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과천에서 분양가 22억원짜리 전용면적 84㎡ 오피스텔이 등장했다. 이달 기준 서울 강북 지역 평균 아파트값(9억7025만원)의 2배가 넘는다. 오피스텔을 주변 신축 아파트 시세만큼 비싸게 파는 ‘배짱 분양’에도 청약 수요가 몰리고, 일주일 사이 실거래 가격이 1억원 넘게 오른 오피스텔도 생겼다.
집값을 잡으려는 정부가 아파트 수요에 대한 고강도 규제를 지속하면서 주택 매수 수요가 오피스텔로 옮겨가는 ‘풍선 효과’가 누적됐고, 그 결과 오피스텔 가격까지 감당하기 어려운 수준으로 치솟고 있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섣부른 추격 매수는 위험하다”고 입을 모은다. 고종완 한국자산관리연구원장은 “서울을 중심으로 아파트 공급이 부족한 탓에 ‘패닉 바잉(공황 구매)’ 수요가 오피스텔 시장에 가세한 것”이라며 “오피스텔은 아파트보다 환금성이 떨어지고, 수요가 들쭉날쭉해 시장 침체기에 가격 하락 폭이 훨씬 클 수 있다”고 말했다.
◇고삐 풀린 ‘미친’ 오피스텔값
28일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다음 달 2일 청약을 받는 경기도 과천 ‘힐스테이트 과천청사역’ 오피스텔 전용 84㎡ 기본형 분양가가 16억1800만원으로 책정됐다. 공급면적 기준 34평 아파트와 비슷한 크기로 평당 분양가가 4758만원인 셈이다. 같은 단지의 테라스형(17억6600만원)이나 펜트하우스(22억원) 오피스텔 분양가는 훨씬 더 비싸다. 작년에 입주한 대단지 아파트 ‘과천 푸르지오 써밋’ 전용 84㎡의 8월 실거래가(22억원)와 맞먹는다.
이처럼 오피스텔 분양가가 치솟는 것은 아파트값 급등과 극심한 청약 경쟁으로 ‘내 집 마련’이 다급해진 무주택자들이 그 대안으로 오피스텔로 몰리기 때문이다. 한 시중은행 부동산 담당자는 “아파트 패닉 바잉에 실패한 실수요자와 투자 목적의 수요자까지 오피스텔 시장에 뛰어들자 사업자들이 상식적으로 납득이 안 되는 분양가를 책정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고분양가에도 불구하고 없어서 못 파는 지경이다. 이달 분양한 인천 서구 ‘연희공원 푸르지오 라끌레르’ 전용 82㎡ 펜트하우스(9억1290만원)는 118대1의 경쟁률을 기록하며 모두 팔렸다. 경기 고양시 ‘고양 화정 루미니’ 전용 84㎡(7억6000만원) 역시 고분양가 논란에도 완판됐다.
기존 오피스텔 몸값도 가파르게 오르고 있다. KB국민은행에 따르면, 이달 서울 오피스텔 평균 매매 가격은 2억9076만원으로 1년 전(2억6498만원)보다 9.73% 올랐다. 직전 1년 치 상승률(4.56%)의 두 배가 넘는다. 경기(20.85%), 인천(21.24%)의 오피스텔 가격은 서울보다 많이 올랐다.
◇아파트보다 규제 덜해 수요 몰려
오피스텔에 수요가 몰리는 것은 아파트보다 상대적으로 규제가 적기 때문이다. 추첨으로 당첨자를 뽑기 때문에 청약 가점이 낮아도 당첨을 기대할 수 있고, 대출도 집값의 70%까지 받을 수 있어 자금 부담이 덜하다. 단지 규모가 100실 미만이면 분양권 전매가 가능해 단기 시세 차익을 노릴 수도 있다.
하지만 모든 오피스텔이 다 호황인 것은 아니다. 3~4인 가족이 살 수 있는 중대형과 소형의 분위기는 극과 극이다. 서울 마포구 ‘트라팰리스’ 106㎡는 지난 7월 말 12억5000만원이던 실거래가가 8월 5일 13억8000만원으로 치솟았다. 하지만 같은 건물 55㎡의 실거래가는 8월 6억4000만원에서 9월 6억2000만원으로 오히려 떨어졌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지난달 기준 수도권 85㎡ 초과 오피스텔의 매매 가격은 직전 1년간 9% 올랐지만 전용 40㎡ 이하는 0.07% 오르는 데 그쳤다. 양지영 R&C연구소장은 “오피스텔은 근본적으로 아파트보다 선호도가 떨어지기 때문에 공급 정책이나 금리 등의 영향으로 집값이 조정을 받으면 충격이 클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