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12월 8일 경기 안산시 반월공단 내 한 중소기업 공장 모습. 기사와는 직접 관련 없는 사진. /조선DB

지방은행이 전국 단위 기업 금융 확장 재도전에 나선다. 이번에는 핀테크사와 손을 잡고 비대면 금융 서비스 및 상품 출시에 힘을 싣는 모양새다. 지방은행은 과거 수도권에 영업점을 차려 진출했으나 시중은행과 경쟁에서 밀렸던 경험을 반면교사 삼아 이번엔 저비용 고효율 전략을 짜고 있다.

22일 금융권에 따르면 BNK부산은행은 핀테크 기업 코넥시오에이치와 협업해 이달 중 온셀 서비스를 출시할 예정이다. 부산은행의 온셀 서비스는 온라인 쇼핑몰 입점 업체를 대상으로 금융 분석 데이터를 제공하는 서비스다. 부산은행은 이 서비스를 통해 전국에 분포한 중소기업 및 소상공인과 접점을 늘리고 온라인 쇼핑몰 운영사에 특화된 대출 상품도 개발할 계획이다.

제주은행은 더존비즈온을 2대 주주로 받아들이며 ERP 뱅킹 사업을 추진한다. ERP 뱅킹이란 기업이 인사, 회계, 재고 관리 등에 사용하는 관리 프로그램인 ERP에 금융 상품을 추가한 서비스다. 현재로선 더존비즈온의 ERP 서비스가 플랫폼화돼 제주은행의 기업 금융 상품이 탑재되는 모델이 유력하게 검토되고 있다. 제주은행은 더존비즈온의 ERP를 쓰는 사업자가 300만개인 만큼 이들을 제주은행 고객으로 끌어들이는 전략을 구상 중이다.

지방은행의 이러한 사업 전략은 비대면, 저비용, 고효율로 요약할 수 있다. 영업점에 기반한 대면 영업 대신 비대면 금융 서비스를 만들어 장기적인 투입 비용을 낮추고 영업 효율은 높이겠다는 취지다. 한 지방은행 관계자는 “초기에 프로그램 개발에 많은 돈이 투입되지만 서비스가 한번 출시되면 이후부터는 유지 비용이 적게 들어 비대면 영업이 더 효율적이다”라고 귀띔했다.

게다가 지방은행은 이미 대면 영업으로 기업들을 공략하려다 쓴맛을 본 적이 있다. 지방은행은 본점 소재 시·도 외엔 특별시와 광역시에만 영업점을 낼 수 있었다. 2015년 지방은행의 경기도 영업점 개점이 처음 허락됐고, 규제가 풀리자 지방은행들은 수도권에 영업점을 내며 기업 대출 확장에 나섰다. 그러나 대출 금리 경쟁 등에서 시중은행에 밀리며 유의미한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이에 수도권 대면 영업 전략을 대대적으로 철회했다. 규제 해제 후 68개까지 늘어났던 지방은행의 수도권 영업점 수는 지난해 말 53개로 줄어들었다.

지방은행들이 비대면 기업 금융 시장을 장밋빛으로 보는 만큼 향후 경쟁은 더 치열해질 전망이다. 비대면 환경에서 경쟁 우위를 선점하려면 대면 서비스에 뒤지지 않는 사업 역량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온다. 금융권 관계자는 “기업 고객들에겐 대출이 얼마나 제때 나오는지가 중요하다”며 “비대면 환경에서도 각 지방은행의 여신 심사 능력이 주요한 승부처가 될 것이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