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글로벌 경제 불확실성으로 안전자산인 금 가격이 치솟고 있는 가운데, 한국거래소가 운영하는 금 현물시장인 ‘KRX 금시장’의 시장가가 국제 금 시세보다 20% 가까이 더 비싼 현상이 발생하고 있다.
16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지난 14일 오후 1시쯤 한국거래소 KRX 금시장에서 1kg짜리 금 현물 1g당 가격은 16만8200원으로 전 거래일 대비 3.8%가량 오른 가격에 거래됐다. 같은 시각 국제 금 가격은 1g당 13만5000원대로, 괴리율(가격 차)은 약 24%에 달했다. KRX 금시장에서 금에 투자한 이들은 해외보다 금을 20% 이상 더 비싸게 산 것이다. 이날 장 마감 시점(오후 3시 30분)에는 국내 금 가격이 소폭 하락해 괴리율이 20.13%로 줄었다.
국내 금 현물 가격과 국제 시세가 20% 이상 벌어진 것은 2014년 KRX금시장 개설 이후 처음 발생한 것이다. 이같은 금 시세 차이는 최근 금값 급등에 불안감을 느낀 투자자들의 금의 매입 수요가 단기간에 급증해서 일어난 현상이다. 디지털자산거래소 원화마켓에서 거래되는 비트코인 가격이 해외보다 급등할 때 ‘김치 프리미엄’이 생기는 것과 마찬가지다.
한국거래소는 KRX 금시장의 금값 괴리율이 6% 이상일 때 증권사를 통해 시장안내 공시를 내보내는데, 거래소의 괴리율 공시는 이달 4일 이후 연일 이어지고 있다.
KRX 금시장 가격을 추종하는 금 현물 상장지수펀드(ETF)인 ‘ACE KRX금현물’도 이달 들어 괴리율이 1% 이상인 상태가 계속되고 있다. ETF의 괴리율은 ETF 시장가격과 ETF의 실시간 기준가격(순자산가치·iNAV)의 차이를 비율로 표시한 투자위험 지표다. 괴리율이 양수인 경우는 ETF 시장가격이 실제 ETF가 담고 있는 투자대상 자산의 실시간 자산 가치보다 고평가된 상태라는 뜻이다. 해당 ETF를 운용하는 한국투자신탁운용은 투자자들에게 안내문을 보내며 “기준 시세와 실제 자산 가격 간의 차이를 줄이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으나 최근 늘어난 매수세로 인해 괴리율이 다소 확대됐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국제 금 현물 또는 금 선물로 투자 대상을 교체할 것을 권고하고 있다. 이영훈 삼성증권 연구원은 “금은 형태가 동일해 일물일가의 법칙이 성립되기 좋은 자산이기 때문에 괴리율의 평균 회귀 경향이 강하다”며 “향후 정상화 과정에서 단기 충격으로 작용할 우려가 높으니 KRX 금 현물 지수 추종 상품보다는 국제 금 현물 또는 금 선물로의 교체를 권고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