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창흠 국토부 장관이 29일 오후 온라인 취임식을 열고 “주택 시장 불안 극복을 위해 국민이 원하는 곳에, 원하는 수준의 맞춤형 주택을 속도감 있게 공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주택시장 불안 해소와 서민 주거 안정을 이룰 실행 방안 마련에 (국토부가) 정책 역량을 집중해야 한다”며 “도심 내 주택 공급을 위한 구체적인 방안을 내년 설 전에 발표하겠다”고 말했다.
◇”설 이전에 도심 주택 공급 대책 발표”
변 장관은 취임사를 통해 “양질의 값싼 주택을 공급할 수 있다는 신호를 줘 집값 불안을 진정시키겠다”는 내용을 다시 강조했다. 그는 “서울 도심에서도 충분한 양의 주택을 공급할 수 있다”며 서울 지하철 주변 역세권과 준공업지역, 저층 주거지를 고밀(高密) 개발해 주택 공급을 늘리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변 장관이 내년 초 발표를 예고한 추가 공급 대책에선 이 지역들에 대한 용적률 완화나 도시계획 규제 변경, 구체적인 공급 지역 등이 담길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이 제도가 당장 추진된다고 해도 입주 시점은 아무리 빨라야 4~5년이 걸린다는 점이다. 김광석 리얼하우스 대표는 “최근 가격이 들썩이는 매매·전세시장에 안정 효과를 줄 수 있는 단기 수급 대책이 없어 아쉽다”고 말했다.
변 장관은 또 토지임대부 주택 등 시세보다 저렴한 공공 자가주택을 포함해 다양한 형태의 주택을 공급하겠다고 했다. 공공 자가주택은 서울 도심보다는 3기 신도시나 수도권 신규 택지에 집중적으로 지어질 전망이다. 변 장관은 또 “수도권이 주거난과 교통 불편에 시달리고 지방 도시는 쇠퇴하는 악순환이 이어지고 있다”며 수도권 집중화를 해결하겠다는 의지도 드러냈다. 송인호 KDI(한국개발연구원) 경제전략연구부장은 “변 장관이 도심 지역에 주택 공급을 늘리겠다는 의지가 있다는 점은 긍정적”이라며 “다만 주택 공급이 공공(公共) 주도가 아닌 민간 주체와의 협력을 통해 이뤄질 수 있도록 관련 규제 개선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말했다.
시장이 기대하는 과감한 규제 완화 내용은 취임사에 담기지 않았다. 변 장관은 “과도한 투기 수요를 차단하고 개발 이익을 공유하는 시스템을 구축하겠다”며 “시장을 혼탁하게 하는 불법 행위 근절을 위해 부동산거래분석원을 신속하게 출범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주택자나 민간 주도의 재건축·재개발 사업을 집값 급등의 주범으로 지목한 정부의 정책 기조를 계속 유지하겠다는 의지로 해석된다.
변 장관은 앞서 인사청문회 때는 공시가격 현실화 등으로 고가 주택 보유자나 다주택자에 대한 세 부담을 계속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일부 전문가는 ‘풍선 효과’만 반복되는 조정대상지역 지정이 쓸모가 없다고 지적하지만, 변 장관은 빅데이터를 활용해 규제 지역 지정을 더 적극적으로 운용하겠다는 구상을 내기도 했다.
◇내년 집값 잡기에 사활 건 정부
변 장관의 취임으로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2기’가 열렸다. 인사청문회 과정에서 ‘구의역 사고 발언’ 등 각종 도덕적 흠결로 논란을 빚었지만, 변 장관의 시급한 당면 과제는 단연 집값 안정이다. 2021년 집값 향방이 다음 대선의 최대 승부처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가운데 문재인 대통령은 집값 잡기의 ‘선봉장’으로 변 장관을 낙점한 것이다. 문 대통령은 이날 임명장을 주면서 “확실하게 공급 대책을 세우고 정책 내용을 잘 설명함으로써 가격 안정을 위해 최선을 다해 달라”고 당부했다.
2017년 5월 출범한 문재인 정부는 “노무현 정부처럼 부동산 정책 실패를 반복하지 않겠다”고 공언했다. 노 정부가 부동산 정책 실패 때문에 정권을 넘겨줬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집권 후반기인 2006년 12월 부산에서 열린 한 간담회에서 “부동산 문제 말고는 꿀릴 것이 없다”고 말했다. 노무현 정부 당시 크고 작은 부동산 대책을 30여 차례 쏟아냈지만, 임기 중 서울 아파트값이 56.5% 오르는 등(KB국민은행 통계) 전국적으로 부동산 가격이 치솟았다.
‘노무현의 계승자’를 자처한 문재인 정부도 “집값만큼은 반드시 잡겠다”고 했지만, 집권 3년 반이 넘은 지금까지의 성적표는 ‘낙제점’이나 마찬가지다. 작년 11월 ‘국민과의 대화’ 때 “부동산 문제는 자신 있다고 장담하고 싶다”던 문 대통령의 발언은 올해 전국적으로 집값·전셋값이 치솟으면서 허언이 됐다. 역대 최장수 국토부 장관 기록을 세운 김현미 전 장관은 28일 퇴임사에서 “집 걱정을 덜어 드리겠다는 약속을 매듭짓지 못하고 떠나게 되어 무척 마음이 무겁고 송구하다”고 고개를 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