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반그룹 사옥 전경. /호반그룹 제공
호반그룹 사옥 전경. /호반그룹 제공

이 기사는 2025년 3월 26일 17시 39분 조선비즈 머니무브(MM) 사이트에 표출됐습니다.

호반그룹이 지난 12일 LS 지분을 보유 중이라고 밝히면서 시장에서는 호반의 진의에 대해 갖가지 추측이 나오고 있다. 호반은 “전선이 유망 분야여서 모회사 LS 지분을 산 것뿐”이라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지만, 실제로는 호반이 LS의 경영권을 흔들려는 의도가 있다고 업계 관계자들은 보고 있다.

LS가 화제에 오르면서 호반이 2대주주로 있는 한진칼 역시 덩달아 주목받고 있다. 실제로 최근 업계에선 호반이 한진칼 지분을 늘려 경영권 분쟁에 나설 것이며, 이를 위해 재무적투자자(FI)들과 접촉했다는 구체적인 얘기까지 나온 바 있다. 업계에서는 LS와 한진칼 모두 지배구조가 취약해 호반 같은 제3자로부터 공격받기 쉽다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는 점에 주목한다. 장기전을 염두에 두고 있다면, 호반 입장에서 얼마든지 해볼 만한 싸움이라는 것이다.

◇ 일가친척 44명이 나눠 가진 LS 지분… 매력적인 자산 많아

26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호반그룹은 최근 LS전선 모회사인 LS 지분 일부를 매입했다. 지분율은 3%가 채 안 된다는 게 호반그룹 측 설명이다. 다만 12일 지분 보유 사실을 처음 밝힌 이후로도 계속 기타법인 창구로 LS 주문 매수가 들어오는 것을 볼 때 추가 매수 중인 것으로 추측된다.

호반그룹은 LS 경영권을 노리고 지분을 산 게 아니냐는 의혹에 대해 선을 긋고 있다. 전선 산업의 유망성을 높이 평가해 투자 목적으로 매수했을 뿐이라는 것이다. 실제로 호반그룹과 LS는 모두 전선 업체를 보유하고 있다. 호반산업은 대한전선 지분 42%를 갖고 있으며, LS는 LS전선 지분 92.3%를 보유 중이다.

호반그룹의 이 같은 설명에도 IB 업계에서는 다른 해석을 내놓고 있다. 이번 지분 매입이 ‘LS그룹의 취약한 지배구조 흔들기’의 일환이라는 것이다. LS는 승계 과정을 거치면서 오너 일가 40여명이 지분을 잘게 쪼개서 보유하고 있다. 구자열 LS 이사회 의장이 1.87%, 구자엽 LS전선 회장이 1.46%, 구자철 예스코 회장이 1.94%, 구자용 LS네트웍스 회장 겸 E1 회장이 2.4%, 구자균 LS일렉트릭 회장이 1.85%, 구자은 LS그룹 회장이 3.63%를 갖고 있으며 나머지 친인척 38명과 재단법인 송강재단이 도합 19%를 보유 중이다.

업계 관계자는 “LS는 적대적 M&A에 노출될 수 있다는 태생적 약점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구씨 일가의 지분율이 총 32.13%에 달하지만 워낙 많은 사람들이 지분을 조금씩 나눠 갖고 있기 때문에 언제든지 경영권이 흔들릴 위험이 있다는 얘기다. 그 외에 자사주 비율이 15.07%, 국민연금 지분율이 12.06%, 소액주주 지분율이 45.62% 수준(작년 말 기준)이다.

업계 관계자는 “더욱이 LS는 전세계 구리 광산에서 양질의 구리를 공급받을 수 있는 LS MnM을 100% 자회사로 두고 있다”며 “이 점은 대한전선과 삼성금거래소를 갖고 있는 호반그룹 입장에서 탐날 만한 자산”이라고 설명했다. 구리광석에서 구리를 추출한 뒤 부산물이 나오면, 이를 통해 금을 생산할 수 있다. 한 IB 전문가는 구리가 점점 중요해지는 시대에, LS가 오랜 기간 구리 광산과 협업해 오며 쌓은 네트워크와 정보력 또한 매력적인 무형자산이라고 강조했다.

◇ 호반, 한진칼 경영권 흔들까… FI들 접촉설

IB업계에서는 LS뿐 아니라 한진칼의 지분 구조도 주시하고 있다. 현재 호반건설은 한진칼 지분 17.9%를 보유한 2대주주다. 지난 2022년 사모펀드 KCGI로부터 주식을 사들여 미국 델타항공(14.9%)의 지분율을 제쳤다. 호반건설은 부동산 위기설이 커졌던 2022년 말, 한진칼 지분 일부를 하림그룹에 팔았다가 이듬해 되찾아오기도 했다.

IB 업계 관계자는 “호반그룹이 몇 달 전 복수의 FI와 접촉해 자금 조달을 문의했는데, 당시엔 LS보다는 한진칼 지분 장내매수를 염두에 두고 있었던 것으로 안다”며 “그러나 FI들이 경영권 분쟁에 개입하기 싫다며 거절했다고 들었다”고 말했다. 다만 호반그룹 홍보팀은 “FI들과 접촉한 사실이 없다”고 부인했다.

한진칼 역시 지배구조가 탄탄하지는 않다. 조원태 회장이 지분 5.78%를 들고 있으며 장녀 조승연(조현아에서 개명) 전 대한항공 부사장이 0.18%, 차녀 조현민 한진 총괄사장이 5.73%, 3남매의 모친인 이명희 정석기업 고문이 2.09%를 보유 중이다. 현재도 경영권은 불안정하지만 델타항공(14.90%), 한국산업은행(10.58%)이 우호주주로 분류돼 있다.

한진칼의 경우 과거 조 회장과 조 전 부사장 간 갈등이 지속되다 2020년 조 회장의 승리로 일단락된 바 있다. 업계 관계자는 “만약 이들 가족 간 갈등이 재발한다면, 호반이 그 틈새를 파고 들어가 경영권을 흔드는 게 불가능한 일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20% 미만의 지분율을 유지하며 추이를 지켜보다가 장내매수 등을 시도할 가능성이 여전히 남아있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