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여의도 증권가에는 연이어 들려오는 K바이오 낭보에 기대감이 고조되고 있다.
지난달 반도체 검사 장비 업체인 고영이 자체 개발한 뇌 수술용 의료 로봇을 미 식품의약국(FDA)에서 최종 승인받은 데 이어 이달에는 바이오 기업 올릭스가 글로벌 제약사인 일라이 릴리와 9000억원대 기술이전 계약을 체결했다. 허혜민 키움증권 연구원은 “최근 10년간 한국 바이오 테크 기업 12곳이 기술이전 계약을 성사시키며 업계 위상이 높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K바이오 기대감이 높아지면서 코스피의 최근 1년 수익률이 -2%인 데 반해, 국내 대표 바이오 액티브 ETF(상장지수펀드)의 1년 수익률은 50% 내외를 기록하고 있다. 글로벌 금리 인하, 정부 연구·개발(R&D) 예산 확대, 개별 기업 이익 증가 등 바이오 투자 환경도 긍정적으로 바뀌고 있다.

하지만 바이오주(株)는 변수가 많아 개인이 선뜻 투자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 이럴 때는 펀드매니저가 우량 종목을 골라 투자하는 액티브 ETF가 대안이 될 수 있다. 국내 바이오 액티브 ETF 중에서는 삼성액티브자산운용의 ‘KoAct 바이오헬스케어(이하 코액트)’와 타임폴리오운용의 ‘TIMEFOLIO K바이오(이하 타임폴리오)’가 투 톱으로 꼽힌다.
◇1년 수익률 47~54%... 코스피 압도
출시 3년 차인 두 바이오 ETF는 순자산이 1500억원 안팎으로 덩치는 엇비슷하다. 최근 1년 수익률은 타임폴리오가 54%로, 코액트(47%)보다 높다. 같은 기간 코스피 수익률은 -2%였다.
투자 종목 수는 타임폴리오가 25개, 코액트가 35개로, 코액트가 더 넓게 분산 투자한다. 이정욱 타임폴리오 매니저는 “바이오는 변수들이 많아서 종목 수가 많으면 관리하기 어렵다”면서 “확신이 가는 소수 종목에 집중 투자해서 수익을 내는 전략”이라고 말했다.
코액트를 운용하는 심주현 매니저는 “역사적으로 바이오 종목의 주가 변동성은 다른 섹터보다 높았다”면서 “대형 헬스케어 기업, 의료·미용 기업, 인공지능(AI) 진단 기업 등에 고루 투자해 리스크를 줄이려고 한다”고 말했다.
두 상품의 상위 편입 종목은 삼성바이오, 알테오젠 등 큰 차이가 없지만 하위 편입 종목인 중소형주는 시각차가 뚜렷했다. 가령 타임폴리오는 고영, 펩트론, 올릭스 등을 보유하고 있지만 코액트에는 이 종목들이 없다. 코액트는 인벤티지랩, 마이크로디지탈 등 시가총액이 작은 종목을 소액이지만 가져가고 있다.
◇“관세 무풍지대... 역대 최대 이익 기대”
시가총액(기업의 총 주식 가치)은 단순히 현재 실적만이 아니라, 시장이 평가하는 ‘미래 가치’까지 고려해 결정되는 투자 지표다. 최근 바이오 기업들은 장기적인 성장 기대감 속에 높은 기업 가치를 인정받고 있다.
이달 초 삼성바이오로직스는 LG에너지솔루션을 제치고 코스피 시가총액 3위에 올랐다. 코스닥 시장에서는 바이오 기업 알테오젠이 시가총액 1위(21조원)를 기록 중이다.
이정욱 타임폴리오 매니저는 “(미국의) 관세 부과에 대한 불안감이 높아지는 상황이지만 바이오 업종은 상대적으로 관세 리스크에서 자유롭다”면서 “시장이 관세 이슈로 피로해질 경우, 투자 자금이 바이오 섹터로 유입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최근 미국 증시에서는 Hims&Hers(비만약 제네릭 복합제)와 Tempus AI(의료 AI) 등이 신고가 랠리를 이어가고 있다”며 “트럼프 행정부 2기의 정책 기조가 바이오 시밀러와 제네릭(복제약)에 유리하게 작용할 것으로 예상되는데 국내 바이오 산업이 수혜를 볼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이 매니저는 최근 SK바이오팜, 삼성바이오로직스, 올릭스, 지아이이노베이션, 퓨쳐켐 등의 비중을 늘렸다.
심주현 삼성액티브자산운용 매니저도 바이오 섹터가 상대적으로 미국발 관세 리스크의 영향을 덜 받을 것이라는 이 매니저의 의견에 동의했다.
심 매니저는 “올해 한국 바이오 산업은 삼성바이오, 셀트리온, SK바이오팜, 유한양행 등 대형사를 필두로 사상 최대 연간 영업 이익 달성이 기대된다”고 덧붙였다.
그는 이어 “기업 이익이 견고하게 증가하는 가운데, 최근 일라이 릴리와 계약을 체결한 올릭스를 비롯해 여러 바이오 테크 기업에서도 긍정적인 임상 결과와 기술이전 성과가 나올 것”이라고 전망했다. 심 매니저는 최근 에이비엘바이오, 삼천당제약, 보로노이, 휴젤, 에이프릴바이오 등을 추가 매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