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7%와 87.4%.
최근 8년간 서울 아파트 값 상승률을 나타내는 통계다. 통계는 조사 방식에 따라 차이가 있을 수 있지만, 둘 다 한국감정원이 집계한 ‘국가 승인’ 통계다. 이처럼 같은 대상을 두고 한 기관에서 만든 통계가 서로 큰 차이가 나는 상황이지만, 정부와 여당은 이 중 작은 숫자만 인용하며 ‘시장이 안정되고 있다’는 논리를 펴고 있다. 시장에서는 “입맛에 맞는 통계만 취사선택한다”는 비판이 나온다.
17일 감정원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실거래가 지수’는 2013년 1월 74.5에서 올해 6월 139.6으로 87.4% 올랐다. 실거래가 지수는 실제 거래된 아파트의 매매가격만 집계한 통계다. 반면 감정원 직원들이 실거래가와 주변 시세 등을 통해 산출하는 ‘매매가격 지수’는 2013년 1월 86.3에서 올해 6월 111.9로 29.7% 오르는 데 그쳤다. 실거래가 통계와 감정원 직원의 가공을 거친 통계가 3배 가까이 차이 나는 셈이다. 문재인 정부 출범 후의 상승률만 따져도 실거래가 지수(45%)가 매매가격 지수(14%)를 크게 웃돈다.
이런 통계 격차에 대해 주무 부처인 국토교통부는 “통계 집계 방식상 차이가 있을 수 있다”고 주장한다. 국토부는 16일 자료를 통해 “신축, 재건축 등 가격 상승률이 높은 아파트의 거래 비율이 높고 최근 고가 아파트 거래 비율이 커졌기 때문에 실거래가 지수는 시장 상황을 과잉 해석할 여지가 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한 부동산 통계 전문가는 “정부 논리처럼 최근 시장 상황 때문에 실거래가 지수와 매매가격 지수의 격차가 일시적으로 벌어진 것이라면 장기간 비교에서는 그 격차가 줄어야 하는데 그렇지 않다”고 지적했다.
이런 가운데 고위 공직자들은 유리한 통계만 인용하고 있어 “잘못된 시장 인식을 국민에게 강요한다”는 비판이 나온다.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은 16일 국회 대정부 질문에서 최근 서울 주택 시장 분위기를 묻는 여당 의원에게 “감정원 통계로 (주간 상승률이) 0.01%가 된 게 4~5주 정도 됐고, 강남 4구는 상승세가 멈췄다”고 답했다. 실제 17일 발표한 감정원 통계에 따르면 지난주 서울 아파트 값 주간 상승률은 0.01%로 4주째 같다. 하지만 KB국민은행이 집계한 지난주 서울 아파트 값 상승률은 0.37%로 감정원의 30배가 넘는다.
이창무(전 부동산분석학회장) 한양대 교수는 “특정 통계만으로 시장을 바라보면 왜곡된 해석이 나올 가능성이 높다”며 “경쟁 구도를 통해 전반적 통계 질을 높일 환경을 갖추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