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은 최근 국회에서 전셋집이 부족해진 원인에 대해 “5년 전 주택 인허가를 줄인 것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과거 정부에서 주택 인허가를 안해준 탓에 주택 건설물량이 줄었고 그 부메랑을 지금 정부가 맞고 있다는 논리였다.
하지만 이 같은 주장은 사실과 다른 것으로 확인됐다. 본지(本紙)가 정부 통계를 분석한 결과, 김 장관이 언급한 5년 전의 전국 주택 인허가 물량은 70만가구가 넘었다. 올해 10월까지 누적 인허가 물량(32만6237가구)의 배(倍)가 넘는 숫자다. 더욱이, 문재인 정부 들어 주택 인허가 물량은 계속 줄어들고 있다. 김 장관 논리처럼 5년 전의 인허가 감소로 지금의 전세대란이 벌어진 것이라면, 앞으로 5년간 전세대란은 더 심해질 수 밖에 없다는 결론에 도달한다. 전문가들은 “온갖 규제로도 집값·전셋값 잡는데 실패한 정부가 이제 더는 내놓을 카드가 없어지자 궤변으로 여론을 호도한다”고 비판한다.
◇5년전 인허가가 적었다고? 文정부 평균보다 28% 많았다
김 장관이 언급한 ‘5년 전’은 ’11·19 전세 대책'이 시작되는 내년으로부터 5년 전인 2016년을 의미한다. 2016년 전국 주택 인허가는 72만6048가구로, 전년(76만5328가구) 대비 4만가구 가량 줄었다. 하지만 이는 2013~2016년 평균(61만1686가구)에 비하면 10만가구 이상 많은 숫자다. 전세 대책을 발표하면서 정부는 “최근 3년간 주택 입주 실적이 역대 최고 수준”이라고 했는데, 박근혜 정부에서 주택 인허가를 늘린 덕분에 이런 자화자찬이 가능했다.
정작 문재인 정부 출범 후 주택 인허가 실적은 급감하고 있다. 2017년 65만3441가구에서 지난해 48만7975가구로 줄었다. 3년 평균 56만5184가구로, 김 장관이 언급한 5년 전에 비해 28% 적다. 올해 역시 감소 추세가 이어질 전망이다.
김 장관 논리대로 5년 전 주택 인허가가 부족했던 탓에 지금의 전세난이 생긴것이라면, 앞으로 5년간 전세난은 더 심해질 수 밖에 없으며, 현 정부가 전세대란을 심화시켰다는 결론이 나온다.
◇”공급 충분하다” 해놓고 뒤늦게 땜질대책
문재인 정부는 2017년 출범 후 지금까지 “주택 공급은 충분하다”는 입장을 고수해왔다. 그러면서 대출규제, 다주택자 세금 중과 등 수요를 옥죄는 정책만 일관되게 펼쳐왔다. 하지만 온갖 규제에도 수요는 줄어들지 않았고 집값은 정권 내내 우상향 곡선을 그렸다. 지난 7월말 계약갱신청구권, 전월세 상한제가 시행된 후 전셋값마저 급등하고 있다.
전셋값 상승으로 서민들의 민심이 나빠지자 정부는 뒤늦게 전세대책을 내놨지만 아파트에 비해 선호도가 떨어지는 빌라 중심의 공급 대책인 탓에 ‘맹탕’이란 평가를 받고 있다.
한 부동산 전문가는 “정부가 예년 수준의 주택 공급량을 유지하는 정책을 폈다면 오히려 시장 상황이 훨씬 안정됐을 수도 있다”며 “수요와 공급에 따라 움직이는 기본적인 시장 원리를 간과한 상태로는 어떤 정책을 내도 집값, 전셋값을 잡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