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서초구 ‘반포주공 1단지’ 3주구(住區) 아파트 조합원에게 초과이익 환수 명목으로 1인당 4억원 넘는 재건축 부담금이 통보되면서, 초과이익 환수제발(發) 재건축 부담금 공포가 현실화하고 있다. 정부가 최근 안전진단 요건 강화, 분양가 상한제 등 재건축 관련 규제를 잇달아 강화하는 가운데 수억원대 부담금까지 현실화하면서 재건축이 지연되고 새 아파트 공급이 위축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본인이 살던 집을 고치는 것인 데다, 아직 실현되지도 않은 이익에 대해 거액의 부담금을 내는 것에 대한 논란도 계속되고 있다.
◇최대 7억 부담금 내야
23일 반포주공1단지 3주구 조합에 통보된 4억200만원(예정액)은 재건축 초과이익 환수제가 시행된 이후 최대 부과액이다. 업계에선 이 금액이 강남권 대규모 재건축 단지 부담금의 기준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초과이익 환수제는 조합원이 재건축으로 얻은 이익의 최고 50%를 부담금으로 환수하는 제도다. 현재 부담금 최종 금액을 냈거나 예정액을 통보받은 단지는 60여 곳으로, 대부분 소규모 아파트다. 부담금 1억3568만원으로 이전까지 가장 액수가 컸던 서초구 ‘반포현대’ 역시 80가구에 불과하다.
반면 반포주공 3주구는 1490가구가 2091가구로 탈바꿈하는 대단지다. 이 때문에 재건축 초과이익 환수제 대상인 강남구 대치동 ‘은마’, 송파구 잠실동 ‘잠실주공5단지’ 등 강남권 주요 재건축 단지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지난 6월 국토부가 내놓은 ‘강남권 5개 단지 시뮬레이션’ 결과를 보면 단지별로 평균 4억4000만~5억2000만원의 부담금이 부과될 것으로 예상됐다. 가장 적은 곳이 2억1400만~2억2800만원, 가장 많은 곳이 6억3300만~7억1300만원 수준이다.
초과이익 환수제는 지난해 말 헌법재판소에서 합헌 판결을 받았다. 하지만 ‘미실현 이익에 대한 과세’라는 점에서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부과 시점보다 집값이 떨어져도 이를 보전하는 장치는 없다. 강남권의 한 재건축 조합 위원장은 “(반포3주구가 통보받은) 4억원은 조합원 입장에선 엄청나게 큰 돈”이라며 “특히 소득이 없는 고령 은퇴자들에겐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고 했다.
◇재건축 전방위 규제로 공급 축소 불가피
정부가 내세우는 집값 안정 효과도 미지수다. 정부는 2018년 재건축 초과이익 환수제를 전면 시행한 데 이어 3월 안전진단 요건을 강화했고 지난 7월부터는 분양가 상한제도 시행하고 있다.
이렇듯 재건축 규제가 누적되면서 결국 서울 주택 공급이 위축될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초과이익 환수제 등으로 수익성이 떨어진다고 판단한 재건축·재개발 조합원들이 사업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으면서 공급 물량은 줄어들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실제 대치동 ‘대치쌍용 1차’는 지난해 이후 사업을 멈춘 상태다. 인근 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조합원들이 재건축 부담금에 대해 크게 우려하고 있다”며 “정부의 각종 규제로 불확실성이 커져 앞으로 몇 년 간은 사업이 진척되기 어려울 것”이라고 했다.
지난해 기준 서울에서 새로 공급된 아파트 81%가 재건축·재개발 등 정비사업을 통해 나왔다. 정비사업 속도가 늦어지면 그만큼 주택 공급도 줄어들 수밖에 없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은 지난해 12월 “최근 서울시 내 다수 정비사업에서 사업 지연이 발생하고 있어 과거 추정했던 것보다 실제 공급되는 양이 많이 감소했다”는 내용의 보고서를 내기도 했다. 이태희 부연구위원은 “주변 환경이 좋아지고 공급 물량이 늘어나는 등 공적 이익이 분명한데도 재건축을 전방위적으로 규제하다 보니 사업 자체가 위축되고 있는 상황”이라고 했다.
심교언 건국대 교수는 “공급 위축으로 신규 아파트가 귀해져 오히려 아파트 값을 더 올릴 가능성이 크다”며 “아파트에 수십 년 산 조합원은 돈을 내는데, 분양가 상한제로 시세의 50~70% 수준으로 아파트를 분양받는 일반 청약자는 시세 차익을 전혀 환수당하지 않는 것도 모순”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