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주택시장에서 ‘레지던스’로 통하는 생활숙박시설(생숙)의 분양과 거래가 눈에 띄게 늘고 있다. 아파트 등 기존 주택에 대한 세금·대출 규제가 강화되면서 규제가 미치지 않는 ‘틈새 투자처’로 생숙을 찾는 수요가 증가하는 것이다. 그러나 생숙은 실거주나 임대가 일반 주거 상품보다 까다롭다. 높은 수익률을 보장한다는 광고만 믿고서 ‘묻지마 투자’를 하는 경우도 많아 주의가 필요하다.

/자료=롯데건설, 현대건설

◇수백 대 1 경쟁률에 떴다방까지 출연

지난달 분양한 서울 강서구 마곡동의 생활숙박시설 ‘롯데캐슬 르웨스트’는 876실 모집에 57만5950건의 청약이 몰리며 평균 657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이 단지는 전용면적 84㎡의 분양가가 최고 16억1000만원에 달해 “분양가가 지나치게 높다”는 지적이 나왔지만, 청약 수요가 대거 몰렸다. 지난달 29일 청약 당첨자를 발표하고 계약이 진행된 이달 1일까지 견본주택 주변에는 ‘떴다방’(이동식 중개업소)까지 등장했다. 평형에 따라 수천만원부터 2억원가량의 웃돈이 붙어 분양권을 사고파는 ‘단타 시장’이 펼쳐진 것이다. 인근의 한 공인중개사는 “당첨자들에게 접근해 원하는 금액을 물은 뒤, 금액을 조율하며 매수자를 알선하는 식으로 거래가 이뤄졌다”며 “계약 기간이 끝나자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서 ‘2차 전매’가 이뤄지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각종 부동산 커뮤니티와 소셜네트워크, 카카오톡 채팅방에는 “웃돈을 높게 받아 팔아주겠다”는 식의 글이 여러 개 올라오고 있다.

지방 분양 시장에서도 생활숙박시설은 인기몰이를 하고 있다. 지난 7월 청주 흥덕구에 분양된 ‘힐스테이트 청주 센트럴’은 160실 모집에 13만8000건가량의 청약이 접수돼 평균 862 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이보다 앞서 3월에 분양한 부산 동구 ‘롯데캐슬 드메르’도 1221실 모집에 43만여 건의 청약이 접수됐다. 최근 생활숙박시설을 분양받은 30대 직장인은 “가점이 낮아 아파트 청약은 당첨 가능성이 ‘제로’나 마찬가지여서 생활숙박시설에 관심을 갖게 됐다”며 “잘만 고르면 몇 년 뒤 가격이 많이 오르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기대 수익, 분양가 꼼꼼히 따져서 투자해야”

생활숙박시설은 주택법이 아닌 건축법이 적용돼 법적으로 ‘집’이 아니다. 이 때문에 분양가 상한제, 전매 제한 같은 주택에 적용되는 규제에서 자유롭다. 1주택자가 생숙을 추가로 사들여도 2주택자가 되는 것이 아니어서 종합부동산세, 양도세가 중과되지 않는다.

그러나 부동산 전문가들은 “정부가 생숙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고 있어 묻지마식 투자는 위험하다”며 “집값 상승에 대한 불안감 때문에 무턱대고 사서는 안 된다”고 지적한다. 정부는 지난 4월 생숙을 주거 목적으로 사용할 수 없도록 법을 개정했다. 이에 따라 분양을 받은 이들은 반드시 숙박업 신고를 해야 하지만 기대와 달리 숙박 임대가 잘되지 않는 경우도 많다.

하지만 일부 시행사들은 생숙의 주거 목적 이용이 불가능함에도 실거주나 임대가 가능하다고 광고하기도 한다. 한 시행사 관계자는 “주거 목적으로 이용하다가 적발되면 벌금을 내지만 실제 점검은 쉽지 않다”며 “내년 3월 대선이 지나면 법이 어떻게 바뀔지 모른다”고 말했다. 국토부가 비주거용 시설이 주거용으로 사용되고 있는지 단속하는 것은 지자체 소관이라고 선을 그은 것도 이런 현상을 부채질하고 있다.

생숙은 숙박업 신고를 하고 나서 장·단기 형태로 숙박료를 받을 수 있지만, 임대 수익이 기대에 못 미칠 가능성도 있다. 한 시중은행 부동산 전문가는 “생숙 같은 틈새 투자 상품은 부동산 경기가 위축되면 가격 하락 폭이 훨씬 크기 때문에 기대 수익과 분양가 등을 꼼꼼히 따져보고 투자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