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민의힘이 상법 개정안이 야당 단독으로 처리될 경우 재의요구권(거부권)을 행사하겠다고 밝힌 가운데,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여당의 거부권 주장에는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이 원장은 13일 오전 서울 여의도 한국경제인협회 컨퍼런스센터에서 ‘기업·주주 상생의 거버넌스 구축을 위한 열린 토론회’를 마친 후 기자들과 만나 “주주가치 제고와 관련한 논의를 원점으로 돌리는 형태의 의사 결정은 도저히 수용할 수 없다”며 “직을 걸고서라도 반대한다”고 말했다.
더불어민주당은 이날 오후 본회의에서 재계와 여당이 반대하는 상법 개정안을 강행 처리한다는 방침이다. 국민의힘은 민주당이 상법 개정안을 일방적으로 통과시킨다면 즉각 정부에 재의요구권 행사를 건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재의요구권은 국회에서 통과된 법률안에 대해 이의가 있을 때 행사할 수 있는 대통령의 헌법상 권한으로, 일명 대통령 거부권이다.
이 원장은 “재의요구권 행사는 그간 명확히 헌법적 가치에 반하는 것들에 대해 이뤄져 왔는데, 이번 상법 개정안이 과연 거기에 해당하는지 의문”이라며 “오랜 기간 주주가치 제고를 위해 노력해 온 마당에 부작용이 있다고 원점으로 돌리는 형태나 방식이 생산적인지도 의문”이라고 말했다.
그간 이 원장은 상법 개정안의 세부 내용과 절차에 일부 우려를 표명했다. 예컨대 이 원장은 지난 5일 증권사 CEO 간담회 후 기자들과 만나 민주당이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상법 개정안을 단독으로 통과시킨 것에 대해 “후다닥 통과되는 동안 논의가 있었는지 의구심이 든다”고 말한 바 있다. 이날 이 원장의 발언은 상법 개정안의 내용과 절차에 일부 우려를 표해왔지만, 결국 개정안 통과를 지지한 것으로 해석된다.
상법 개정안은 이사의 충실 의무 대상을 ‘회사’에서 ‘회사 및 주주’로 확대하고, 상장회사의 전자 주주총회 도입을 의무화하는 조항 등을 담고 있다. 국민의힘과 경제단체는 기업 경영권 침해 소지가 있다며 반발해왔고, 민주당은 주주 보호를 통한 주식시장 정상화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