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 해외 페스티벌의 무덤으로 불립니다. 유럽의 ‘투마로우 랜드’ 등 세계적인 페스티벌들이 한국에 진출했지만, 티켓이 팔리지 않는 매운맛만 본 채 떠나야 했습니다. 해외 유명 라이선스를 가져와 진행하는 페스티벌들도 대부분 유료 관객이 적어 적자입니다.
그러나 국내에서 탄생한 ‘K 페스티벌’은 대부분 흑자입니다. 심지어 국내 브랜드 그대로 해외 진출에도 성공했습니다. ‘돈이 되는 여기 힙해’에서는 ‘K페스티벌을 만드는 사람들’을 조명해볼까 합니다. 그 첫 번째 주인공은 김은성 비이피씨탄젠트 대표입니다.
‘월드디제이페스티벌’, ‘S20코리아’, ‘서울파크뮤직페스티벌’.
1년 내내 진행되는 페스티벌 무대 뒤에는 언제나 그가 있습니다. 한 해에 대형 뮤직 페스티벌만 15개, 기타 이벤트 행사까지 합치면 100여개에 달합니다.
올해는 국내 페스티벌 브랜드 ‘월드디제이페스티벌(월디페)’이 처음으로 해외 진출을 하는 해입니다. 첫 장소는 일본입니다. 내년 탄생 20주년을 앞두고 거둔 쾌거입니다.
월디페는 아직 국내에서는 대중적이지 않은 전자음악(EDM)을 DJ가 트는 페스티벌입니다. 그러나 매년 세계 정상급 DJ들이 한국을 찾고, 수만명의 관객들이 모여듭니다. 올해는 현실과 디지털 아트의 경계를 넘나드는 영상으로 유명한 세계 최고 DJ ‘애니마’가 월디페를 찾습니다. 이렇게 국내 EDM 페스티벌을 세계 정상급에 올려놓은 비결은 무엇일까요? 돈이 되는 여기 힙해 마흔 다섯 번째 이야기입니다.
<1>꾸준한 품질 관리로 1등이 되라…정상급이 당신을 찾아온다
-작년에는 에릭 프리즈, 올해는 애니마다. 어떻게 세계 최고의 DJ들을 섭외하나.
“세계 최고의 뮤지션들이 원하는 조건은 단 하나다. 가장 많은 관중과 소통할 수 있는 국내 1위와 작업하는 것. 그러니 내가 직접 가서 부탁할 필요가 없다. 그들은 한국 음악 시장에 관심이 있고, 한국 관객을 만나고 싶어하기 때문에 1위를 찾는다.”
-애니마의 경우 현실과 디지털 세계를 잇는 무대 연출로 유명하다. 국내에서 구현 가능한가?
“가능하기 때문에 우리와 계약한 것이다. 우리 만이 그들이 원하는 LED 화면 등의 기술적인 수준을 맞춰줄 수 있다. 애니마는 팀 인원만 20여명, 리허설만 12시간 넘게 한다. 그래서 다른 DJ들과 달리 일주일에 공연을 한 번 밖에 하지 못한다.”
<2>10년 넘은 소통...관객이 원하면 부른다
-한국은 해외 EDM페스티벌의 무덤이다. 그런데 월디페만 20여년째 장수 중이다.
“한국 사람들이 원하는 EDM 페스티벌이 있다. 같이 따라 부르고, 흥겹게 춤출 수 있는 멜로디가 강조된 이지 리스닝(듣기 편한) 음악을 좋아한다. 그러니 한국 유튜브와 멜론 차트 속 EDM 순위 상위권에는 미국 출신 EDM 듀오 체인스모커스와 영국 출신 DJ 알렌 워커 밖에 없다. 그런데 현재 전 세계 EDM씬에서 잘 나가는 음악은 베이스 뮤직(베이스가 주가 되는 어둡고 깊은 곡)이다. 한국의 니즈와 취향을 무시하고 ‘잘 나가는 DJ 부르면 관객들이 알아서 오겠지’라는 안일한 생각으로 섭외하면 실패한다.”
-한국 관객의 니즈는 어떻게 분석하나.
“내 개인 인스타그램으로 10년 넘게 소통하고 있다. 게시물 답글이나 DM(다이렉트 메시지)을 보면 원하는 아티스트들이 모아진다. 우리의 원칙은 단 하나 ‘원하는 아티스트를 불러 주겠다’이다. 그러다보면 우리의 목표인 ‘올라운드 페스티벌’을 만들 수 있다. 특정 장르에 치우지지 않고, 대중성과 매니아층을 모두 잡는 것이다. 한쪽이라도 외면 받는 페스티벌은 성공하지 못한다. 어쨌든 페스티벌에는 많은 사람들이 모여야 한다.”
