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러스트=챗GPT·달리3

미국과 국내 증시가 크게 하락한 최근 3거래일간 인버스 투자자들이 대규모 차익 실현에 나섰다. 개인 투자자들은 증시 하락에 베팅하는 인버스 상장지수펀드(ETF)를 매도하고, 급락 후 반등을 기대하며 레버리지 상품을 대거 사들였다.

8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달 3일부터 7일까지의 국내 ETF 상승률 1~24위는 모두 기초자산 하락에 베팅하는 인버스와 곱버스(일일 하락률 2배 추종) 상품이 차지했다.

KB자산운용의 ‘RISE 미국반도체인버스(합성 H)’ ETF가 24.21%로 가장 많이 올랐고, ‘ACE 미국빅테크TOP7 Plus인버스(합성)’(18.29%), ‘SOL 미국테크TOP10인버스(합성)’(17.41%)가 2, 3위에 이름을 올렸다. 그 외 코스피200 인버스, 원유선물인버스, 나스닥100 인버스, 일본 토픽스 인버스 ETF 등이 뒤를 이었다.

미국과 국내 증시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상호관세 실시로 최근 3거래일간 급락했다. 나스닥 지수와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지수가 11.4%, 10.7%씩 하락했고 코스피와 코스닥 지수도 7.1%, 4.9%씩 내렸다.

개인 투자자들은 이 기간 24개의 ETF를 총 2661억원 규모로 순매도했다. 이중 코스피200 하락에 베팅하는 ETF 11개에 대한 순매도 규모가 2537억원(95% 수준)에 달했다. 이 기간 해당 ETF 가격이 8~20% 상승한 만큼 단기 투자한 이들은 상당한 차익을 냈을 것으로 추정된다.

투자자들은 인버스 ETF 상품을 매도한 뒤 반등을 노리고 레버리지 상품으로 이동하는 모습을 보였다. 같은 기간 개인 순매수 1, 2위는 ‘KODEX 레버리지’와 ‘KODEX 코스닥150레버리지’ ETF로 집계됐다. 투자자들은 각각 4787억원, 1973억원어치를 순매수했다. 그 외 ‘KODEX 200’(1446억원)과 미국 증시 상승에 베팅하는 ‘TIGER 미국S&P500’(1077억원), ‘KODEX 미국나스닥100’(623억원) 등도 사들였다.

증권가에선 미국의 강도 높은 관세 정책으로 지수가 급등락하는 변동성 장세가 길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임혜윤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예상보다 강한 트럼프 관세에 적어도 이번 분기, 길면 연말까지 관세 부담이 지속될 수 있다”고 말했다.

레버리지와 인버스 상품을 투자하면서 단기 이익을 추구할 순 있지만, 지수 움직임이 다를 경우 손실이 커질 수 있다는 점은 유의해야 한다. 박현정 대신증권 연구원은 “관세부과 시작으로 글로벌 증시 변동성이 확대되는 모습”이라며 “저변동성·가치·고배당 등 보수적인 전략이 유리하고 현금흐름에 집중하는 인컴형 ETF에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