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보험 광고 캠페인. /캐롯손해보험 제공
손해보험사 사옥 전경.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삼성화재, KB손해보험, 현대해상, 흥국화재. /각 사 제공

금융 당국이 추진 중인 새로운 자동차보험 비교·추천 서비스(2.0)가 출시를 앞두고 있다. 계약이 성사되면 서비스를 제공한 핀테크사에 지불해야 할 수수료율이 현행 3%에서 1.5%로 낮아지고, 수수료를 고객이 아닌 보험사가 부담하게 된다. 이제 고객은 서비스를 이용해 가장 저렴한 자동차보험에 가입할 수 있게 됐다.

하지만 수수료를 직접 내야 하는 보험사는 실질적인 수익이 줄어든다며 불만을 터뜨리고 있다. 반면 핀테크사는 수수료율이 낮아져 운영·유지비용 회수가 힘들다고 토로한다. 일부 중소형 핀테크사는 2.0 서비스에 참여하지 않겠다고 선언한 상태다. 서비스 제공자 모두를 만족시키지 못한 개선안이라는 평가가 나오면서 실패를 반복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3일 보험업계와 핀테크업계에 따르면, 현재 자동차보험 비교·추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 중소형 핀테크사 일부는 2.0 서비스를 출시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받을 수 있는 수수료가 적어진 데다, 서비스를 이용하는 고객이 적어 적자가 예상되기 때문이다. 지난해 1월 19일부터 같은 해 8월 8일까지 비교·추천 서비스를 통한 계약은 6만2000여건에 불과하다. 이마저도 해외여행보험·펫보험·저축보험 등 다른 계약까지 포함된 수치다.

핀테크사는 각자 보유한 플랫폼을 통해 비교·추천 서비스를 제공하고, 계약이 성사되면 수수료를 받는다. 플랫폼을 이용하는 고객이 많아야 계약 성사 가능성이 크다. 플랫폼의 월간활성이용자수(MAU)가 실적으로 연결되는 구조다.

MAU가 작은 중소형 핀테크사가 고객을 끌어오려면 더 많은 혜택을 제공하거나 고객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하는 등 차별화를 해야 한다. 하지만 비교·추천 서비스는 모든 플랫폼에서 동일한 형태로 제공된다. 고객이 일부러 중소형 핀테크사 플랫폼에 접속해 자동차보험에 가입할 이유가 없는 것이다.

중소형 핀테크사 관계자는 “비교·추천 서비스를 출시해 운영해 보니 돈이 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라며 “서비스가 MAU를 기반으로 하기 때문에 소위 ‘네카토’와 차별성도 없어 경쟁에서 이기기 힘들다”라고 했다.

빅테크라고 사정은 다르지 않다. 압도적인 MAU를 보유하고 있어도 수수료율이 낮아졌기 때문에 큰 수익을 기대하기는 힘들다는 것이다. 자동차보험 비교·추천에 한정하면 네이버페이의 MAU가 압도적으로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서비스가 활성화되면 네이버페이가 가장 큰 혜택을 볼 것으로 예상된다. 한 핀테크사 관계자는 “남는 게 아예 없다고 말할 순 없어도, 수익을 기대할 수준이 아니다”라고 전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우리는 금융 당국에 따르는 입장이다”라며 “고객에게 편리한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취지에서 접근하고 있다”고 했다.

수수료를 직접 부담하게 된 보험사는 손해가 불가피하다. 보험업계는 큰 수익을 내기 힘든 자동차보험 시장에 핀테크업계가 진출해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이유로 수익을 나눠 갖는 것은 불공평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자동차보험은 운전자라면 꼭 가입해야 하는 의무보험이다. 비교·추천 서비스를 출시해 이목을 끈다고 해도 새로운 고객이 생기거나 가입률이 늘어나지 않는다. 더구나 자동차보험료는 소비자물가지수에 편입돼 있어 암묵적·비공식적으로 금융 당국과 보험사가 논의해 인상·인하 여부를 결정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손해율이 치솟았다고 보험료를 대폭 인상해 수익을 낼 수 있는 상품이 아니다.

결국 보험사는 비교·추천 서비스가 새롭게 출시돼도 고객들이 자사 홈페이지에서 보험에 가입할 수 있도록 각종 할인 혜택 등을 제공할 것으로 예상된다. 금융 당국의 서비스 활성화와 정반대로 행동할 수 있다는 것이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지금껏 열심히 사이버마케팅(CM) 채널을 성장시켜 왔는데, 이제 와서 혁신 금융을 내세워 시장을 개방하라는 것이 이해되지 않는다”라며 “금융 당국이 대형 플랫폼 좋은 일 시킨다고 생각할 수밖에 없다”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