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러스트=손민균
서울의 한 저축은행. /연합뉴스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 자산을 정리 중인 저축은행업계가 올해 상향 예정인 예금자보호한도와 책무구조도 도입을 두고 난색을 표하고 있다. 특히 예금자보호한도를 5000만원에서 1억원으로 높이면 저축은행으로 ‘머니무브’가 기대된다는 시각도 있었으나, 실제 저축은행업계는 수신 잔액 증대에 대한 기대는커녕 예금보험료가 더 부담스럽다는 입장이다.

22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지난주 금융 당국은 대형 저축은행 대표들을 소집해 저축은행업권의 부실 PF 자산 정리를 서둘러달라고 주문했다. 특히 올해 상반기 내로 이행할 것을 강력히 요청하며 제대로 이행되지 않을 경우 현장 점검이나 임직원에 대한 제재도 경고했다. 실제 당국이 제재에 나서면 적기시정조치를 받는 저축은행도 대폭 늘어날 수 있다.

저축은행업계는 PF 정리펀드와 부실채권(NPL) 매각 전문 자회사 설립 등 다양한 방법으로 부실 자산 정리를 서두르고 있지만, 지지부진한 상황이다. 금융 당국에 따르면 정리 대상 PF 위험 노출액 12조원(상각 대상 5000억원 제외) 중 지난해 4조원 규모가 정리됐으나, 지난해 목표인 4조3000억원에 다소 못 미치는 규모다. 올해 들어서도 여러 사업장이 매각을 협상 중이지만 여전히 가시적인 성과는 찾아보기 힘들다.

저축은행이 PF 정리에 여념이 없지만 대외적으로 금융 시스템이 바뀌면서 대외 부담은 가중되고 있다. 우선 금융 당국은 올해 상반기 내에 예금보호한도를 1억원으로 상향하는 시기를 확정할 예정이다. 앞서 보호 한도가 1억원으로 높아지면 은행권보다 상대적으로 더 높은 금리를 제공하는 저축은행이 ‘머니무브’의 수혜자가 될 것이라는 관측도 나왔다. 금융위원회의 연구용역 보고서에 따르면 예금보호한도를 1억원으로 상향할 경우 저축은행 예금은 16에서 25%까지 늘어날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저축은행들은 최근 은행과의 예금 금리 차이가 크지 않아 실질적인 수신 확대를 기대하기 어렵고, 예금보험료 부담이 더 크다는 입장이다. 최근 저축은행의 1년 만기 정기예금 평균 금리는 연 2.96%로, 5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1년 만기 정기예금 금리(연 2.15~2.75%)와 큰 차이가 나지 않는다. 더욱이 저축은행의 예금보험료율은 0.4%로 상호금융(0.2%)이나 시중은행(0.08%)보다 훨씬 높다.

​이에 더해 저축은행의 책무구조도 제출 시기도 도래하고 있다. 이미 은행과 금융지주는 지난 1월까지 금융 당국에 책무구조도를 제출 완료했고, 저축은행은 자산 기준으로 7000억원 이상은 내년 7월, 7000억원 미만은 2027년 7월까지다. 그러나 책무구조도 작성도 상당히 시간이 걸려 중소형사들은 내부 관리 체계를 처음부터 새로 짜야 하는 곳이 태반이다.

최근 대선을 앞두고 불거진 법정 최고금리 논쟁도 부담을 가중한다. 정치권에 따르면 이재명 민주당 전 대표의 싱크탱크인 ‘성장과 통합’ 금융분과는 법정 최고금리를 10%대로 낮추는 의제를 검토했다. 앞서 현 법정 최고금리(20%)까지 하향 조정되면서 합법 대부업체들이 연달아 도산했는데, 10%대로 낮아진다면 저신용자 위주로 대출을 취급하는 저축은행은 높은 연체 리스크를 감당하지 못하고 어려워질 수 있다.

저축은행업계 관계자는 “저축은행업계는 지금 당국이 요구하는 PF 부실 줄이는 데 집중하고 있는데, 수신 확대나 책무구조도까지 챙기기는 힘들다”며 “특히 법정 최고 한도가 지금보다도 낮아지면 저신용자 대출을 담당하고 있는 저축은행들은 사실상 견딜 방법이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