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25년 4월 17일 15시 31분 조선비즈 머니무브(MM) 사이트에 표출됐습니다.
국내 인공지능(AI) 반도체 스타트업 퓨리오사AI가 자금 조달 규모를 증액했다. 당초 8300억원 몸값에 700억원 투자유치를 정했지만, 투자 수요가 몰리자 아예 조달 규모를 키우기로 했다. 투자유치 후 기업가치는 9000억원을 훌쩍 넘어설 전망이다.
17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퓨리오사AI는 최근 시리즈C브릿지 라운드 투자유치 규모를 최대 900억원으로 올려 잡았다. 올해 초 700억원을 목표로 기관 투자자 대상 기업설명회(IR)를 시작했는데, 4개월여 만에 800억원 규모 자금을 확보한 게 요인이 됐다.
당장 산업은행이 내달 300억원 규모 자금 납입을 예정한 상태로, 벤처캐피털(VC)들의 투자 문의가 계속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외 한국투자파트너스, DSC인베스트먼트, IMM인베스트먼트 등 이미 주주로 이름을 올린 기존 투자자들도 후속 투자를 정했다.
퓨리오사AI는 엔비디아처럼 AI 반도체 칩을 설계하는 팹리스 스타트업으로 2017년 설립됐다. 거대언어모델(LLM)과 같이 추론에 특화한 AI 반도체 칩 설계가 주력으로, 지난해 8월 고대역폭메모리(HBM3)를 탑재한 LLM 실행용 2세대 AI 칩 ‘레니게이드2’를 선보였다.
한때 레이게이드2 성능 의구심 등으로 투자자들의 외면을 받기도 했지만, 글로벌 빅테크 메타 인수설이 반전의 계기가 됐다. 자체 AI 칩 개발에서 기대 이하의 성능을 경험한 메타가 레니게이드2에 주목, 올해 초 퓨리오사AI 인수 협상을 시작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다.
이런 가운데 퓨리오사AI로의 신규 투자를 타진 중인 VC 등 기관 투자자들은 정책 수혜 기대감을 높게 평가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정치권이 AI 반도체를 포함한 첨단 기술 산업을 국가 전략산업으로 육성하는 데 힘을 보탤 것이란 기대가 커지고 있는 것이다.
대선 출마를 선언한 이재명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첫 공개 일정으로 택한 곳이 퓨리오사AI이기도 하다. 이 전 대표는 퓨리오사AI 백준호 대표와 만나 연구개발(R&D) 투자 방안 등을 논의했다.
퓨리오사AI는 시리즈C브릿지 투자유치 자금을 레니게이드2 양산에 투입한다는 방침이다. 이미 LG AI연구원, 사우디아라비아 아람코 등 고객사와 기술검증(PoC)에 돌입한 상태로, 양산 시작 시 현재 30억원 수준인 매출도 늘어날 수 있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유니콘(기업가치 1조원 이상 비상장 스타트업) 등극 기대감도 커지고 있다. 현재 퓨리오사AI 기업가치는 투자유치 전 기업가치 기준 8300억원으로 책정됐다. 900억원 규모 투자유치가 성공적으로 마무리될 경우 투자 후 기업가치는 9200억원으로 뛰게 된다.
VC업계 한 관계자는 “퓨리오사AI는 이번 투자유치 마무리 후 본격적인 양산을 시작하고 곧장 차세대 AI 칩 개발을 위한 투자유치에 다시 나설 예정”이라면서 “정책 기대감까지 겹치면서 다음 투자 라운드에서는 1조원 몸값을 인정받을 수 있을 전망”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