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닥 기업 최고경영자(CEO)의 고령화 속도가 빨라지고 있다. 3일 코스닥협회에 따르면, 작년 말 기준 코스닥 상장사 1672곳의 CEO 2046명 중 60대 이상 비율은 48.9%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지난 2020년 32.9%에서 매년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80~90대 CEO는 총 37명으로, 전년보다 3명 늘었다.
고령 CEO 비율이 늘어나면서 CEO 평균 연령도 높아지고 있다. 작년 코스닥 CEO 평균 연령은 59세로, 2023년(58.7세)보다 소폭 높아졌다.
코스닥 기업들에서 고령 CEO 비율이 늘어나면서 투자자들로서는 CEO의 고령화가 주가에 미치는 영향을 고심할 수밖에 없다.
우선 세대교체 가능성이다. 이상범 리코자산운용 대표는 “코스닥 시장엔 제조업이 많은데, 유학 등을 거친 자녀들이 공장의 기름 냄새를 불편해하고 사업을 물려받고 싶어 하지 않는다”면서 “후계자를 찾지 못한 1세대 창업주들이 회사를 매각할 수 있도록 인수·합병(M&A) 시장이 활성화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만약 세대교체가 활발히 이뤄지지 않으면 앞으로 어떤 일이 벌어질까. 일본에서 한국의 미래를 엿볼 수 있다. 한국보다 먼저 고령화된 일본은 지지부진한 세대교체 때문에 ‘후계자난 도산’까지 벌어지며 골머리를 앓고 있다.
일본 테이코쿠 데이터뱅크가 작년 말 발표한 ‘후계자 부재율’에 따르면, 후계자를 찾지 못한 중소기업 비율은 52.1%에 달했다.
중소기업은 대표가 혼자서 여러 역할을 수행하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사장이 지병 등으로 경영이 어려워지면 기업의 지속 가능성을 위협받게 된다.
후계자 구인난을 극명하게 보여주는 사례가 바로 ‘후계자난 도산’이다. 도쿄상공리서치에 따르면, 지난해 후계자를 찾지 못해서 폐업한 중소기업은 462곳으로 역대 최대였다. 일본 정부는 중소기업 승계를 뒷받침하기 위해 M&A 펀드에 출자하는 등 정책 지원에 애쓰고 있다.
하지만 활력이 넘치는 고령 CEO의 사례도 있다. 의류 업체 유니클로의 창업주 야나이 다다시(柳井正) 회장은 76세임에도 불구하고, 누구보다 먼저 출근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그는 오전 6시까지 회사에 도착해 15분 단위로 회의와 업무를 처리하는 등 철저한 시간 관리와 강도 높은 업무 스타일을 유지하고 있다.
고령 CEO는 풍부한 경험이 있기 때문에 위기 대응 능력이 뛰어나고, 다양한 시장 변화를 겪으며 쌓은 노하우로 안정적인 의사 결정도 내릴 수 있다는 장점도 투자할 때 고려 대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