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분간 미국 채권시장에서 채권 가격의 변동성은 높아질 것으로 보입니다.”
채권 분석 전문가 김상훈 하나증권 수석연구원은 9일 본지 인터뷰에서 “미 국채가 안전 자산 역할을 못할 수 있다는 우려가 부각되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김 연구원은 조선일보와 금융 정보 업체 에프앤가이드가 공동 주관한 ‘2024년 리서치 우수 증권사 및 베스트 애널리스트’ 평가 채권 및 신용 부문 분석에서 2년 연속 1위를 차지했다.
-최근 미국 국채 금리 폭등 이유는.
“미국 국채 금리의 급등은 수급 왜곡이 아닌 이상 설명하기 쉽지 않은 상황이다. 장기물 위주로 금리 상승 폭이 크다는 점에서 중국의 대규모 국채 매도 시나리오가 가능성이 있어 보인다. 미국 국채 보유국 2위인 중국이 가장 아픈 곳을 찌르기 시작한 것으로 보인다.”
-안전 자산인 미국 국채를 파는 게 맞나?
“중국 입장에서는 관세율이 높아져 미국과 교역을 많이 하지 않게 되면 달러를 보유할 필요도 적어지게 된다. 또 관세 정책으로 미국이 전 세계 교역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작아지게 된다면, 지금이 기축통화 지위를 가진 달러 패권을 과감하게 흔들 수 있는 기회라고 여길 수 있다.”
-앞으로 미 국채 금리 전망은.
“만일 중국의 매도가 맞다면 언제까지 어느 규모로 매도할지 모른다는 점에서 금리 변동성은 더욱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이번 미국 국채 금리 폭등은 미국 국채가 더 이상 안전 자산 역할을 못할 수도 있다는 우려가 부각됐다고 시장이 판단했을 수도 있다. 그러나 코로나 때처럼 극심한 안전자산 선호현상이 심화된다면 연방준비제도(연준)이 개입할 가능성이 높고, 정책당국이 대응책을 마련할 개연성도 높아질 수 있는 만큼 지금 미국 장기채를 담기 시작하는 것도 나쁘지 않다.”
-국내 채권도 변동성이 높아지고 있다.
“단기적으로 원화 강세 기대가 약화되고, 국고채 금리 상승 가능성이 있다. 세계국채지수(WGBI) 편입이 늦어지면서 패시브·액티브 자금의 유입 시점이 늦춰진다. WGBI 편입 시점 지연으로 30년물은 올해 4분기부터 예정된 6조9400억원 정도의 패시브 자금이 들어오지 못하게 된다. 4월 금융통화위원회에서도 금리 인하보다는 동결 가능성에 힘이 실릴 수 있다.”
-10조원 추가경정예산 영향은?
“큰 영향을 주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올해 국채 발행 한도가 197조6000억원인데, 10조원은 전체의 5% 수준이다.”
-국내 채권 시장 대응은?
“지금은 단기채와 초단기채 위주로 가져가야 한다. 당분간 채권 가격이 오를 가능성이 낮기 때문이다. 관세 전쟁과 추경 등의 영향으로 채권 금리가 당분간 박스권에서 움직일 것으로 보인다. 당장 채권 금리 예측이 어려울 땐 금리에 덜 민감한 1년 미만 단기 국고채에 투자하는 것이 효과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