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집값 고점’을 경고하며 대국민 담화까지 발표한 28일, 세종시의 한 아파트 청약엔 22만명이 몰렸다. 수요 억제 중심의 정부의 부동산 정책이 오히려 가격 상승을 부추기는 상황에서, 정부 정책 신뢰도에 손상이 간 것을 보여주는 상징적 장면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이날 1순위 청약을 받은 ‘세종자이 더 시티’ 아파트는 1106가구를 모집하는데 22만842명이 신청했다. 평균 경쟁률이 199.7대 1이다. 전용 84㎡A, 84㎡P, 93㎡A 등 모집 가구 수가 적은 20평대 물량에선 경쟁률이 천 단위로 치솟았다.
세종시는 전국에서 청약이 가능하다. 전용면적 85㎡ 초과 타입은 추첨으로도 당첨될 수 있는데 이 아파트에서 나온 물량만 1200가구였다. 추첨제 물량은 주택보유자라도 기존 주택 처분 서약을 하면 당첨이 가능하다. 그러나 이런 점을 고려하더라도 한 단지에 20만명이 넘는 대규모 인원이 몰린 것은 이례적이라는 게 부동산 전문가들의 얘기다.
부동산 업계에선 정부의 정책 신뢰도가 바닥으로 추락한 상태라고 입을 모은다. 한 전문가는 “현 정부가 25번의 부동산 정책을 통해 이뤄낸 건 매물 감소와 가격 상승 부채질뿐”이라며 “28일 담화문은 이에 대한 뾰족한 대책이 없음을 다시 한 번 자인한 것”이라고 밝혔다. 어설픈 발표로 시장에 다시 한 번 가격 상승 신호를 준 게 아니냐는 것이다. 부동산 커뮤니티에서도 “아파트 공급 불안 문제를 한 번에 해소할 수 없다는 게 너무나 명백한데, 경고와 엄포만 있고 대책은 없다” “3기 신도시는 제 때 공급되는 게 맞느냐” “정부 임기가 얼마 남지 않았는데, 어차피 정책은 또 바뀔 것 아니냐” 등의 비판 글이 지속적으로 올라오고 있다.
세종자이 더 시티의 3.3㎡당 평균 분양가는 1367만원, 전용 84㎡ 기준 분양가가 최고 4억8867만원 수준이다. 주변에 준공된 아파트와 비교하면 2억~4억원가량의 시세차익이 예상된다. 세종 지역의 한 공인중개사는 “문재인 정부 들어 세종시 아파트값 상승률은 132%를 나타내 전국 최고를 기록했다”며 “집값이 오른 게 결국 전국 단위 로또 청약 열풍을 불러온 것 아니겠느냐”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