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온라인 중개 플랫폼 직방은 최근 자사앱에 ‘3D(3차원) 단지 투어’ 코너를 만들었다. 관심 단지 아파트의 특정 층과 호수를 선택하면 집 내부가 뜨고, 각 창을 클릭하면 실제 창가에서 보이는 바깥 풍경을 보여준다. 앞이 건물로 막혀 있는지, 산이나 강이 보이는지를 확인할 수 있다. 계절과 시간대별로 채광이 달라지는 모습도 구현한다. 직접 해당 가구를 가보지 않아도 아파트 전망까지 확인할 수 있게 된 셈이다.

코로나 이후 비대면 거래가 보편화하면서 프롭테크 기업이 진화하고 있다. 프롭테크는 부동산(property)과 기술(technology)의 합성어다. 미국에서 시작해 2015년을 기점으로 우리나라에 본격적으로 도입됐다. 그동안은 매물 정보를 모아 제공하거나 중개해주는 서비스에 가까웠다. 기술보단 중개에 방점이 찍혔던 셈이다. 그러나 최근엔 빅데이터와 AI(인공지능), VR(가상현실), 3D 같은 다양한 기술을 입힌 서비스가 시장에 속속 등장하고 있다.

앱 화면서 창문 클릭하면 ‘아파트 뷰’까지 보여줘 직방이 최근 출시한 ‘3D 단지 투어’ 서비스 화면. 아파트 단지 내·외부 모습은 물론, 창문 부분을 클릭하면 창가에서 보이는 바깥 풍경이 어떤지 보여준다. /직방

◇가상 투어부터 예상 매매가 산정, AI 설계까지

지난 1년간 가장 빠르게 성장한 프롭테크 분야는 사이버 모델하우스다. 대부분 건설사가 코로나 확산 우려로 견본주택 문을 닫으면서 관련 시장이 급격하게 커졌다. 처음엔 실물 주택형(유닛)을 만들고 이를 카메라로 촬영해 올리는 수준이었으나, 이젠 아예 처음부터 가상 모델하우스를 구현한다.

토지·건물 정보를 제공하는 스타트업인 밸류맵은 지난 3월 다세대 주택 건축주를 위한 AI 건축설계 서비스를 내놨다. 토지 지번을 입력하면 3D 형태로 설계된 주택이 제시된다. 해당 토지의 최대 용적률과 건폐율, 지구단위계획, 법정 주차 대수를 모두 반영해 최적의 층수와 가구수를 보여주는 것이다. 밸류맵은 올가을엔 매물로 나온 토지의 예상 거래 가격을 산출하는 서비스도 출시할 예정이다. AI에 토지 경매·매매 기록, 유동인구·임대료 추이, 선호도 등을 학습시켜 가격을 산출하는 방식이다.

직방이 구현한 가상현실(VR) 모바일 모델하우스. /직방

◇코로나가 키운 프롭테크, 데이터 확보 등 과제도

스타트업 어반베이스는 가상 공간에서 가구 배치를 포함한 인테리어를 할 수 있는 서비스를 제공한다. 아파트 내부를 3D 공간으로 바꿔주고 이 안에서 가구 아이콘들을 조작해 소비자가 원하는 인테리어를 구현해 볼 수 있는 프로그램이다. 어반베이스 관계자는 “서비스 자체는 5년 전 출시했지만 그간 큰 반응이 없다가 코로나 이후 가입자 수가 400% 넘게 급증했다”고 했다.

부동산 플랫폼 다방은 오는 7월 매물을 찾고 계약과 송금까지 온라인으로 하는 전자계약 서비스를 출시한다. VR홈투어 등 다양한 정보도 함께 제공할 예정이다. 비대면 문화 확산에 맞춰 현장에 오지 않아도 계약까지 가능한 서비스를 내놓는 것이다.

이 업체들은 IT 기반 서비스를 확대하기 위해 개발자와 데이터 확보에 심혈을 쏟고 있다. 직방과 다방의 경우 전체 직원의 3분의 1 이상이 개발자다. 직방 관계자는 “프롭테크 업계에서도 IT 인재 확보가 중요한 미션이 됐다”며 “직방 초창기와 비교하면 개발자가 200% 넘게 증가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