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촉발한 관세 전쟁으로 미국을 제외한 글로벌 주식 시장이 타격을 받을 것이란 전망이 많았지만, 예상과 달리 글로벌 시장은 큰 충격 없이 차분한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 이에 글로벌 주식 시장이 트럼프 관세에 내성이 생긴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트럼프 관세의 첫 타깃이 됐던 멕시코 증시는 연초 대비 6.9% 상승했고, 캐나다 증시도 4% 안팎의 상승세를 기록하고 있다. 같은 기간 미국 주식시장보다 상승률이 높다. 유럽 주식 시장은 폴란드, 독일, 헝가리 등이 10% 넘게 상승했다.

한국 증시도 아직은 견고한 흐름을 보이고 있다. 지난해 전 세계 꼴찌 수익률을 기록했던 코스닥은 올해 10% 넘게 오르면서 43개 주요 지수 중 2위 상승률을 뽐내는 중이다. 최근 5거래일 연속 상승하던 코스닥 지수는 차익 실현 물량이 나오면서 11일에는 0.01% 하락한 749.59에서 마감했다. 코스피도 연초 이후 5.82%(11일 기준)의 상승세다.

그래픽=양진경

허재환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시장은 트럼프 관세 부과를 아직까진 협상용이라고 여기고 있다”면서 “취임 초기이기 때문에 경기에 치명적일 만큼의 관세 압박까진 하지 않을 것이라고 예상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전문가들은 트럼프발 관세 전쟁이 격화되면 글로벌 주식 시장이 크게 출렁일 수 있는 위험이 상존하고 있다는 점에는 유의해야 한다고 하고 있다.

◇한국 코스닥 올 들어 글로벌 상승 2위

11일 여의도 증권가에는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정책 여파와 관련된 보고서들이 쏟아졌다. 지난해 북미 시장에서 정보기술(IT)·전기전자, 제약·바이오 등 한국 주요 기업들의 매출이 20% 증가한 만큼,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정책이 본격화하면 한국 기업 실적에 상당한 영향이 있을 것이란 내용이 많았다. 관세가 부과되면 제품 가격이 비싸지기 때문에 경쟁력을 잃게 되고 수요도 둔화할 수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모든 철강과 알루미늄 수입품에 25%의 관세를 부과하고, 자동차, 반도체, 의약품 등 산업 부문별 관세에 대해서도 강한 의지를 보이고 있다. 트럼프 관세가 한국 경제에 미칠 영향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지만, 당장 국내 주식 시장에는 별 영향이 없었다. 오히려 협상용 카드로 보는 낙관론이 우세하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트럼프 대통령이 관세를 부과하는 명분은 미국 제조업 강화이지만, 미국 현지 내부에서도 인플레이션과 동맹 관계 약화, 산업 공급망 피해 등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멕시코·캐나다 증시 성과, 美 앞질러

막판 협상으로 피하긴 했지만 25% 관세 폭탄 대상이었던 캐나다와 멕시코도 올해 주식시장과 환율은 양호하다.

11일 유진투자증권에 따르면, 멕시코와 캐나다 주식시장은 올해 각각 7%, 4% 안팎 상승률을 보였다. 같은 기간 미국 대표 지수인 S&P500(3.1%), 나스닥(2.1%) 상승률보다 높다.

멕시코 페소와 캐나다달러 가치는 지난 11월 미국 대통령 선거 이후 2~3% 하락했지만, 올해 들어서는 0.5~1% 올랐다. 허재환 연구원은 “지난 2018~2019년 미·중 관세 분쟁이 한창일 때 중국 위안화와 한국 원화가 8~10% 절하된 것을 감안하면, 시장은 관세 전쟁을 그다지 악재로 인식하지 않는 것 같다”고 말했다.

추가로 관세 부과 대상이 될 가능성이 높은 유럽 증시도 트럼프 대통령이 불 지피고 있는 관세 전쟁의 압박을 보란 듯 이겨내고 있다. 올해 전 세계 증시 상승률 상위 10곳 중 7곳이 유럽권 나라일 정도다. 유럽 50개 대형주로 구성된 유로스톡스50 지수는 10일 사상 최고치(5358.3)를 기록하기도 했다.

그래픽=양진경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지난 7일 유럽 증시 상승세를 분석한 기사에서 “유럽 경제 저성장과 미국의 관세 위협 등 부정적인 요인에도 불구하고 독일·프랑스 등은 올해 9% 안팎 상승했다”면서 “유럽중앙은행(ECB)이 연이은 금리 인하로 경기 부양을 진행 중인 가운데 미국 증시 고점 논란 속에서 밸류에이션(가치평가)이 낮은 유럽 증시로 눈을 돌리는 투자자가 늘고 있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