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이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1.9%에서 1.5%로 크게 낮추고, 기준금리도 3개월 만에 0.25%포인트 인하했다. 내수 부진이 장기화하는 가운데 미국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 후 관세 전쟁으로 우리 경제의 성장 엔진인 수출도 둔화될 것에 대비해 금리를 낮춰 경기 침체를 방어하겠다는 뜻이다.

그래픽=백형선

한은은 25일 금융통화위원회를 열고 기준금리를 연 3%에서 연 2.75%로 낮췄다. 우리나라 기준금리가 2%대로 떨어진 것은 2022년 10월 이후 2년 4개월 만이다. 한은은 작년 10월과 11월 두 차례 연속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낮췄고, 지난 1월에는 달러당 1460원 선인 고환율을 우려해 금리를 동결했다.

통상 금리가 낮아지면 원화 가치가 하락(달러 대비 원화 환율 상승)해 수입 물가가 오를 가능성이 높아진다. 한은이 고환율과 고물가 부담에도 금리를 낮춘 것은 그만큼 올해 경제가 좋지 않다고 보기 때문이다. 경제개발이 본격화한 1960년대 이후 경제성장률이 1.5%보다 낮았던 해는 1980년(-1.5%), 1998년(-4.9%), 2009년(0.8%), 2020년(-0.7%), 2023년(1.4%) 등 다섯 차례뿐이었다.

내년 성장률 전망도 1.8%에 그쳤다. 한은은 미국발 관세 전쟁이 확대되면, 올해와 내년 성장률이 모두 1.4%까지 떨어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올해와 내년 경제성장률이 모두 1%대에 그쳐 “저성장 국면에 접어든 것이냐”는 질문에, 이창용 한은 총재는 “그게 현재 우리의 실력”이라고 했다. 그는 “그간 구조조정도 하지 않고 새로운 성장 동력을 키우지 않은 채 기존 산업에만 의존해왔기 때문에 1%대 성장률을 받아들여야 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