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러스트=챗GPT 달리3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을 제외한 75개국에 대한 상호 관세를 90일간 유예하기로 하면서, 미국 뉴욕증시의 주요 주가지수가 모두 급등했다. 서학개미(미국 주식 개인 투자자)가 많이 투자한 50개 미국 주식의 자산 가치도 하룻밤 사이 16조원 가까이 늘어난 것으로 추산된다.

10일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지난 8일 기준 국내 투자자가 많이 보유한 50개 미국 주식의 보관금액은 총 640억6114만달러(약 92조7000억원)였다. 결제 시차와 이들 종목의 지난 8일과 9일 주가 상승·하락률을 단순하게 반영해 계산하면, 620억4375만달러(약 89조7000억원)로 줄었다가 730억111만달러(약 105조6000억원)로 반등했다. 이 기간 매매를 반영하면 차이가 있겠지만, 서학개미들이 하루 만에 지옥과 천국을 오갔다.

국내 투자자가 가장 많이 보유하고 있는 테슬라 주가는 밤사이 22.69% 뛰었다. 테슬라 보관금액도 하루 만에 32억달러(약 4조6000억원) 불어났을 것으로 추정된다. 국내 투자자가 두번째로 많이 보유하고 있는 엔비디아 주가 역시 하루 새 18.72% 올랐다. 엔비디아 보관금액은 16억5000만달러(약 2조4000억원)가량 늘었을 것으로 보인다.

국내 투자자가 선호하는 레버리지 상장지수펀드(ETF)도 급등했다. 미국 반도체 지수 일일 상승률을 3배로 추종하는 ‘SOXL’은 밤사이 54.79% 올랐다. 나스닥100지수와 테슬라 주가 일일 상승률을 3배로 쫓아가는 ‘TQQQ’와 ‘TSLL’도 35.24%, 45.21%씩 올랐다. 이들 3개 종목의 보유금액도 18억달러(약 2조6000억원) 가까이 불어난 것으로 예상된다.

반대로 증시 하락에 베팅했던 투자자들은 하루 만에 말을 바꾼 트럼프 대통령 탓에 울상일 전망이다. 나스닥100지수를 역으로 3배 추종하는 SQQQ는 밤사이 35.28% 급락했다. 추정치 기준 보유금액이 9922만달러(약 1400억원)가량 줄었다.

다만 아직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발표 전과 비교하면 낙폭을 회복하지는 못했다. 이른바 ‘해방의 날(Liberation Day)’ 전날엔 국내 투자자가 많이 보유한 50개 종목의 자산 가치가 740억달러를 웃돌았고, 연초만 해도 850억달러에 육박했다.

불확실성도 여전하다.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에 부과하는 관세를 125%까지 끌어 올렸다. 안소은 KB증권 연구원은 “미국의 지난해 중국산 수입 비중(13.4%)과 관세율 125%를 고려하면 2분기(4~6월) 이후 기업들이 부담하게 될 평균 관세율은 25.4%로 유예 결정 전과 사실상 큰 차이가 없다”고 했다.

황수욱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품목별 관세 부과 여부가 남아 있다”며 “트럼프 대통령은 의약품 관세에 대해 여전히 언급 중이고, 반도체 관세 부과도 아직 미지수”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