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6일 시카고 경제클럽에서 연설하고 있는 제롬 파월 미 연준 의장./AFP=연합뉴스

세계 주식시장을 쥐고 흔들던 미국의 오락가락 관세 정책이 90일 유예되면서 얼마간의 시간을 벌어놓은 가운데 투자자들의 관심은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에 쏠렸다. 시장 일각에서 Fed가 예상보다 일찍 금리를 인하해 시장을 부양할 것이라는 이른바 ‘파월 풋’에 대한 기대가 나왔기 때문이다. 하지만 당분간 미국의 완화적인 통화정책을 기대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제롬 파월 미 연준 의장은 지난 16일 시카고 경제클럽 연설에서 “정책 입장에 대한 어떤 조정을 고려하기 전에 더 많은 명확성을 기다리기에 좋은 위치에 있다”고 말했다. 시장이 기대하는 금리 인하는 인플레이션 우려가 해소됐다고 판단할 만큼 명확한 지표가 확인된 뒤에 이뤄질 것이라는 메시지를 시장에 전달한 셈이다.

또 파월 의장은 증시가 급락하면 연준이 시장에 개입하는 ‘연준 풋’을 기대해도 되냐는 질문에 “아니다”라고 답하며 “시장은 원래 취지대로 작동하고 있고 질서를 유지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주식시장 참여자들이 파월 풋 가능성에 주목한 이유는 과거 트럼프 1기 행정부에서 경험한 학습 때문이다. 2018년 트럼프 행정부가 중국을 겨냥해 무역 전쟁을 벌이면서 폭락했던 코스피 지수가 반등한 것은 미 행정부가 관세를 90일 유예하기로 한 결정과 더불어 미 연준이 긴축을 중단하겠다고 선언한 영향이 컸다.

파월 의장은 2018년 12월까지도 금리 인상을 고집했고 글로벌 증시는 급락했다. 그런데 이듬해 1월 4일 파월은 돌연 입장을 바꿔 금리 인상 중단을 선언했다. 이은택 KB증권 연구원은 “이 시기 코스피 지수가 2개월 동안 13% 반등한 것은 미 행정부의 ‘관세 90일 유예’와 더불어 ‘파월의 긴축 중단 선언’이 절반씩 역할을 했다고 판단한다”고 말했다.

이를 반대로 생각하면 미 연준이 금리 인하에 나설 경우 트럼프 1기 행정부 때와 유사하게 우리 증시의 반등을 기대할 수 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국내 투자자가 트럼프 대통령뿐 아니라 파월의 목소리에도 예민하게 귀 기울여야 하는 이유다. 코스피 지수는 미 행정부가 관세 90일 유예를 선언한 이후에도 지난달 수준을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당장은 조기 금리 인하 기대가 줄었지만 미 연준의 태세 변화를 예측해 볼 수 있는 메시지는 눈에 띈다. LS증권의 황산해 연구원은 파월 의장이 설문조사를 바탕으로 집계되는 기대 인플레이션과 같은 ‘소프트 데이터’를 언급한 것에 주목했다. 이날 파월은 “장기 기대 인플레이션을 고정시키고 일회성 물가 인상이 인플레이션 문제로 번지지 않도록 하는 것도 미 연준의 책무”라고 했다.

황산해 연구원은 “지난 3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기자회견까지 파월은 ‘하드 데이터’에 초점을 뒀는데 이번에 소프트 데이터를 무시할 수 없다는 변화가 확인됐다”며 “과거보다 선제적 대응이 나올 가능성이 높아진 상황”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