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 대학수학능력시험이 끝나면서 서울의 전세난이 더 나빠질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매물 품귀에 따른 전세난이 심각한 상황에서 강남구 대치동, 양천구 목동, 노원구 중계동 등 서울의 인기 학군 지역에서 전세 수급 불균형이 한층 심해질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교육 환경이 좋다고 알려진 지역은 수능 시험이 끝나면 이른바 ‘전세 물갈이’가 진행된다. 자녀가 수능을 끝낸 세입자들이 빠져나가면서 전세 매물이 늘어나고, 이 물량을 겨울방학 기간에 중·고교 신입생이나 재수생을 둔 학부모들이 소화하는 경우가 빈번했다. 그러나 올해는 분위기가 다르다. 자녀 교육을 위해 전세살이를 하던 ‘맹모(孟母)’들이 수능 시험이 끝났음에도 전셋집 빼는 것을 주저하고 있다. 7월 말 주택임대차법 개정 후 전셋값이 가파르게 오르면서 기존 전세금으로는 이동할 마땅한 집을 찾기 어렵기 때문이다.
◇수능 끝나고도 눌러앉는 ‘맹모’들
“좁고 낡은 집에서 벗어나고 싶은데, 집주인에게 2년 더 살겠다고 말하려고요.”
둘째 아이 수능 시험이 끝나면서 이사를 계획하던 주부 A(47)씨는 최근 은마아파트 전세 시세를 보고 깜짝 놀랐다. 입주 40년이 넘어 주변에서 가장 전셋값이 싼 은마아파트 시세마저 2년 전보다 거의 2배 수준으로 올랐기 때문이다. 인근 공인중개사는 “2년 전 계약한 은마아파트 전세 보증금으로는 서울 강남에서 전셋집 찾기가 어려울 것”이라고 했다.
은마아파트는 최근 전용면적 84㎡ 전세 호가(呼價)가 9억5000만~11억원 정도이다. 2018년 12월 실거래가는 5억8000만원 전후로 2년 만에 4억원 정도 뛰었다. 주변 아파트 전셋값은 더 많이 올랐다. 대치동 ‘래미안대치팰리스’ 전용 84㎡는 10월 전세 실거래가가 20억원을 돌파했고, 도곡동 ‘도곡렉슬’ 전용 84㎡는 이달 초 18억원에 전세 거래를 마쳤다.
양천구 목동이나 노원구 중계동 등도 사정이 비슷하다. 목동 ‘신시가지9단지’ 전용 106㎡는 최근 전세 호가가 11억~12억원에 형성돼 있다. 2년 전 전세 실거래가는 7억원이었다. 중계동 ‘건영3차’ 전용 84㎡는 지난 11월 5억원대 중반에 전세 매물 3건이 거래됐는데, 최근 나온 전세 물건은 호가가 8억~8억5000만원 정도이다.
◇학군 수요 여전한데, 씨 마른 전셋집
지난 3일 한국감정원이 발표한 주간 아파트 가격 동향에서 학군 수요가 많은 서울 동남권(강남·서초·송파·강동구) 전셋값은 0.21% 올라 서울 평균(0.15%)을 웃돌았다. 학군 인기 지역은 겨울방학 기간이면 전세 수요가 유입되면서 전셋값이 들썩이는데, 올해는 최악의 ‘매물 품귀’ 현상까지 겹친 상태이다.
부동산 정보 업체 ‘아실’에 따르면, 강남구 대치동 ‘대치쌍용1·2차’ 단지는 전체 994가구에 전세 물건이 단 1개다. 중학교 학군 때문에 인기가 좋은 광진구 광장동의 ‘광장힐스테이트’는 전체 450여 가구 규모인데 9월 중순부터 전·월세 매물이 하나도 안 나오고 있다.
김광석 리얼하우스 대표는 “대치동, 중계동 등 인기 학군 지역으로 이동하려는 전세 수요는 꾸준한데 공급이 없으니 가격만 뛴다”며 “보유세 급등으로 세금 부담을 덜기 위해 월세를 선호하는 집주인이 늘어난 것도 전세난을 가중시키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