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하게 오래 살려면 운동이 필수라는 사실은 누구나 잘 알고 있다. 그렇다면 고령자에게 가장 효과적인 운동은 무엇일까? 이럴 때 이웃 나라 일본의 연구를 참고할 만하다. 우리보다 먼저 고령화가 진행된 일본에서는 노화를 늦추는 건강 관리법에 관한 다양한 연구가 축적되어 있다.
<건강격차사회>의 저자인 곤도가쓰노리(近藤克則) 치바대학 명예교수는 최근 잡지 프레지던트에 남녀 고령자 7만명을 대상으로 운동별로 어떤 변화가 생겼는지 3년간 추적한 연구 결과를 소개했다.
우선 고령자들이 선호하는 운동에는 성별에 따라 차이가 있었다. 고령 남성들이 가장 많이 즐기는 운동은 골프, 걷기, 그라운드골프(고령자를 위한 간소화된 골프, 아래 사진 참고) 순이었다. 반면 고령 여성들은 체조, 걷기, 근력 운동 순으로 꾸준히 실천하고 있었다.

✅시니어 남성에게 좋은 운동 1위는
남녀 모두 공통적으로 많이 즐겨 상위권에 오른 운동은 ‘걷기’였다. 걸으면 관절이 유연해지고 근력이 좋아지고 면역력도 강화되어 의사와 약이 필요 없어진다. 하지만 ‘걷기’도 사회심리적 건강 측면에서 최고 효과가 있는 건 아니었다.
우울증 예방, 건강 유지, 행복감 향상, 웃음 유지 등 4가지 사회심리적 건강 지표에서 운동 효과가 있었는지 조사한 결과, 남녀 통틀어 모든 부문에서 긍정적인 효과가 있었던 운동은 골프뿐이었다.
곤도가쓰노리 치바대학 명예교수는 “골프나 그라운드골프는 2~4명이 그룹을 지어 즐기지만, 경기 진행 방식은 철저한 개인 스포츠”라며 “설령 실력이 부족하더라도 온전히 자신의 책임일 뿐, 팀 스포츠처럼 동료에게 영향을 미쳐 부담을 주는 승부 스트레스가 없다”고 말했다.
✅“우린 골프 치는 사이야” 행복도 업
김진웅 NH투자증권 100세시대연구소 연구위원은 “골프 자체보다는 나이 들어서도 골프를 즐길 수 있는 환경을 갖추고 있다는 것이 노후 삶의 질에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며 “골프는 아무래도 경제적 여유가 있으니까 가능한 운동인 데다 함께 칠 수 있는 가족·친구가 있으면 사회적 관계 유지도 잘된다는 의미이므로 행복감도 높다”고 말했다.
곤도 교수는 골프가 단체 운동이라는 점에 주목하면서 ‘운동 지속률’을 또 하나의 장점으로 꼽았다. 나홀로 운동은 귀찮아서 혹은 지루해서 등 사소한 이유로 중단하기 쉽다. 하지만 그룹 운동은 사회적 요인, 책임감, 즐거움 등의 요소가 더해져서 꾸준히 지속할 가능성이 높다. 일정한 멤버들과 정기적으로 골프를 치면 자연스럽게 운동이 루틴으로 자리 잡게 된다. 실제로 단체 운동에 참여 중인 사람들의 경우, 남성은 2.8배, 여성은 8배나 운동 지속률이 높았다. ·
✅日 그린피, 한국의 3분의 1 수준
별다른 취미나 모임 활동이 없는 고령자에게 골프는 사회적 교류를 돕는 윤활유 역할을 한다. ‘걷기’처럼 단순 반복이 아니라, 전략적 사고와 집중력이 필요한 스포츠이기 때문에 두뇌 활동에도 긍정적이다.
서천범 한국레저산업연구소장은 “집에 혼자서 있는 것보다는 밖에 나가서 맑은 공기를 마시면서 골프를 치는 것이 건강에도 좋고 활력 유지에도 도움이 된다”면서 “18홀까지 한 라운드를 끝내면 보통 1만2000보는 걷게 되므로 운동 효과도 제법 크다”고 말했다.
하지만 한국에선 막상 퇴직하고 나면 한 달에 한 번 라운딩을 다녀오는 것도 꽤 부담이 된다는 이야기가 많다. 일반 골프의 간소화·알뜰화 버전인 그라운드골프나 파크골프는 점점 확산되고는 있지만 아직까지는 인프라나 관심이 부족한 상황이다.
그렇다면 일본 고령자들이 골프를 즐기고 선호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고령자들이 쉽게 접근할 수 있는 환경이 잘 조성되어 있기 때문이다.
일본은 도쿄 인근의 최고급 골프장이라고 해도 평일 비회원 그린피가 13만원 정도다. 회원권이 있으면 그린피가 550엔(5400원)까지 저렴해지고 70세 이상이면 골프장 이용 세금(1200엔)도 면제다.
서천범 소장은 “일본은 노캐디 셀프 라운딩이 대부분인 데다 그린피, 카트 등 골프 비용은 한국의 3분의 1 수준”이라면서 “고령자들을 위한 할인 혜택이 많은 ‘시니어 데이’도 운영되고, 비수기나 평일에는 더욱 저렴하게 즐길 수 있는 기회가 많다”고 말했다.
✅노년에 무리한 운동하면 골병
골프는 다른 스포츠에 비해 정적이고 체력적인 부담도 덜하다는 인식이 강하다. 고령 남성의 건강 수명을 늘리는 데 효과적인 운동이긴 하지만, 충분히 몸을 풀지 않고 무리하게 운동하면 오히려 크게 다칠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송태식 스포츠의학 전문의는 “많은 시니어 골퍼가 에이지 슈터(Age Shooter·나이와 같거나 그 아래 타수를 기록하는 골퍼)를 꿈꾸지만, 나이가 들면 몸이 약해지기 때문에 예전처럼 같은 양과 강도로 운동하면 다치기 쉽다”고 말했다. 특히 골프를 10년 이상 꾸준히 친 시니어 골퍼라면 자신도 모르는 새 팔과 다리 관절에 손상이 진행될 가능성이 크다.
운동 후 잘못된 습관도 건강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고령자 건강 컨설턴트인 이순국씨는 “라운딩하고 난 후 생맥주 한 잔이 주는 즐거움 때문에 물 대신 시원한 맥주로 갈증을 푸는 골퍼들이 많다”면서 “그러나 협심증을 유발하는 등 몸에 독이 될 수 있으므로, 운동 후에는 반드시 생수로 수분을 보충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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