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8일(현지시각) 미국 워싱턴D.C.에서 열린 전미공화당의회위원회(NRCC) 만찬에 참석해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미국 장기 국채 금리가 급등했다. 채권의 금리와 가격은 반대로 움직이는 만큼 미국 장기채 가격이 폭락했다는 의미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강도 높은 관세 정책에 대한 우려와 함께 중국의 미국 국채 매도 등이 맞물린 결과라는 분석이 나온다.

9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미국 국채 30년물 금리는 한국 시각으로 이날 오후 2시 10분 연 4.923%다. 장 중 연 5.023%로 치솟기도 했다.

미래에셋증권에 따르면 미국 국채 30년물 금리는 주간으로 58bp(1bp=0.01%포인트) 상승했다. 주간 상승 폭이 44년 만에 가장 컸다. 1981년 9월 말 86bp, 12월 중순 66bp 이후 가장 많이 뛰었다. 1981년 당시는 폴 볼커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이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해 기준금리를 최대 20%까지 올렸던 때다. 시장에서 연준의 기준금리 인하를 기대하는 현재와 상황이 다르다.

김석환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미국 국채 30년물 금리가 급등한 이유로 미국의 공격적인 관세 정책을 꼽았다. 트럼프 행정부는 한국 시각으로 이날 오후 1시부터 보편·상호 관세를 부과했다. 중국에 대한 관세는 총 104%에 달한다. 미국이 수입하는 상품에 대한 평균 관세율은 1930년 스무트-홀리 관세법 시행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높은 관세는 인플레이션을 다시 자극할 가능성이 크다. 여기에 더해 경기 위축으로 미국의 재정 적자가 오히려 악화할 수 있다. 김 연구원은 “트럼프 대통령은 관세를 통해 미국 재정 건전성을 개선하려는 목적이 있지만, 의회예산국(CBO)은 관세로 경제가 위축되면 국가 재정에 더 부담을 줄 수 있고 세수 부족과 재정 불균형이 심화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고 설명했다.

중국이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부과에 반발, 미국 국채를 매도한 여파라는 분석도 있다. 윤여삼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현재 아시아 시장에서 미국 국채 금리가 급등하고 달러가 급격한 약세를 보이는 점을 고려할 때 중국 등 외국인의 미국 국채 매도 가능성이 커 보인다”고 했다.

중국의 미국 국채 보유 규모는 현재 7600억달러(약 1130조원)대다. 중국의 국채 매도가 투자심리를 무너뜨리고, 외국인의 ‘패닉셀(Panic Sell·공황 매도)’까지 나타나면서 미국 국채 금리는 물론 주식 시장도 흔들리는 악순환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미국 국채 입찰 결과가 분수령이 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한국 시각으로 이날 밤 10년물 입찰이, 오는 10일 밤 30년물 입찰이 예정돼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