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주요 건설사들이 레고 블록처럼 조립해서 집을 짓는 ‘모듈러(modular) 건축’에 속속 진출하고 있다. 기존 모듈러 공법은 컨테이너나 패널 등으로 1~2층짜리 저층 주택을 짓는 데 주로 사용됐다. 하지만 최근 고층 아파트나 빌딩을 짓는 데에도 모듈러 공법을 적용하면서 이를 신사업으로 추진하는 건설사들이 늘고 있다. 모듈러 공법은 일반 콘크리트 공법보다 공사 기간이 짧아 비용을 아낄 수 있고, 공사 현장에서 나오는 먼지나 소음 등을 줄일 수 있어 친환경적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현대엔지니어링은 국내 최초로 모듈러 공법을 적용한 중고층 주택 시공에 나선다. 지난달 12일 사업계획을 승인받은 ‘용인영덕 경기행복주택’이다. 지상 13층, 106가구 규모 아파트의 하층부는 기존 콘크리트 공법을 적용하고, 상층부는 모듈러 공법으로 시공할 예정이다. 보통 18개월이 걸리는 공사 기간은 15개월로 3개월 단축된다. 현대엔지니어링은 지난 6월 서울주택도시공사가 추진하는 가리봉동 모듈러 청년주택사업도 수주했다.
작년 8월 모듈러 전문 자회사인 ‘자이 가이스트’를 설립하고, 올해 상반기 모듈러 주택 전문 설계 업체까지 만든 GS건설은 최근 충북 음성 14만8426㎡ 부지에 콘크리트 블록을 생산하는 공장을 지었다. 공장에서 기본 골조와 전기 배선, 현관문 등을 미리 만든 뒤 현장에서 조립하는 형태로 진행되는 모듈러 주택은 사전 제작을 할 수 있는 공장이 필수적이다. GS건설은 “내년 4월 자이 가이스트 공장도 본격적으로 가동되면 모듈러 사업을 적극적으로 수주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코오롱글로벌도 작년 6월 전문 자회사인 코오롱이앤씨를 만들고 모듈러건축 분야에 전문적으로 뛰어들고 있다. 국립중앙의료원에 모듈러 음압병동을 건설하는 등 다양한 사업을 진행 중이다.
모듈러 관련 기술 확보 경쟁도 치열하다. DL이앤씨는 철강 자재를 용접하는 대신 볼트로 조립만 하면 되는 기술과 욕실 타일을 대형 패널처럼 만들어 붙이기만 하면 되는 기술 등 모듈러 유닛 관련 특허 19건을 출원했다. SK에코플랜트는 지난 4월 ‘모듈러 데이터센터’ 사업 개발을 시작했고, 현대건설도 15층 이상 공동주택에 적용 가능한 모듈러 공법을 연구 중이다.
국내 모듈러 주택은 아직 초기 단계로, 지금까지는 6층 이하 저층 건물에 주로 적용됐다. 이미 해외에서는 모듈러 공법을 통해 지은 40~50층짜리 초고층 건물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작년 준공한 영국 크로이든 레지덴셜 빌딩은 38층·44층짜리로 현재 세계 최고층 철골 모듈러 빌딩 기록을 세웠다. 한국건설기술연구원에서 모듈러 주택 관련 연구를 담당하는 이상섭 모듈러클러스터장(박사)은 “주택을 빠르게 공급할 수 있고, 건축비 등을 아낄 수 있는 모듈러 공법이 전 세계적으로 주목받는 상황”이라며 “관련 기술이 발달하면 건축업이 제조업으로 체질을 개선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