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재판소가 3일 윤석열 대통령을 즉시 파면(罷免)하는 ‘탄핵 인용’ 결정을 내린 가운데 증권가에서는 정치적 불확실성이 감소해 국내 증시의 빠른 정상화가 기대된다는 전망이 나왔다. 다만 국내 증시 향방에 대해서는 분석이 갈린다. 미국발 상호관세 영향과 경기 침체 우려가 여전히 남아있어 지수 상승이 곧바로 이뤄지기는 어렵다는 전망과 2750선까지 반등할 수 있다는 분석이 함께 나왔다. 또 조기 대선 국면으로 접어든 만큼 차기 정부에도 주목해야 한다는 의견이 제시됐다.
우선 증권가에서는 윤 대통령의 파면으로 정치·사법적 혼란이 불거질 가능성이 낮아져 불확실성이 감소했다고 평가했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이번 탄핵 인용으로 국내 정치적 불확실성이 상당 부분 해소되며 주식·외환시장에 유입되는 안도감으로 빠른 정상화가 예상된다”며 “불확실성 해소와 함께 원화 강세가 전개되면 외국인 수급이 개선될 것”이라 내다봤다.
향후 국내 증시의 향방에 대해서는 분석이 갈린다. 이수정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국내 증시에서 외국인 수급이 개선되기 위해서는 이달 중 미국 경기 침체 우려 해소가 선행될 필요가 있다”며 “당분간 지수 탄력은 둔화된 가운데 중국향 엔터, 게임, 소비재 등 종목장세가 짙어질 개연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상상인증권도 정치적 불확실성이 해소됐더라도 미국과의 관세 협상이 아직까지는 제한적으로 이뤄질 수밖에 없기 때문에 국내 증시는 상승 모멘텀이 제한된 약보합장을 시현할 것으로 봤다. 업종별로는 조선, 방산, 바이오 등 상대적으로 관세 영향이 적은 업종들의 상승세가 기대된다고 했다.
반면 긍정적 분석도 있다. 이경민 연구원은 “코스피 반등 탄력이 강화되면서 글로벌 증시 대비 상대적 강세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며 “코스피는 2430선 지지력을 바탕으로 반등세를 이어갈 것으로 보이는데 1차 반등 목표는 2750선”이라고 분석했다.
원·달러 환율의 경우 국내 정치적 이슈가 해소됐지만 미국 트럼프 행정부와의 무역 분쟁으로 변동성이 높은 상황이 이어질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재만 하나증권 연구원은 “한국은 25%의 상호관세와 자동차, 철강·알루미늄 등 품목별 관세 부과로 인해 수출 둔화 위험이 높다”면서 “2분기까지 미국보다 비(非) 미국 경제의 하방 압력이 높을 것으로 보여 원·달러 환율은 상승 압력이 우세하다는 판단”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환율 안정은 미국 고용 둔화와 6월 FOMC 금리 인하를 반영해 달러가 하락하고 국내 추경 집행 가능성이 높아지는 하반기쯤에 전개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했다.
윤 대통령이 파면되며 오는 6월 3일까지 대선 국면으로 접어들게 됐다. 이에 차기 정부 출범에 따른 영향도 강해질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상상인증권은 리포트를 통해 “여야 막론하고 새 정권이 집권하게 되므로 경기 침체를 막기 위한 부양책이 나올 것”이라며 “이는 단기적으로 완화적 통화정책에 대한 기대감으로 이어지면서 강세장을 연출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다음주는 재정정책에 대한 판단도 결부되면서 숨고르기가 있을 것으로 판단한다”고 했다.
조기 대선이 확정되면서 대선 후보들의 정책 관련주 기대감이 유입될 가능성도 제시됐다. 이경민 연구원은 “대선 결과와 무관하게 여야 모두 국가 전략 산업으로 육성할 것으로 전망되는 산업은 인공지능(AI), 바이오, 반도체, 친환경에너지, 탄소중립기술 등”이라고 지목했다.
또 “진보 정당이 집권하면 연구개발(R&D)과 인프라 예산에 더 많은 재정을 투입할 가능성이 있지만 기업환경 전반적인 규제 강화 기조로 수혜·피해 산업의 양극화가 뚜렷해질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보수 정당 집권시엔 재정 투입을 통한 산업 지원은 진보정당 대비 제한적일 것”이라며 “그러나 규제완화 기조는 중소형 업종과 성장산업에 우호적인 사업환경을 조성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러면서 진보정당 집권 시 수혜 업종으로 ▲신재생에너지 ▲ESG ▲수소에너지 ▲미디어·엔터를 꼽았고 보수정당 집권 시 수혜 업종으로 ▲원자력에너지 ▲우주산업 ▲금융업 ▲AI ▲자율주행 모빌리티 ▲UAM 등을 제시했다.
차기 정부에 따라 한국 재정정책 기조가 전환될지 여부도 중요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이승훈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윤석열 정부는 그동안 긴축 재정을 기조로 운영해 왔는데 6월 3일 이후 출범할 차기 정부가 긴축 재정 원칙을 유지할지, 아니면 확장재정으로 기조를 바꿀지 여부가 중요하다”며 “확장재정을 선택하더라도 저소득층 등 승수효과가 높은 부문에의 집중 지원, 구조조정과 신산업 등 경제 체질 개선 등에 재원이 투여되는 것이 효과적일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