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자동차보험 비교·추천 서비스(2.0)가 20일 출시되면서, 중소형 보험사들의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서비스를 통해 저렴한 자사 상품이 돋보이면 고객의 선택이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고객 대부분은 자동차보험 갱신이 다가오면 보험료를 비교하기보다 기존에 가입한 상품에 기계적으로 재가입한다. 이 때문에 대형 손해보험사 4곳(삼성화재·현대해상·KB손해보험·DB손해보험)이 오랜 기간 자동차보험 시장점유율 80%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중소형 보험사는 보험료를 비교하는 분위기가 확산되면 공고해진 독과점 체제가 변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19일 금융 당국에 따르면, 네이버페이·토스는 이날 자정부터 2.0 서비스를 제공한다. 해빗팩토리는 이달 말, 카카오페이는 올해 하반기 각각 서비스를 출시한다. 지난해 1월 출시된 현재 서비스(1.0)를 제공하는 나머지 5개 핀테크사는 수익이 나지 않는다고 판단, 2.0 서비스를 포기했다.
2.0 서비스의 가장 큰 특징은 보험료 일원화다. 현재 1.0 서비스를 통해 상품에 가입하면 고객이 3%의 수수료를 부담한다. 수수료 부담이 없는 보험사 홈페이지에 방문해 가입하는 것이 더 저렴하다. 이 때문에 서비스를 통해 가입하기보다 해당 보험사 홈페이지에 접속해 계약하는 고객이 늘었다. 1.0 서비스가 출시된 지난해 1월부터 올해 2월까지 서비스 이용자 수는 148만6000여명에 달하는데, 계약 성사는 약 14만건에 불과했다.
금융 당국은 서비스 취지와 부합하지 않는다는 비판이 나오자 수수료율을 1.5%로 낮추는 대신, 보험사가 수수료를 부담하도록 하는 2.0 서비스를 내놨다. 보험사 홈페이지의 보험료와 비교·추천 서비스의 보험료가 같아진 것이다. 금융 당국은 서비스를 이용한 계약 체결이 더 많아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보험업계와 핀테크업계는 수수료율 등에 합의했지만 모두 불만을 표하고 있다. 특히 대형 보험사는 수수료를 직접 부담하게 되면 수익성이 떨어지고 결국 자동차보험료 인상으로 이어진다고 주장한다. 반면 핀테크사는 수수료가 1.5%로 줄어 수익이 크지 않다고 토로한다.
하지만 중소형 보험사는 2.0 서비스에 응원의 목소리를 보내고 있다. 자동차보험 가입자 다수는 대형 보험사의 ‘브랜드’를 보고 가입한다. 1년마다 재가입하지만, 보험사별 가격을 비교하기보다 이미 가입한 상품에 재가입하는 경우가 많다.
중소형 보험사는 2.0 서비스가 활성화돼 자사 상품이 저렴하다는 점을 알린다면 시장점유율이 증가할 것으로 판단한다. 실제 1.0 서비스에서만큼은 중소형 보험사의 시장점유율이 41.4%로 대형 보험사와 크게 차이가 나지 않는다. 중소형 보험사의 전체 시장점유율이 최근 3년 동안 16~17%를 유지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희망을 엿본 것이다.
중소형 보험사는 1.0 서비스 때도 적극적인 모습을 보였다. 대형 보험사가 고객에게 수수료를 부담하도록 한 반면, 중소형 보험사는 수수료를 직접 지불했다. 고객 1명당 수익성은 떨어져도 시장점유율 확대가 우선이라고 판단한 것이다. 자동차보험은 가입자가 많아져야 손해율이 안정되고 수익이 나는 상품이다. 고객을 늘리기 위한 대규모 광고도 힘든 중소형 보험사 입장에서는 상품을 무료로 홍보할 수 있는 비교·추천 서비스가 절호의 기회였던 셈이다.
하지만 1.0 서비스가 흥행에 실패하면서 변화는 일어나지 않았다. 지난해 상반기 전체 자동차보험 시장에서 악사손해보험·하나손해보험·캐롯손해보험 등 비대면 보험사의 시장점유율이 소폭 상승했지만 다른 중소형사 시장점유율이 줄었기 때문이다.
중소형 보험사는 2.0 서비스가 활성화되려면 금융 당국 등이 적극적인 홍보에 나서야 한다고 보고 있다. 중소형 보험사 관계자는 “고객들이 자동차보험료를 비교해 보고 저렴한 상품에 가입하는 분위기만 조성돼도 중소형 보험사에는 좋은 일이다”라면서도 “대대적인 홍보가 이뤄지고 있지 않은 것 같아 실제 변화가 일어날 것인지는 지켜봐야 한다”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