에 위반될 수 있다. 현재 당국은 쿠코인(KuCoin), 멕스씨(MEXC), 페맥스(Phemex) 등을 해외 미신고사업자로 분류하고 있다.

이와 함께 특금법은 가상자산사업자가 ‘트래블룰’을 준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트래블룰은 국제자금세탁방지기구(FATF)가 제정한 규제로, 100만원 이상의 가상자산을 거래할 경우 송·수신자의 정보를 공유하는 것을 의무화한 제도다. 거래소들은 이를 위해 베리파이바스프(VerifyVASP) 등 트래블룰을 지키기 위한 설루션을 도입하고 잘 지켜왔다.

그러나 문제가 된 건 100만원 미만의 가상자산 거래다. 100만원 미만의 거래는 트래블룰의 적용 대상이 아니다. 따라서 송수신자의 정보가 확인되지 않아도 거래가 이뤄져왔다. 그런데 이번 업비트 조사 중 100만원 미만의 거래 내역 중 해외 미신고사업자와의 거래 등이 발견되면서 문제가 생겼다. 이론상으로는 마음만 먹으면 소액 거래를 여러 차례 반복하면서 자금세탁이 가능했던 것이다.

업비트는 2차 제재심이 끝난 바로 다음 날인 6일 오후, 100만원 미만의 거래에 대해서도 규제를 확대하겠다는 내용을 공지했다. 핵심은 업비트에서 확인된 주소나 트래블룰 설루션을 통해 출금한 주소가 아닌, 입금처가 확인되지 않은 가상자산은 원화로 출금을 제한한다는 것이다.

더욱이 업비트 외 빗썸, 코인원, 코빗까지 고팍스를 제외한 국내 원화거래소들은 일제히 해외 미신고사업자 관련 거래내역이 발생한 것으로 알려졌다. 업비트 다음으로 거래 점유율이 높은 빗썸은 최근 당국의 분위기에 따라 트래블룰 확대를 “내부적으로 검토 중에 있다”고 밝혔다.

이번 업비트 제재 수위는 다른 거래소들의 제재에도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되면서, 국내 가상자산거래소 사업자들은 업비트의 제재심 결과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최근 금융 당국이 해외 미신고사업자와의 100만원 미만 거래를 여러 거래소에서 대거 적발해, 국내 모든 거래소 사업자들은 미신고 사업자와의 거래 규정을 강화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