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러스트=챗GPT 달리3

정부의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 발표 이후 4대 금융지주 가운데 가장 가파른 주가 상승률을 기록하던 KB금융이 최근 주춤하고 있다. KB금융이 내놓은 주주환원 규모가 시장 기대치에 못 미친 영향으로 보인다. 우리금융지주는 상대적으로 선방하고 있다.

KB금융 주식은 11일 코스피시장에서 8만42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지난 4일 종가 9만1300원을 고점으로 5거래일 만에 7.8%(7100원) 하락했다. 같은 기간 우리금융지주는 4.6% 올랐다. 하나금융지주와 신한지주의 낙폭도 각각 -1.5%, -3.7%로 KB금융보다 작았다.

KB금융의 주주환원이 기대보다 작았던 점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연말 종가 기준 연간 배당수익률을 따져보면 KB금융지주는 3.82%다. 신한지주 4.53%, 하나금융지주 6.33%, 우리금융지주 7.8% 등보다 낮다.

KB금융이 상대적으로 자사주 매입·소각을 통한 주주환원에 적극적인 측면이 있지만, 올해 상반기 자사주 매입·소각 규모는 5200억원으로 정해졌다. 시장이 예상했던 KB금융의 자사주 매입·소각 규모인 5789억원에 못 미쳤다. 시가총액 대비 자사주 매입·소각 비중도 KB금융이 1.45%인 반면, 하나금융지주가 2.25%로 오히려 더 높았다. 우리금융지주 1.28%와도 격차가 크지 않았다.

KB금융이 시장 눈높이에 못 미치는 주주환원 정책을 내세운 이유는 보통주자본(CET1) 비율이 하락했기 때문이다. KB금융지주의 지난해 말 CET1 비율은 13.51%로 같은 해 9월 말(13.84%)보다 0.33%포인트 하락했다.

미국 달러화 대비 원화 환율(원·달러 환율) 상승 등의 영향을 고려해도 다른 금융지주에 비해 하락 폭이 컸다. 같은 기간 신한지주와 하나금융지주의 CET1 비율은 0.1%포인트, 0.04%포인트 내리는 데 그쳤고, 우리금융지주는 오히려 0.08%포인트 늘었다.

CET1 비율은 은행의 재무 건전성을 나타내는 지표로, 기업이 주주환원에 쓸 수 있는 재원을 보여준다. KB금융은 연말 CET1 비율 중 13%를 초과하는 자본을 이듬해 주주환원에 사용하는 데, CET1 비율이 줄면서 그만큼 주주환원에 쓸 돈도 감소했다.

증권사들은 주주환원과 관련해 KB금융에 대한 기대가 컸던 만큼, 실망도 클 수 있다고 평가했다. 최정욱 하나증권 연구원은 “KB금융의 올해 상반기 자사주 매입·소각 규모가 시장의 높은 기대치에 비해 아쉬움이 크다”며 “CET1 비율 상향을 위한 관리 노력이 다른 금융지주사에 비해 부족했던 것 같다”고 했다.

김도하 한화투자증권 연구원도 “KB금융의 CET1 비율 13.51%는 예상보다 낮은 수준”이라며 “상반기 자사주 매입·소각 규모도 기대보다 적다”고 했다.

KB금융의 올해 6월 말 CET1 비율이 앞으로 관건이 될 전망이다. KB금융은 6월 말 CET1 비율 13.5%를 초과하는 만큼 하반기 주주환원 재원으로 사용한다. 나민욱 DB금융투자 연구원은 “KB금융이 위험가중치(RW) 완화안을 반영하지 않았는데 앞으로 원·달러 환율 하락 시 자본비율 상승 효과를 노린 것으로 보인다”며 “RW 완화안 적용 등을 고려하면 하반기 추가 자사주 매입·소각을 기대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