<3>한국에서 유명해지니 해외에서 찾는다
-어떻게 한국보다 더 큰 일본 EDM 시장에 진출하게 됐나.
“월디페의 성공이 해외에서 소문나면서 일본 등 아시아 시장에서 요청이 왔다. 아시아권의 음악 취향은 한국과 비슷하다. 그들도 미국·유럽이 아닌 아시아 취향에 맞는 EDM 페스티벌을 찾게 됐고, 우리에게 기획을 부탁한 것이다. 올해 6월 일본에서 열리는 ‘월디페 재팬’은 한국과 라인업이 거의 비슷하다. 우리는 처음 마케팅을 할 때 ‘한국에서 만든 페스티벌’이라는 것을 강조하지 않으려고 했다. 그러나 일본 현지에서 오히려 이것을 마케팅 요소로 썼다. 지금 일본에서 한국 문화는 트렌드이며, 가장 힙한 것이 한국산(産)이기 때문이다.”
-서구권 페스티벌과 아시아권 페스티벌의 또 다른 차이는?
“위치다. 우리는 미국이나 유럽처럼 차나 비행기를 타고 노숙을 하며 페스티벌을 보는 문화에 익숙하지 않다. 어디든 택시로 오갈 수 있는 도심이어야 한다. 차가 필요하고 숙박을 해야하는 곳이면 아시아권에서는 20대가 갈 수가 없다. 우리 페스티벌의 주요 관객층은 20대 여성이다. 그들이 트렌드를 주도하는 세대기 때문이다.”
<4>콘서트와 달리 페스티벌은 나를 찍어…“가장 행복한 순간 기억되도록”
김 대표는 원래 뮤지션이었다. 중학교 때부터 밴드 활동을 하며 곡을 쓰고 무대에 올랐다. 그러나 무대 앞에서 노래를 하는 것보다, 무대 뒤에서 전반을 지휘하는 것에 더욱 흥미를 느꼈다. 2007년부터 그는 콘서트 무대 감독으로 더욱 유명해졌다. 그러나 K팝 씬이 커질수록 콘서트를 외부에 맡기는 사람들이 줄었다. 기획사들이 커지면서 자체 인력을 두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그때 그가 우연히 보게 된 네덜란드의 ‘클라이 맥스 페스티벌’. 이 일에 도전하기 위해 영상만 100번 이상 봤다. 그리고 2014년 ‘하이네켄 프레젠트 스타디움’ 페스티벌로 업계 유명인사가 됐다.
-콘서트와 페스티벌 어떻게 다른가.
“콘서트 관객들은 가수들을 찍지만, 페스티벌에서는 자신을 찍는다. 예쁘게 입고 가서 술도 마시고 춤도 추며 다이어트도 하는 인생 최고의 순간을 즐기는 곳이다. 콘서트는 가수들의 인기가 유지돼야 하지만, 페스티벌은 오랜기간 퀄리티 컨트롤이 제대로 이뤄지며 페스티벌 이름값이 높아져야 한다. ‘저 페스티벌에는 어떤 DJ가 오든 재미있다’는 신뢰가 형성돼야 유료 티켓이 매진된다. 월디페의 경우에는 ‘네이밍’ 덕도 봤다. 페스티벌 이름 중 월디페처럼 직관적인 곳이 별로 없다. ‘월드 + 디제이 + 페스티벌’이라는 고유 명사로 돼 있기 때문에 전 세계 누구나 무슨 행사인지 안다.”
-앞으로의 목표는?
“과거에는 월디페를 세계 1위로 키우는 것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이 일을 오래하는 것이다. 또 다른 소망이 있다면 한국 DJ들을 K디제이로 널리 알리고 싶다. 한국 DJ들이 실력은 많은데 아직 덜 알려진 측면이 있다. 이번 월디페에도 한국 DJ 60여명이 공연한다. 월디페가 전 세계로 나가고, 한국 DJ들도 함께하면, 그들도 K팝처럼 외연을 넓힐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김은성 대표가 만드는 올해 주요 페스티벌>
날짜 | 장소 | |
월드디제이페스티벌 | 6월14일-15일 | 서울랜드 |
월드디제이페스티벌 재팬 | 6월28일-29일 | 마쿠하리 메쎄 |
서울파크뮤직페스티벌 | 6월28일-29일 | 올림픽공원 88잔디마당 / KSPO DOME |
S2O 코리아 | 7월12일-13일 | 서울랜드 |
카스쿨 페스티벌 | 7-8월 중 예정 | 추후 공개 |
GS25 뮤직 앤 비어 페스티벌 | 7-8월중 예정 | 추후 공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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