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과 함께 24일(현지시각) 미국 재무부에서 열린 '한미 2+2 통상협의'에 참석, 스콧 베센트 미국재무장관, 제이미슨 그리어 미국무역대표부(USTR) 대표와 회의시작에 앞서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있다./기획재정부 제공

지난주(4월21~25일) 국내 증시의 흐름은 한마디로 기승전 ‘관세’였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4월 30일, 1분기 실적을 발표할 예정이다. KF-21 전투기에 탑재되는 F-414 항공엔진 모습./한화에어로스페이스 제공

뚜렷한 방향 없이 정치테마주를 중심으로 등락을 반복하던 코스피지수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무역 협상 진전 발언에 주중 2500선을 회복했다. 다만 지난 25일 한·미 관세 협상을 앞두고 투자자들은 ‘지켜보자’ 쪽이었다. 주요 상장사들의 깜짝 실적 발표에도 조선·방산 업종을 제외하곤 대부분의 종목이 상승 동력을 얻지 못했다. 실적 호재조차 관세 리스크라는 대외 변수 앞에선 힘을 쓰지 못했다.

지난주 지표로 확인된 우리 경제의 저성장 쇼크 역시 투자 심리를 악화시켰다. 한국은행은 올해 1분기(1~3월)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마이너스(-)0.2%를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4개 분기 연속 GDP 성장률이 0.1%를 밑돌았다. 아직 미국발 관세 영향이 반영되기 전인데도, 우리 경제가 이미 저성장의 늪에 빠졌다는 분석에 투자 심리가 위축됐다. 다만 금요일(25일) 긍정적인 한·미 관세 협상 분위기에 관세 우려가 다시금 완화되면서 코스피는 2540선을 뚫고 상승 마감했다.

투자자들이 주목했던 한·미 2+2 협상 결과는 긍정적이다. 우리 정부는 25일 미국과의 첫 관세 협상에서 ’90일 관세유예’가 끝나는 7월 8일까지 관세 폐지를 목적으로 하는 ‘7월 패키지((July package)’에 대해 미국과 공감대를 형성했다고 밝혔다. 미국 측은 한국이 최선의 제안을 가져왔다고 했다.

스콧 베센트 미국 재무장관은 “이르면 이번 주 협상의 틀에 관한 양해 합의서가 체결될 것”이라고 했다. 앞서 미국이 인도와 양자 무역협정을 위한 협상운영세칙(TOR·Terms of Reference)을 체결했기에 한국과의 협상에서도 신속한 합의가 도출될 거란 기대가 나온다.

증권가에선 이번 합의 덕분에 증시가 상승할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상승폭은 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황준호 상상인증권 연구원은 “트럼프 행정부의 미국 우선주의 기조가 다소 완화됐지만, 국내 증시는 대내외적 거시 경제 지표에 대한 우려로 인해 제한된 상승세를 보일 것”이라고 봤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 역시 “예측 불가능한 트럼프의 연준 압박, 정책 번복 우려가 시장에 여전히 남아 있다는 점은 투자 심리 회복을 지연시키는 요인”이라면서도 “비(非)미국 지역의 경기 회복세에 힘입어 코스피 상승 추세가 이어질 수 있다”고 했다. 아울러 현재 코스피의 선행 주가수익비율(PER)이 8.74배, 주가순자산비율(PBR)이 0.81배로 밸류에이션(평가 가치) 매력이 높다고 진단했다.

이번 주에는 미국과 중국의 협상 줄다리기를 눈여겨봐야 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24일 중국에 대한 관세율을 크게 내릴 수 있음을 시사했다. 대중 관세 인하를 “2~3주 안에 결정할 수도 있다”고 언급하며 이전과 달리 구체적인 시기까지 언급했다. 현재 트럼프 행정부는 중국에 145%의 관세율을, 중국은 이에 대한 125%의 보복 관세율을 적용하고 있다.

다만 양국이 합의에 이르기까지 다소 시간이 걸릴 거란 관측도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주 수차례 “중국과 관세 문제를 논의하고 있다”고 밝혔으나 중국은 이를 “가짜 뉴스”라며 반박하고 나섰다. 관계 개선을 위해선 미국이 일방적으로 부과한 고율 관세부터 없애란 요구도 함께 나왔다. 현재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이 협상에 응하지 않을 경우엔 2~3주내 자의적으로 관세를 결정하겠단 입장이다.

유명간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수출 의존도가 높은 중국에게 미국 시장은 여전히 중요하다”며 내수 부진에 빠진 중국이 협상에 나설 동기는 충분하다고 분석했다. 실제 2018년부터 미국향 수출 비중은 19.2%에서 14.6%로 줄었지만 우회 수출지인 베트남과 멕시코 비중은 늘어났다.

한편 미국은 금리 인하에 힘을 실어 줄 주요 경제 지표 발표를 앞두고 있다. 가장 중요한 지표로는 1분기 GDP와 4월 고용지표가 꼽힌다. 경제 지표가 악화함에 따라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긴축 태도가 변할 수 있다. 앞서 크리스토퍼 윌러 연준 이사는 “관세 인상이 실업률 상승으로 이어진다면 금리 인하를 지지하겠다”고 언급했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해당 지표를 통해) 기대인플레이션이 실제 물가 지표로 전이되지 않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을 것”이라며 “GDP의 경우 관세 부과 이전의 데이터이기 때문에 연준은 관망론이 우세하겠지만 경기 침체 우려가 완화됨에 따라 금리 인하를 재촉하는 트럼프의 압박이 다시 거세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아울러 “고용의 경우 4월까지 선수요가 이어지며 당장 급격하게 위축될 가능성은 제한적이지만 질적으로 악화하는 흐름은 유효하다”고 설명했다. 고용 둔화가 확인될 경우 증시 하방 압력이 커질 가능성이 높다.

이번 주 주요 기업들이 실적 발표를 앞두고 있다. 실적이 시장 전망에 부합하는지와 향후 실적 전망에 따라 주가 흐름이 엇갈릴 가능성이 있다.

다만 최근 사례를 보면 예상보다 호조인 실적을 발표(어닝 서프라이즈)하고도 주가가 크게 상승하지 않는 등 실적이 주가에 영향을 미치는 정도가 작아진 모습이다. 미국의 관세 부과를 앞두고 1분기 발생한 선(先)주문이 어닝 서프라이즈를 이끈 경우 투자자들이 이를 긍정적으로 해석하지 않은 것으로 풀이된다.

미국에선 마이크로소프트, 애플, 아마존, 메타 등 미국 주요 기술주와 코카콜라, 제너럴모터스 같은 소비재 기업의 실적 발표가 예정돼 있다. 앞서 알파벳이 광고 부문의 성장에 어닝 서프라이즈를 기록한 것을 고려할 때 메타와 아마존 등 유사 기업들의 실적 성장을 통한 증시 상승이 가능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국내에선 삼성전자와 한화에어로스페이스, 한화오션, LG화학, 크래프톤, 하이브, 한화시스템, SK이노베이션, 두산에너빌리티 등이 연이어 실적을 발표할 예정이다. 반도체·방산·소프트웨어 등 업종들의 실적과 예상 전망치를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