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첫 대체거래소(ATS)인 넥스트레이드(NXT) 거래가 4일 시작된 가운데, 이날 NXT를 통해 거래 가능했던 10개 종목의 거래대금 중 10%가 NXT에서 체결된 것으로 나타났다. 호가의 경우 두 거래소 간 종목별로 1~2틱(최소 가격 변동 단위) 정도 차이가 났다.
이날 코스닥시장에 상장된 5종목의 NXT 거래량(11만5207주)과 거래대금(64억원)은 각각 11.7%, 13.7%를 차지했다. 유가증권시장 내 5종목의 거래량과 거래대금은 전체의 6~8% 정도로 코스닥보다 비율이 낮았다.
넥스트레이드에 따르면 이날 정규장에서 가장 많이 거래된 종목은 와이지엔터테인먼트였다. 8만8026주가 57억원 규모로 매매됐는데, 이는 한국거래소 거래량(50만3965주)과 거래대금(324억원)의 17% 수준이다. 코오롱인더, S-OIL, LG유플러스 등이 뒤를 이었다.
와이지엔터는 오후 3시 30분 열린 애프터마켓에서도 최대 화제주였다. 오후 3시 30분부터 4시 40분까지 1시간 10분 만에 5% 넘게 오르며 10만주 이상 체결됐다. 정규장 주식 거래량을 넘긴 수치다. 나머지 종목들은 1000~1만3000주가량 거래됐고 코오롱인더(2.69%), 컴투스(2.23%), 동국제약(0.77%) 등이 전 거래일 대비 상승했다. 해당 10개 종목은 오후 8시까지 매매거래를 할 수 있다.
넥스트레이드는 단계적으로 이달 말까지 거래 종목을 800개로 늘릴 계획이다. 국내 대표 기업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오는 24일부터 거래가 가능하다. 또 연말까지 상장지수펀드(ETF)와 상장지수증권(ETN) 거래도 가능하게 할 방침이다.
투자자들은 특정 거래소를 이용하겠다고 증권사 MTS·HTS(모바일·홈트레이딩시스템)로 설정하지 않는 한 자동주문전송시스템(SOR)이 적용돼 큰 불편을 체감하진 않았다는 반응이다. 증권사는 최선집행의무 가이드라인에 따라 투자자가 제시한 종목의 가격, 비용, 체결 가능성 등을 고려해 가장 유리한 조건으로 시장을 선택해 주문을 제출한다.
일부 개인 투자자들이 두 거래소 간 호가 차이를 이용해 ‘차익거래’가 가능한지 시도했지만, 쉽지 않았을 것이라고 증권업계 관계자는 설명했다. 두 거래소 호가가 대부분 붙어서 움직이고, 호가 물량 자체가 많지 않아 설령 가능했다고 해도 큰 이익을 얻기 어려웠을 것으로 봤다. 증권업계 한 관계자는 “수수료와 세금을 고려하면 1~2틱 정도 벌 종목이 있긴 했지만, (넥스트레이드 거래) 시장이 지금보다 훨씬 커져야 관련 수익이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향후 프리마켓이나 에프터마켓 등 정규시간 외 거래에서 고빈도 매매와 같은 ‘단타’ 투자자가 늘어날 수 있다는 우려를 제기했다. 시장 참여자가 많지 않다면 약간의 수급 변화에도 가격 변동성이 커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해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넥스트레이드 개장식에서 “불공정거래 감시체계를 강화하고, 전산시스템의 안정적인 유지에 만전을 기할 것”이라며 철저한 감시체계를 구축하겠다고 밝혔다.
증권사들은 넥스트레이드 출범에 맞춰 주식 거래 수수료를 내리고 MTS를 개편하는 등 투자자 모으기에 나섰다. 넥스트레이드는 한국거래소보다 20~40% 낮은 거래 수수료를 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래에셋증권은 이날부터 온라인 수수료를 현행 0.14%에서 0.136%로 낮췄고, 키움증권도 NXT를 통한 주식 거래 시 주식 매매 수수료 0.0145%를 적용하기로 했다. 토스증권도 ATS 거래 수수료를 0.014%로 내렸고, KB증권은 넥스트레이드의 거래수수료 한시적 면제 조치에 따라 위탁 수수료율을 내달 30일까지 0.0022763%로 인하한다고 밝혔다.
한편 정규장이 끝난 후 오후 8시까지 거래된 대체거래소의 가격 변화는 다음 날 시가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기본적인 시가와 종가는 한국거래소의 거래가가 기준가다. 전자 공시 시간 또한 오전 7시 30분부터 오후 6시로 변함이 없다. 넥스트레이드는 프리마켓(오전 8시∼8시 50분)과 애프터마켓에서 특정 종목의 변동성이 커질 가능성을 고려해 가격 변동 폭을 전날 한국거래소 종가를 기준으로 ±30%로 제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