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역 분쟁, 수출 부진, 탄핵 정국, 인플레이션 등 여러 변수들이 겹치면서 투자 환경이 복잡해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시장 변동성이 커지는 시기일수록 방어력을 갖춘 고배당주에 관심을 기울여 보라고 조언한다.
정다운 LS증권 연구원은 “주가 등락이 심한 혼돈기에는 고배당주가 우수한 성과를 낸다”면서 “아직 배당 기준일이 지나지 않은 고배당주를 매수하면, 짧은 기간 보유만으로도 배당 수익률만큼 수익을 챙길 수 있다”고 말했다. LS증권이 선별한 ‘3월에 사도 배당받을 수 있는 고배당주 탑20′을 소개한다.
✅지금 사도 배당 수익률 7.3%
시가총액 1조원 이상이면서 배당 기준일이 3~4월인 고배당주에는 은행·보험·카드 등 금융주가 많았다. 2월 말 기준 배당 수익률이 7.4%로 가장 높았던 곳도 보험사인 DB손해보험이었다. 배당 수익률은 주식 투자자가 받는 배당금을 주가로 나눈 값이다. 배당 수익률이 높을수록 투자자는 투자금 대비 많은 배당을 받을 수 있다.
DB손해보험은 배당 기준일이 3월 28일이고, 주당 배당금은 6800원으로 정해졌다. 3월 6일 종가(9만3400원) 기준 배당 수익률은 7.3%다.
정준섭 NH투자증권 연구원은 “DB손해보험은 미국 LA 산불 보험금 지급 우려 때문에 주가가 조정을 받았는데, 일회성 손실 우려보다는 고배당과 밸류업(기업 가치 상승) 매력이 큰 만큼 관심을 가져볼 만하다”고 말했다.
그다음으로 배당 수익률이 높은 상장사는 기아였다. 지난달 말 종가 기준으로 배당 수익률이 7%였다.
기아는 3년 연속 사상 최대 실적을 올리고 있지만 주가는 역주행하고 있다. 주가수익비율(PER)만 봐도 어떤 상황인지 알 수 있다. PER은 시가총액을 순이익으로 나눈 지표로, 수치가 높을수록 주가가 비싸다는 의미다. 기아의 PER은 작년 말 기준 3.98배에 불과하다. 아무리 ‘코리아 디스카운트’라고는 하지만 미국 테슬라(150배), 중국 비야디(30배) 등과 비교하면 심각한 저평가 상태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회사가 본업에서 좋은 성과를 내고 있고 주주 환원 정책도 우수하지만, 자율주행 서비스가 본격화된 이후에도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을지에 대한 투자자 우려가 주가 발목을 잡는 것 같다”고 말했다.
✅배당 수익률 14%대... 예금 이자 4배
시가 총액이 1조원 미만인 3~4월 고배당주는 다양한 업종에 퍼져 있었다. 그 중에서도 2월 말 종가 기준으로 배당 수익률 1위인 종목은 여행 업체인 레드캡투어였다. 배당 수익률이 은행 정기예금 이자의 4배가 넘는 14.1%였다.
레드캡투어는 지난달 14일 파격적인 배당 정책을 내놓으면서 이목을 끌었다. 3월 12일 기준 주주들에게 배당금을 주당 2000원씩 지급하겠다고 발표한 것이다. 당시 주가 기준으로 배당 수익률이 22%에 달해 폭탄 배당이라는 말까지 나왔다. 이후 주가가 상한가를 찍는 등 급등하면서 지금은 14% 수준까지 내려왔다.
레드캡투어 관계자는 “동종 업계 상장사에 비해 기업 가치를 제대로 평가받지 못하고 있다고 보고 작년 말부터 주식 소각, 무상 증자 등 주주 친화책을 펼쳐 왔다”면서 “비과세 배당 역시 밸류업(기업 가치 개선) 프로그램 일환에서 시행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자본준비금을 이익잉여금으로 전환해 지급하기 때문에 배당금은 비과세(15.4% 면제)”라며 “부채 비율이 높다는 지적이 있지만 렌터카 사업을 하려면 차량 구매 대금을 외부에서 차입해야 하므로 부채 비율이 높게 나오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고배당 노린 뒷북 투자는 조심
확정 배당금이 미리 공개되면서 투자자 입장에선 의사 결정을 내리기가 훨씬 수월해졌다. 다만 상장사마다 배당금 권리가 생기는 배당 기준일이 전부 다르기 때문에 날짜를 확인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특히 3월은 결산 배당을 하는 기업은 물론, 중간 배당을 하는 기업들까지 겹쳐 있으므로 더 꼼꼼히 체크해야 한다.
배당받을 권리를 챙기려면, 배당 기준일보다 2거래일 전에 사서 보유하고 있어야 한다. 가령 기아 주식을 사서 배당을 받으려면, 배당 기준일이 2025년 3월 19일이므로, 늦어도 17일까지는 주식을 매수해서 보유하고 있어야 한다(18일 배당락일에 주식을 팔아도 배당은 받을 수 있다).
아무리 고배당주라고 해도 비싸게 매수하면, 배당금 자격이 사라지는 배당락일 이후 배당금보다 주가가 더 많이 내려서 평가 손실을 볼 수 있다. 주당 배당금이 2000원으로 7%대 배당 수익률이 예상됐던 LX인터내셔널의 경우, 2월 27일 배당락일과 28일 배당 기준일에 총 2650원이 하락했다. 배당 기준일 이틀 전인 2월 26일에 종가로 LX인터내셔널 주식을 샀다면 배당금을 받아도 손해를 봤을 수 있다는 얘기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경기 둔화 시기에는 배당컷(삭감)이 발생할 수 있으므로, 개별 기업의 재무 구조와 실적을 면밀히 살펴서 투자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참고로 배당 등 금융 소득이 연 2000만원을 넘으면 다른 소득과 합쳐 종합 과세(최고 세율 49.5%)되고, 건강보험료 부담도 생긴다는 점도 알아둬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