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응근 삼부토건 대표가 서울 중구 삼부토건 사무실에서 본지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회생 절차 등을 거치며 오랜 기간 부진했던 삼부토건은 2018년 이 대표가 경영을 맡은 후 외형과 수익성 모두 급속도로 개선되고 있다. /김연정 객원기자

1948년 설립된 삼부토건은 대한민국에서 건설업 면허를 가장 먼저 받은 ‘1호 건설사’다. 전쟁 후 폐허였던 우리나라를 재건하는 과정에서 국토 개발에 크게 기여했고, 한때는 10여 계열사를 거느린 중견그룹으로 성장했다. 하지만 2000년대 중·후반 들어 국내외 대규모 프로젝트가 지연되고 글로벌 금융 위기까지 겹치면서 2011년 법원에 회생절차(옛 법정관리)를 신청했다.

많은 우여곡절과 경영 정상화 노력이 있었지만 한번 망가진 회사는 쉽게 회복되지 않았다. 결국 2017년 인수·합병(M&A)을 거친 후에야 회생절차를 졸업할 수 있었다. 그해 삼부토건은 159억원의 적자를 기록했다. 새 경영진은 고강도 구조조정을 통해 비용을 줄이고 주택 사업 등 새로운 먹거리를 발굴했다. 그 결과 지난해 매출 2262억원, 영업이익 59억원을 거두며 재기에 성공했다. 올해는 매출과 흑자 폭이 크게 확대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삼부토건의 체질 개선을 주도하고 있는 이응근 대표는 최근 본지 인터뷰에서 “3차례에 걸친 희망퇴직과 조직 개편으로 30%에 달하는 유휴 인력을 조정 또는 재배치했다”며 “전 임직원이 ‘변하지 않으면 모두 죽는다’는 각오로 임했고, 이젠 제2의 전성기를 맞이할 준비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2017년 10월 코스닥 상장사 휴림로봇이 삼부토건을 인수한 직후 경영지원본부장으로 영입됐고, 이듬해 4월 대표이사가 됐다. 육군 준장 출신인 그는 전역 후 재향군인사업단장을 거쳐 동문건설 등 민간 기업에서 경영자로 활약했다. 군인 출신답게 기본과 원칙을 중시한다.

이 대표가 취임 후 가장 먼저 했던 일은 사규를 새로 만드는 일이었다. 회사 운영의 기본과도 같은 사규가 1990년대 초반 이후 단 한 번도 바뀌지 않았다는 사실에 충격을 받았기 때문이다. 그는 “세상은 시시각각 변하는데 회사 규정은 과거에 머물러 있으니 경쟁에 뒤처질 수밖에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하도급 체계도 대대적으로 손질했다. 오랜 기간 오너 경영 체계를 이어오는 과정에서 삼부토건의 협력사 중 상당수가 혈연·학연·지연 등 인맥으로 엮여 있었다. 이는 회사 수익성을 저해하는 큰 걸림돌이었다. 이 대표는 협력업체 선정 및 구매 부서를 통합하고 전자입찰제를 도입했다. 그 결과 2017년 말 99.2%에 달했던 매출원가율(공사 매출에서 원가가 차지하는 비율)이 올해 6월 말 89%로 낮아졌다. 원가 절감 효과를 거둔 것이다.

과거 삼부토건의 주요 사업은 도로·댐·항만 등 기반 시설을 건설하는 ‘토목’이었다. 토목은 대부분 공공 사업이기 때문에 안정적이지만 반대로 큰 수익을 내기도 어렵다. 갈수록 경쟁도 치열해지고 있다.

이 대표는 수익성을 높이기 위해 주택 사업 비율을 늘렸다. 외주 공사를 하며 경험을 쌓았고 최근에는 직접 땅을 사서 개발하는 자체 시행 사업도 늘리고 있다. 지난 9월 ‘천안신방 삼부르네상스’를 분양했으며, 연말에는 아산 신창지구에서 대규모 분양을 앞두고 있다. 내년 신창지구 2차, 후년에는 남양주 덕소지구에서도 아파트를 분양할 예정이다. 2017년 매출의 90%를 차지했던 토목 부문 비율이 지금은 30% 수준으로 떨어졌다. 이 대표는 “자체 사업만으로 2025년까지 1조3000억원 이상의 매출을 거둘 전망”이라며 “토목·건축·플랜트 등 다양한 분야의 시공 경험을 기반으로 부동산 종합 디벨로퍼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 삼부토건은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동생인 이계연 전 삼환기업 대표를 사장으로 영입해 화제가 됐다. 이 대표는 “노조와 원만한 관계를 유지하면서 경영관리 전반을 혁신하고 회사를 발전시키는 데 적임자라고 판단해 삼고초려 끝에 영입한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