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가계대출 잔액이 이달 들어서 2조5000억원 증가했다. 한동안 감소 양상을 보였던 신용대출 잔액도 1조원 이상 불어났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촉발한 관세전쟁으로 전 세계 투자시장이 혼란에 빠진 틈을 타 저점매수를 위한 신용대출이 집행된 것으로 풀이된다.
20일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 17일 기준 5대 은행의 가계대출잔액은 740조509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3월 말 잔액(738조5511억원)과 비교해 2조4998억원 증가한 수치로 3월 증가분(1조7992억원)을 이미 넘어섰다. 주택담보대출은 이달 들어 1조5018억원 증가했다. 지난 2월 서울시 토지거래허가구역 해제 기간 서울 지역 주택 거래량이 증가했는데, 이 시기 거래에 대한 주담대가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통상 부동산 거래 증감이 주담대 실행에 반영되기까지 1~2개월가량 소요된다.
신용대출잔액은 1조595억원 증가했다. 신용대출은 지난해 12월 이후 4개월 연속 감소 양상을 보였다. 영끌과 빚투 현상이 한창이었던 지난 2021년 7월(1조8636억원) 이후 가장 가파른 증가 속도다. 다만 신용대출잔액은 매달 급여일(25일) 직후 대출금 상환으로 소폭 감소하기도 한다.
최근 신용대출 급증 현상은 빚투 반짝 유행에 따른 결과로 보인다. 이달 초 트럼프 대통령이 대규모 상호관세 부과 방침을 밝혔다가 철회하고, 미·중 관세 갈등이 격화되면서 전 세계 증시와 가상자산 시장 등이 휘청였다. 개인 투자자들이 지금 시기를 저점매수 타이밍이라고 판단하고 대출금까지 동원해 투자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1일부터 17일까지 개인 투자자들은 5조5718억원가량을 순매수했다. 같은 기간 외국인은 10조3429억원을 순매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