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세훈 서울시장 당선 후 재건축·재개발 관련 규제가 완화될 것이라는 기대감에 서울 주요 재건축 단지에서 수억원씩 호가(呼價)가 오른 매물이 등장했다. 실제 거래로 이어진 것은 아니지만, 압구정동·잠실·목동·여의도처럼 재건축 아파트가 밀집한 지역에서는 아파트 값이 꿈틀대는 분위기다. 그러나 정부와 국회·서울시의회 동의 없이 서울시장이 직권으로 풀 수 있는 규제가 많지 않은 게 현실이다. 전문가들은 “단지 가격 상승 기대감으로 재건축 아파트를 추격 매수하는 것은 신중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강남구 압구정동 ‘현대 1차’ 아파트 전용 131㎡는 지난 10일 호가 40억원짜리 매물이 나왔다. 3월 말 실거래가(36억5000만원)보다 3억5000만원 뛰었다. 압구정동의 한 공인중개사는 “매물도 적고 거래도 드물지만, 오세훈 시장이 강변 아파트 규제를 대폭 풀어줄 것이라는 기대감이 호가에 반영된 것”이라고 말했다.

영등포구 여의도동 시범아파트 전용 118㎡ 호가도 24억~25억원대로 직전 실거래가(22억원)보다 2억~3억원 올랐다. 송파구 잠실주공 5단지에서도 전용 82㎡ 기준 27억5000만~28억원짜리 매물이 나왔다.

하지만 부동산 전문가들은 최근 서울 재건축 아파트 시장에 대해 “호가는 단지 숫자일 뿐, 실제로는 관망세가 짙다”고 평가한다. 실제로 부동산114 조사에 따르면, 지난 9일 기준 서울 재건축 아파트 값은 전주 대비 0.03% 올라 일반 아파트 주간 상승률(0.05%)에 못 미치는 상황이다.

한 시중은행 부동산 담당자는 “재건축 규제 완화의 핵심은 초과이익 환수제와 분양가 상한제인데, 서울시장이 결정할 수 있는 부분이 아니다”라며 “작년에 아파트 값이 급등한 상황에서 정부가 대출과 세금 같은 규제를 풀어주지 않으면 추가 상승 여력은 많지 않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