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러스트=챗GPT 달리3

미국발 관세 전쟁의 여파로 이더리움과 비트코인 등 가상자산 가격이 크게 하락했지만 서학개미(해외 주식에 투자하는 국내 투자자)는 이더리움을 2배로 추종하는 ETF(상장지수펀드)를 대규모 순매수한 것으로 나타났다.

13일 한국예탁결제원 증권정보포털 세이브로에 따르면 서학개미는 이더리움 가격 변동의 2배 수익률을 추구하는 ‘2X ETHER ETF’를 지난 일주일(2월 5일~11일) 동안 9881만달러 순매수했다. 우리 돈으로 약 1430억원어치다. 이 기간 해당 ETF는 테슬라와 테슬라 2배 추종하는 ‘DIREXION DAILY TSLA BULL 2X SHARES’에 이어 우리나라 투자자들이 가장 많이 사들인 해외 주식 순매수 순위 3위를 차지하게 됐다.

이더리움 뿐 아니라 다른 가상자산을 기초로 하는 ETF에도 국내 개미의 투자금이 몰리고 있다. 2월 5일~11일 동안 비트코인 레버리지 상품인 ‘PROSHARES ULTRA BITCOIN’ ETF는 2633만달러, 코인베이스 주식에 커버드콜 전략을 적용해 수익을 추구하는 ETF인 ‘TD YILDMX CN’에는 3521만달러, 비트코인 선물 ETF인 ‘2X BITCOIN STRATEGY’에는 1674만달러의 순매수 자금이 유입됐다.

서학개미들이 가상자산 ETF를 집중적으로 사들인 기간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촉발한 미국발 관세전쟁의 영향으로 가상자산 가격이 하락한 가운데 나타난 현상이라 주목된다.

글로벌 가상자산 시황중계 사이트 코인마켓캡에 따르면 이날 오후 12시 기준 이더리움은 전일 대비 6.1% 오른 2740달러에 거래 중이다. 비트코인도 2.39% 오른 9만7589달러에 거래되고 있다. 전일 대비해서는 소폭 올랐지만 이더리움의 경우 한 달 전과 비교해서 13.42% 내렸다. 특히 지난 3일 이더리움은 20%, 비트코인은 6%, 리플은 22% 가까이 폭락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캐나다, 멕시코, 중국에 이어 EU에도 관세를 부과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영향이 컸다.

당초 투자자들은 가상자산에 친화적인 트럼프 정권이 들어서면 가상자산 가격이 오를 것으로 기대했다. 하지만 미국발 관세전쟁이 발목을 잡았다. 관세전쟁에 따라 인플레이션이 심화되면 추가 금리 인하가 어려워진다는 분석 때문이었다. 가상자산과 같은 위험자산은 급락했지만, 반대로 대표적인 안전자산인 금값은 크게 올랐다.

그런데 서학개미들은 폭락한 이더리움이 다시 반등할 것이라 기대하며 투자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이더리움 폭락장에서 2X ETHER ETF를 매수했다는 한 개인 투자자는 “최근 딥시크 사태 때도 엔비디아와 반도체주가 폭락했다가 반등하는 걸 보고 이더리움 역시 다시 반등할 거라 생각해서 하락장에 베팅했다”고 말했다.

한편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기준 금리를 인하해야 한다는 의견을 밝히며 이날 기준 비트코인과 이더리움은 소폭 상승한 상태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2일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에 “금리를 낮춰야 하고, 이는 다가오는 관세와 맞춰 진행될 것”이라는 글을 게시했다. 연방준비제도(연준·Fed)를 향해 금리 인하를 압박한 것이다.

반면 미국 노동부가 발표한 1월 CPI가 시장 예상치를 상회하며 인플레이션에 대한 우려가 커졌고 제롬 파월 연방준비제도(연준·Fed) 의장이 ‘금리 인하 신중론’을 펼치고 있는 만큼 가상자산의 향후 가격 변동성은 더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