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의 최대 수혜주였던 테슬라 주가가 최근 연속 하락하며 지난해 11월 가격으로 내려앉았다.
12일 인베스팅닷컴에 따르면, 11일 테슬라 주가는 6.34% 하락한 328.50달러에 마감했다. 5거래일 연속 하락이다. 이 때문에 시가총액은 2000억달러(약 290조원) 이상 증발했다. 연초 이후로는 18.66% 하락했고,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트럼프 2기 행정부의 ‘정부효율부(DOGE)’ 수장에 임명된 후 최고점을 찍었던 지난해 12월 17일(479.86달러)과 비교하면 30% 이상 폭락했다.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10일 기준 국내 개인 투자자들의 미국 주식 보유 1위는 테슬라로 보유액이 약 212억달러에 달한다. 서학개미(해외에 투자하는 국내 투자자)들이 가장 사랑하는 주식인 테슬라 주가가 머스크의 정치 행보에 크게 휘둘리고 있다.
◇정치 리스크가 테슬라 불매 운동으로
외신들이 꼽는 테슬라 주가 폭락의 가장 큰 이유는 머스크 정치 활동이다. 그의 정치 활동에 대한 비호감이 높아지면서 테슬라 매출에도 악영향을 주고 있다는 것이다. 글로벌 투자은행 스티펠은 “머스크의 정치 활동이 테슬라에 대한 목표 주가를 낮추고 있다”며 “테슬라에 대한 순호감도는 지난 1월 역대 최저인 3%를 기록했고, 이는 매출에 역풍이 될 수 있다”고 했다.
블룸버그통신은 “이미 테슬라는 머스크와 트럼프의 가까운 관계로 인해 벌을 받기 시작했다”고 했다. 트럼프의 오른팔이라는 머스크의 지위와 DOGE 수장으로서 잇따른 해고를 주도한 사실에 일부 소비자들이 반감을 품고 있기 때문이다.
유럽 시장에서 테슬라는 이미 매출 감소의 영향권에 들었다. 테슬라의 지난 1월 판매는 프랑스에서 63%, 독일 내에서는 60% 급락했다. 최근 독일에서 테슬라 방화 사건이 발생했는데, 차량에서 ‘나치를 멈춰라’라는 스티커가 발견됐다. 지난달 20일 머스크가 트럼프 취임 행사 연설에서 취한 제스처가 나치식 경례라는 논란을 불러일으켰기 때문이다. 독일 현지 방송은 “중고차 시장에서도 테슬라가 할인율이 높게 시장에 나오고 있다”며 “우리는 그걸 ‘일론 효과’라고 부른다”고 했다. 최근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AI(인공지능) 정상회의’를 앞두고는 “우리는 파시스트를 초대하지 않았다”며 반(反)테슬라 시위가 열리기도 했다. 유로 위클리 뉴스는 “최근 테슬라에 대한 반감이 커지자 차량 소유자들 사이에서는 ‘우리는 머스크가 미치기 전에 이 차를 샀어요’라는 스티커가 유행 중”이라고 전했다.
이 외에도 경쟁 업체인 중국 전기차 업체 비야디(BYD)의 부상도 테슬라 주가에 악영향을 주고 있다. 비야디는 최근 신차 발표회에서 중국 AI 스타트업 딥시크와 협력해 테슬라의 오토파일럿을 능가하는 자율주행 시스템을 저렴한 가격으로 차에 장착할 것이라고 밝혔다.
◇머스크의 주의 분산 리스크
머스크의 업무가 너무 많은 것도 투자자들이 우려하는 부분이다. 마켓워치는 지난 11일 “테슬라 투자자들은 일론 머스크의 D(주의 분산)에 대해 걱정하고 있다”고 했다. D는 주의 분산을 뜻하는 영어 단어인 ‘distraction’의 머리글자이다.
머스크는 테슬라 외에도 스페이스엑스, X(구 트위터), 뉴럴링크, 보링컴퍼니 등 6개 회사를 운영한다. 여기에 트럼프 행정부에서 새로 구성된 DOGE도 운영한다. 미국 투자 전문 매체 모틀리풀은 “최근 테슬라 주가의 자유낙하 이유는 머스크가 테슬라 본사보다 워싱턴 DC에서 하는 일로 더 주목받고 있기 때문”이라며 “테슬라 CEO는 다른 여러 사업에 바쁘지만, 가장 큰 글로벌 경쟁자인 비야디는 AI 기반 기술을 추진하고 있다”고 했다.
테슬라 주가가 트럼프 당선이라는 정치적 호재로 상승했기에, 최근 하락은 당연하다는 분석도 나온다. 테슬라가 정치 테마주 성격을 띠게 됐다는 것이다.
덴마크 투자은행 삭소뱅크는 “테슬라의 올해 가장 큰 과제는 기술이 아니라 (투자자의) 인식”이라며 “머스크의 정치적 짐은 이제 매출, 브랜드 충성도, 투자자 신뢰에 부담을 주고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